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회생에 빠진 한 가지, 사장의 마음은 누가 돌볼 것인가
15일 저녁 김동환 가이아 대표와 오랜만에 통화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밝았다. 기업회생 절차를 겪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다음 일을 이야기했다. 김과 발효, 단백질과 아미노산, 앞으로 만들어낼 식품 이야기가 이어졌다.
김 대표를 30년 가까이 지켜봤다. 그는 1987년 창업한 뒤 어두운 곳에서도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반디펜’을 비롯해 수백 가지 제품을 개발해온 발명가다. 가이아를 이끌며 나트륨을 줄이면서도 짠맛을 유지하는 저염 복합조미료 제조기술을 개발했고, 보건복지부 보건신기술 인증도 받았다. 저염고추장을 상품화하고 그린푸드라는 새로운 식품 영역도 개척하려 했다.
그러나 기업은 예상하지 못했던 벽 앞에 섰다. 출입국 관련 단속 이후 경영에 큰 타격을 입었고 결국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후 관련 혐의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지만, 한번 흔들린 기업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김 대표가 요즘 생각하는 말이 ‘회복탄력성’, 리질리언스다.
그는 사람을 공에 비유했다. 땅에 세게 부딪혔을 때 다시 튀어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자리에 머무는 사람도 있고 더 깊이 가라앉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경영자는 어떤 경우에도 다시 일어설 힘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기업회생 제도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의 마음’이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변호사가 법률 문제를 돕고 회계사가 숫자를 들여다본다. 중소기업 지원기관도 자금과 제도를 제공한다.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평생을 바친 기업이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경영자의 심리를 전문적으로 돌보는 제도는 얼마나 있을까.
김 대표도 힘든 시기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 경영과 회생을 이해하는 심리지원 분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식 몇 만원 손실에도 사람은 손절매를 망설인다. 하물며 자신의 젊음과 재산, 가족과 직원들의 삶까지 걸었던 회사를 내려놓거나 다시 일으켜야 하는 사람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기업회생을 돈과 법률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사람을 회생시켜야 기업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회생법원과 중소기업 지원기관이 경영자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제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동환은 지금 다시 발효를 이야기한다. 올해 겨울 김이 나오면 새로운 발효 실험을 시작하겠다고 한다. 단백질이 발효되면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면 맛이 훨씬 깊어질 것이라고 했다.
발명가는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실패한 자리에서도 다시 무엇인가 궁리하는 사람이다.
나는 김동환이 다시 일어설 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의 재기가 한 발명가의 성공담으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그가 당사자로 겪은 기업회생의 경험이 제도를 바꾸는 작은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넘어진 기업을 일으키려면 먼저 넘어진 사람부터 일으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