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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과학자도 집어삼켰다”…라부아지에, 천재성과 도덕성의 사이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근대 화학의 아버지 앙투안 로랑 드 라부아지에와 부인 마리 안 폴즈의 초상화, 당시 민중의 원성을 샀던 세금징수 청부업자들을 묘사한 그림, 혁명 지도자 장폴 마라의 암살 장면을 그린 자크 루이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 그리고 프랑스혁명기 단두대 공개 처형 장면. 과학과 혁명, 권력과 도덕성의 충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미지들이다. <AI 생성 이미지>

근대 화학의 아버지 앙투안 로랑 드 라부아지에 부부. 변호사 가정에서 태어나 법학박사 학위도 받은 라부아지에는 과학에의 호기심과 열정을 살리기 위해 그 길로 들어섰다. 질량 보존의 법칙을 발견하고 화학을 연금술 alchemy(鍊金術)로부터 탈피, 독립된 학문으로 만들었다.

그는 부유했다. 그가 가진 재산으로 실험실을 꾸미고 실험도구를 마련하여 연구했다. 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런데,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가? 그는 세금징수 청부업을 통하여 많은 돈을 벌었다. 중앙집권제도가 발달하여 세금을 걷는 행정기관이 있었던 아시아에서는 세무서의 세무공무원이 세금을 걸었다.

이와는 달리 아프리카, 중동, 유럽에서는 민간인에게 세금 징수 업무를 대행시켰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오스만 제국 때부터 근대까지 그랬다. 말하자면 민영 세무서다. 그러면, 어떻게 징세를 대행하는가?

왕들은 경매 입찰을 통하여 토지와 같은 일정지역, 통행세나 통관세 같은 특정 업무를 청부시켰다. 입찰→최고가를 써내서 낙찰받은 자가 왕을 대신해 세금을 징수하는 징세 청부업자가 되며→입찰가를 전부 또는 할부로 왕에게 미리 지불한다. 선불제(先拂制)다.

최고가로 응찰하지+선불로 내야지+현장에서 세금 걷는 징수원을 고용해야지+연체자를 커버하고 협박할 폭력조직도 운용해야지+사무실도 있어야지=비용이 많이 든다. 비용+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낼 백성으로부터 터무니없는 액수의 돈을 뜯어내야 하는 구조다.

여기에 탐욕 greed(貪慾)이 더해지면? 그래서 징세 청부업자=악당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이것이 징세청부업자 tax farmer(徵税請負業者)의 실상이었다.

라부아지에는 혁명을 지지하고 혁명정부를 위해서도 일했다.

과학 발전을 위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징세청부업자로서의 25년 경력이 그를 비도덕적인 착취자=혁명정신에 배치되는 자로 낙인 찍었다. 1794년 5월 8일, 업계 동료 업자 28명과 함께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향년 50세.

라부아지에의 실험실 조수였던 엘레테르 이레네 뒤퐁은 그 후 미국으로 이민→화학회사 Dupont(듀폰)을 설립했다.

라부아지에가 의사·과학자·프랑스혁명 급진과격파 자코뱅파 3인방의 한 사람인 장폴 마라의 논문을 혁명 전에 무시한 행위가 혁명 후 앙갚음으로 죽음으로 몰았다는 소문이 있으나 이는 근거 없는 낭설이라 한다.

장폴 마라(Jean-Paul Marat)는 라부아지에가 처형 당하기 1년 전인 1793년 암살 당했다. 범인은 자코뱅파의 반대파인 온건파 지롱드 당원인 24세의 여성 샤를로트 코르데. 그녀는 고질인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목욕하던 중인 마라를 칼로 찔러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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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겸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부총재, 이실학회 창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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