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칼럼

“6.3지방선거, 5초만 더 생각하고 투표하자”…정직한 신호와 다윈의 구토

“구토가 난다.” 수컷 공작의 꼬리를 보면서 찰스 다윈이 한 말이다. 공작의 꼬리는 천적의 눈에 띄기 쉽고, 도망치기가 어렵기 때문에 살아남는 것이 우선인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라 도태(淘汰)됐어야 마땅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런 다윈이 자신의 저서 <인간의 유래>를 통해 공작의 꼬리를 ‘성적 선택’이라고 결론지었다. 꼬리는 생존 도구가 아니라 유혹의 도구로, ‘정직한 신호’라는 것이다.(중략) 정치의 신호는 자연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 그래서 얼마든지 화려해질 수 있다. 문제는 그 화려함을 능력으로 착각하는 순간이다. 이 신호가 ‘정직’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속지 않겠다’는 서슬 퍼런 안목이다. “5초만 더 생각하고 투표하자.” 이게 이번 선거의 핵심이다. 투표장에 들어가 생각하는 5초는 지역을 위한 민초들이 보내는 ‘정직한 신호’ 타임이기 때문이다.-본문에서. 사진은찰스 다윈

“구토가 난다.”
수컷 공작의 꼬리를 보면서 찰스 다윈이 한 말이다. 공작의 꼬리는 천적의 눈에 띄기 쉽고, 도망치기가 어렵기 때문에 살아남는 것이 우선인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라 도태(淘汰)됐어야 마땅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런 다윈이 자신의 저서 <인간의 유래>를 통해 공작의 꼬리를 ‘성적 선택’이라고 결론지었다. 꼬리는 생존 도구가 아니라 유혹의 도구로, ‘정직한 신호’라는 것이다.

포식자에게 잡히기 쉬운 ‘핸디캡’을 갖고도 살아남은 것은, 역설적으로 공작 수컷의 ‘유전자가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학자도 있다. 몸집이 크고 위험하다는 신호는 ‘정직’하기 때문에 속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그것이 바로 ‘자연 진화의 섭리’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 ‘정직한 신호’가 인간사회로 넘어오면서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클 스펜스는 인간의 학력을 ‘노동시장에서의 신호’로 봤다. 학위를 위해 투입된 시간과 비용이 그 사람의 능력을 보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력이 신호의 정직성을 판단하는 데 반드시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재력이나 태어난 곳, 소득의 불균형 같은 ‘기회(機會)의 불평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력은 개인의 역량보다 ‘배경의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태어난 고등학생은 읍·면 지역 출생자보다 두 배 가까운(1.8배) 사교육비를 쓴다. 상위권 대학 진학률도 소득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5배(5.4배) 이상 높고, 서울대 진학생의 3분의 1이 서울 출신이다. 이러한 ‘배경의 결과물’에 따라 우리의 뇌는 ‘신호의 정직성’보다는 ‘신호 자체’에 반응하며 명문 대학과 좋은 직장, 그리고 명품 소비를 ‘부(富)’의 상징, 또는 ‘실력’으로 여기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정직’에 대한 판단이다. SKY 출신이니 다 잘할 것이라 믿는 것, 재벌이니까 입은 옷이 명품일 것으로 판단하는, 말하자면 ‘이미지’를 ‘신호’로 받아들여 ‘원인’을 ‘본질’에서 빼고 판단하는 오류다. 이런 단순하고 직관적인 내재성 ‘휴리스틱’은 피곤한 ‘진실’보다 편안한 ‘오해’를 선호하기 때문에 ‘신호의 정직성’을 무너뜨린 결과를 가져온다.

이 같은 휴리스틱은 인간사회의 ‘정직성’을 망치기도 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장학증서 수여식)에 12만원짜리 옷을 입었는데도 믿지 않는 것과 같은 판단의 오류, 부자가 입은 옷은 비쌀 것이라는 ‘휴리스틱’, 지레짐작으로 ‘그럴 것이다’라는 판단은 ‘정직성’을 외면하게 만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만 해도 그렇다. ‘모나리자’ 그림은 루브르박물관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한 2년 뒤부터 세상에 알려졌고, 도난으로 유명해졌는데도 사람들은 ‘원래 명작’이었을 것이라며 즉흥적인 ‘휴리스틱’, 즉 어림짐작으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결국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신호’를 무시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는 눈에 띄는 것을 그 사람의 본질적 속성으로 단정 짓는 심리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의 ‘인지적(認知的)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 선거다. 선거에 뛰어든 후보의 경우 ‘본인의 이미지’를 숨기는 경우가 흔한데, 이를 간파하지 못한 유권자들은 공약보다는 정당이나 경력, 출신지, 학맥 같은 ‘신호’에 먼저 반응한다. 이 같은 생리를 잘 아는 후보자는 유권자의 ‘인지적 약점’을 미끼로 표밭을 다진다. 여기에다 중앙정치가 불어대는 ‘이미지 바람’이 지역 선거판에 스며들면 흔들리는 건 유권자의 판단이다. 인물 됨됨이를 떠나 특정 지역에서 특정 당 후보가 되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좋은 예다.

대기업 CEO 출신이니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추측, 2조원이 넘는 광주의 부채를 전남이 떠안아야 하는데도 통합하면 무조건 좋을 것이라고 믿는 정치적 휩쓸림, 이란과의 전쟁에는 도널드 트럼프와 베냐민 네타냐후의 ‘개인 욕심’이 들어 있다는 것을 직시하지 않고, 지도자의 ‘결단’으로 착각하는 오류가 여기에 포함된다.

정치인들은 이 ‘이미지 변신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 전두환이 광주학살을 덮기 위해 프로야구를 만들어 국민의 시각을 돌린 것과 같은 것이다. 선거에서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말들을 쏟아내며 ‘공작의 꼬리’ 같은 화려한 공약을 남발하는 것도 같은 종류다.

그래서 이번 선거를 통해 해야 할 일은 꼬리 흔들기에 바쁜 ‘이미지형 지도자’를 가려내는 일이다. 지역의 미래는 화려한 공작의 꼬리 위가 아니라, 투박하더라도 단단한 실행력의 토양 위에 만들어져야 한다. 따라서 단체장은 물론 지방의원을 어떤 후보에게 맡겨야 하는가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의 포인트다.

결국 질문은 다시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 “무엇을 위해 투표할 것인가?” 공작의 꼬리는 그 비용이 크기에 정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 내미는 신호는 얼마든지 저렴한 비용으로 조작할 수 있다. 따라서 ‘후보자의 화려한 언변과 강렬한 이미지’가 때로는 무능을 감추는 가장 완벽한 ‘분장술’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우선해야 할 것은 “후보자의 ‘말’이 실제 ‘정책적 대안’인지, 그들이 보여주는 ‘과거의 영광’이 미래의 문제를 해결할 ‘현재의 능력’인지를 냉정하게 따져 보는 것”이다. 그래서 후보자들을 대할 때마다 수시(隨時)로 그들의 화려한 꼬리만을 탐닉하는 것은 아닌지를 점검하고, 서치하고, “응답하라”고 스스로 채찍질해야 한다.

정치의 신호는 자연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 그래서 얼마든지 화려해질 수 있다. 문제는 그 화려함을 능력으로 착각하는 순간이다. 이 신호가 ‘정직’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속지 않겠다’는 서슬 퍼런 안목이다. “5초만 더 생각하고 투표하자.” 이게 이번 선거의 핵심이다. 투표장에 들어가 생각하는 5초는 지역을 위한 민초들이 보내는 ‘정직한 신호’ 타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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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건호

'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전무, 전 kbc광주방송 보도국장, '언론보도와 명예훼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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