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신건호 칼럼] 대한민국 정치여, 후비기 그만하라

8월 29일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서 김민석(왼쪽부터)·정청래·송영길 후보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요즘 한국정치 3가지 악습…권력 집착, 결과 부정, 본질 회피

‘상생’이 아니라 ‘난투극’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가 그렇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벌어지는 계파 갈등은 정책 실종의 민낯을 드러내고, 국민의힘 대표의 재선거 주장은 선거 불복 정치의 위험한 전조다. 이는 대한민국 정치수준이 바닥을 향해 추락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식상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정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민주당의 당대표 선거는 ‘정책경쟁’이라는 외피조차 벗어던진 채, 겨 묻은 개가 더 더럽다고 지적질만 하는 모습이다. 당의 미래를 걱정한다고 하지만 유시민 작가가 가세하면서 계파 간 세력 다툼, 상대를 향한 비난이 선거의 중심이 되고 있다. 비전이나 민생 해법이 주변으로 밀려나 버렸고, ‘당대표 당선’이라는 권력의 향배만이 모든 관심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내부 갈등이 아니다. 공당으로서의 책임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과정이다. 특히 여당이라는 정치적 기반을 등에 업고도,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말이 크게 들리지 않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국민 무시(無視)에 가깝다.

국민의힘 대표의 언행도 다르지 않다.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는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뒤흔드는 행위다. 선거결과는 승복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정치의 모든 합의는 의미를 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결과를 뒤집으려 하고 있으니, 이는 단순한 정치 공방이 아니라 체제에 대한 도전이다. 유권자의 선택을 가볍게 여기는 정치가 어떻게 신뢰를 말할 수 있겠는가. 물론 선거 부정이 사실이라면 천벌을 받아야 할 일이다.

정치에서 신뢰는 정치인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휴대폰 비밀번호’마저 공개하지 않은 정치인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이는 독사에게 독이 없다고 믿으라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특종이나 되듯 언론의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으니 해괴(駭怪)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이 욕을 먹어도 싸다는 이야기가 이런 곳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도 범죄와 관련해 수많은 국민이 자신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수사당국에 공개하고 있다. 그 국민이 바보로 취급되는 건, 혐의가 있음에도 공개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이 아니고 뭔가? ‘응답하라’

‘오합지졸(烏合之卒)’ 움직이는 정치권의 판이 그렇게 읽힌다. 국민의 신뢰회복은 말이 아닌 행동에서 나온다. 그 행동의 신뢰는 상식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말하면 입만 아프지 않은가!

권력투쟁에서 삐져나온 계파 갈등은 한국 정치의 병폐다. 본질과 무관한 프레임이 정치의 중심을 차지하는 현실을 만들기 때문이다. 국가의 비전과 정책은 보이지 않고, 자극적인 소재만이 소비되는 정치, 그 정치가 ‘이슈 장사’에 몰두할수록, 시민의 판단은 흐려진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정치 수준의 구조적 하락을 보여주는 신호이기에 정치인들이 그 심각성을 인지해야 함은 더 말하면 잔소리다.

작금의 우리 정치를 보면, 권력에 집착하는 정치, 결과를 부정하는 정치, 본질을 회피하는 정치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지저분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에서 민생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점이다. 농어촌은 지금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이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중앙 정치의 시선은 여전히 권력 게임에 머물러 있다. 이는 정치의 소음은 커지지만, 민생 회복의 목소리는 점점 더 외면당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 증거다.

정치는 책임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는 시끄럽기만 하고 비난과 변명, 그리고 끝없는 후비기로 갈등을 키우고 있다. 정당은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상처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그친다면 남는 것은 갈등과 분열뿐임을 재차 강조한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응답하라”는 요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정치가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이 순간, 침묵은 동조와 마찬가지이기에 나오는 국민의 충고이고 경고다. 국민은 관객이 아니다. “어떤 정치를 용인할 것인지, 어떤 정치에 책임을 물을 것인지”에 대한 주체다. 이 사실을 대한민국 모든 정치인이 각인(刻印)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태도다. 권력보다 책임을, 공방보다 해법을, 프레임보다 본질을 선택하는 정치. 그 기본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지금의 추락은 국민을 태운 브레이크가 파손된 열차와 같다. 정치인들이여! 제발, 분탕질 좀 그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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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건호

'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전무, 전 kbc광주방송 보도국장, '언론보도와 명예훼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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