
김중겸 전 경찰청 수사국장·인터폴 부총재는 오랫동안 세계 여러 나라, 특히 아시아 각국의 경찰 역사와 조직, 제복과 장비, 일선 치안 현장을 사진과 자료로 기록해왔다. 이 글은 김 전 부총재가 정리한 ‘World Police’ 중국편의 사진과 설명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중국 공안과 무장경찰의 조직 및 지휘체계는 그동안 여러 차례 개편돼 왔다. 이에 일부 제도와 역사적 내용은 중국 정부와 공안·국방 당국의 공개자료를 참고해 현재 기준에 맞게 보완했다. <편집자주>
중국 도시를 걷다 보면 ‘公安’이라는 두 글자를 자주 만난다. 파출소와 경찰차, 교통경찰은 물론 지하철역이나 관광지 주변의 작은 경찰초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얼핏 한국의 경찰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공안기관이 맡는 영역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범죄를 수사하고 치안을 유지하는 경찰조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범죄 예방과 수사, 교통질서에서 호적과 주민신분증, 출입국·체류 관리, 집회와 시위, 사이버안전, 주요 시설 경비에 이르기까지 주민의 일상과 국가의 사회질서 유지에 폭넓게 관여한다.
중국 공안 체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중국의 국가 운영방식을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다. 광대한 국토와 거대한 인구를 하나의 행정체계 안에서 관리하기 위해 중앙의 공안부에서 지방 공안기관, 일선 파출소까지 촘촘한 조직망이 이어진다. 여기에 일반 공안경찰과는 성격이 다른 중국인민무장경찰부대, 이른바 ‘무경(武警)’이 또 하나의 축으로 존재한다.
중국 경찰 자료에는 공안부 청사와 공안파출소, 순찰경찰과 여성경찰, 교통경찰, 주민 대상 치안활동, 순찰차량과 경찰초소, 무장경찰과 특수차량 등의 모습이 있다.
사진들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중국의 국가 치안망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다시 주민이 사는 골목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 자연스럽게 보인다.

공안부에서 동네 파출소까지
중국 공안조직의 정점에는 국무원 소속 공안부(公安部)가 있다. 공안부는 전국 공안업무를 담당하고 각급 공안기관을 지도하는 중앙정부 부처다. 한국의 경찰청과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중앙정부의 ‘부(部)’라는 점에서 조직적 위상과 업무 범위에는 차이가 있다.
그 아래 지방에는 성과 자치구의 공안청(公安厅), 베이징·상하이 같은 직할시의 공안국(公安局)이 있다. 다시 시와 현·구 단위의 공안국과 공안분국으로 이어지고, 주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는 공안파출소(公安派出所)가 자리한다. 공안부에서 성·시·현을 거쳐 동네 파출소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내가 모은 자료 가운데 평범한 건물 입구에 ‘公安派出所’라고 적혀 있는 사진이 있다. 주민들이 일상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기층 치안기관이다. 범죄 신고를 받고 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물론 주민들과 접촉하며 지역 내 분쟁과 생활안전 문제를 다룬다.
거대한 중국 공안조직도 결국 주민에게는 집 근처 파출소와 그곳에서 만나는 한 명의 경찰관으로 다가온다.
중국의 ‘공안’이 맡는 일
중국 공안기관의 업무를 들여다보면 왜 ‘공안’이라는 말이 단순한 경찰 이미지보다 넓게 받아들여지는지 알 수 있다. 범죄 예방과 수사, 사회질서 유지와 교통관리뿐 아니라 호적과 주민신분증, 위험물, 국적과 출입국 관련 업무, 외국인의 체류, 주요 인물과 시설의 경비, 집회·시위 관리, 정보통신망 안전 등 주민 생활과 맞닿아 있는 여러 분야에 관여한다.
순찰경찰과 여성경찰, 교통경찰, 학교 앞에서 어린이들의 등하교 안전을 돕는 경찰, 거리에서 주민들에게 범죄예방 자료를 나눠주는 경찰의 모습은 이런 공안 업무의 일부분이다.
중국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警务岗亭’, 즉 경찰초소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넓은 도시에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경찰서에서 출동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와 주요 지점에 작은 치안 거점을 둔다.
순찰차와 오토바이, 교통경찰과 거리 순찰대원, 작은 경찰초소는 거대한 중국 공안조직 가운데 주민들이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얼굴이다.

주민도 참여하는 중국식 ‘사회치안’
중국의 사회치안은 국가기관의 역할과 함께 주민, 직장, 학교, 지역조직 등 이른바 ‘군중의 참여’를 강조해온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경찰력만으로 모든 지역을 관리하기보다 주민과 각종 조직을 범죄 예방과 사회질서 유지에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주민들이 직접 골목을 돌며 방범활동을 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면 오늘날에는 지역사회 관리체계에 정보기술까지 결합되고 있다. 시대와 수단은 바뀌었지만 국가기관과 지역사회를 연결해 위험요인을 미리 찾아내려는 방식은 이어지고 있다.
이 점에서 중국의 공안활동은 범죄가 발생한 뒤 범인을 검거하는 ‘사후 대응’에만 머물지 않는다. 평상시 지역사회 안으로 들어가 위험요인을 줄이고 질서를 유지하려는 예방적 치안의 비중도 크다. 중국의 공안 시스템을 이해할 때 놓쳐서는 안 될 특징이다.

공안과 무경은 같은 조직이 아니다
중국 경찰을 설명할 때 가장 혼동하기 쉬운 것이 공안경찰과 무장경찰이다. 검은색이나 남색 계열 제복의 공안경찰과 함께 중국인민무장경찰부대(中国人民武装警察部队·PAP) 대원과 특수차량의 무장경찰이 있다. 그러나 두 조직은 분명히 다르다.
공안은 국무원 공안부를 중심으로 범죄 수사와 사회치안, 교통 등 일반적인 경찰업무를 맡는다. 무경은 중국의 국가 무장역량을 구성하는 별도의 무장조직이다.
2018년 1월 1일부터 무경의 지휘체계가 개편돼 중국공산당 중앙과 중앙군사위원회의 집중·통일 지휘를 받게 됐다. 따라서 오늘날의 무경을 공안부 산하의 ‘무장된 경찰’ 정도로 이해하면 정확하지 않다.
현행 체계에서 무경은 인민해방군과 함께 중국 국가 무장역량의 중요한 축을 이루며 내위부대와 기동부대, 해경부대 등을 두고 있다. 주요 시설과 중요 대상 경비, 중대한 사회안전 사건 대응, 대테러, 해상 권익 보호와 법집행, 재난구조와 방위작전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일반적인 절도나 폭력사건, 교통사고 등은 공안경찰의 영역이다. 반면 중대한 사회안전 사건이나 테러 대응, 주요 국가시설의 무장경비처럼 보다 강한 무장력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무경이 투입될 수 있다.
중국에는 일반 경찰과 군의 역할 사이에서 국가안보와 사회안정을 담당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무장조직이 존재하는 것이다.
1949년, 국가 건설과 함께 출발한 치안체계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공안은 새로운 국가체제를 유지하는 핵심 조직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광대한 영토와 수많은 주민을 하나의 국가 행정체계 안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치안은 단순히 범죄자를 잡는 문제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호적과 주민 이동, 사회질서와 국경, 출입국, 정치·사회적 안정이 공안 업무와 긴밀하게 맞물렸다.
오늘날 무장경찰로 이어지는 조직의 뿌리도 신중국 수립 직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9년 9월 ‘중국인민공안중앙종대’가 창설돼 중앙기관과 주요 인물의 경비, 당시 베이핑의 치안 유지 등을 맡았다. 이후 여러 차례 명칭과 조직, 소속과 지휘체계의 변화가 이어졌고 오늘의 중국인민무장경찰부대로 발전했다.
이 과정을 보면 중국의 공안경찰과 무장경찰은 단순한 치안기관의 역사가 아니라 신중국 국가 건설 과정과 함께 형성돼온 조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중국이 오랫동안 ‘국가안보’와 ‘사회안정’을 긴밀하게 연결해 국가를 운영해온 과정도 읽을 수 있다. 파출소 하나에 중국 국가운영의 방식이 보인다.

내가 모아온 사진에는 여성 순찰경찰과 교통경찰, 학교 앞에서 어린이들의 안전을 살피는 경찰, 주민들에게 범죄예방 방법을 설명하는 경찰, 거리의 경찰초소와 순찰차량, 무장경찰 대원과 특수차량이 차례로 등장한다.
하나씩 떼어 놓고 보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장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사진들을 하나의 조직체계 안에서 연결해보면 중국의 특징이 드러난다.
중앙의 공안부에서 지방 공안기관과 일선 파출소까지 이어지는 행정·치안체계가 있고, 그 끝은 다시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 이어진다. 다른 한편에는 중앙군사위원회의 지휘를 받는 무장경찰이 주요 국가시설을 지키고 중대한 사회안전 사건과 테러, 재난과 비상상황 등에 대비한다.
그래서 중국의 ‘공안’을 한국의 ‘경찰’이라는 말 하나로 옮겨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범죄를 수사하고 치안을 유지하는 경찰이면서 주민의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는 행정기관이고, 동시에 사회질서와 안정을 유지하는 국가 시스템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어떻게 중앙의 국가조직을 주민이 사는 골목까지 연결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베이징의 거대한 공안부 청사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동네 한복판의 작은 ‘公安派出所’ 간판과 거리에서 주민을 만나는 한 명의 공안경찰을 살펴보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 작은 파출소 하나에 중국의 치안 시스템, 그리고 중국식 국가운영의 한 단면이 함께 들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