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사회칼럼

[신건호 칼럼] “대통령부터 응답하라”…코스피 5000, 숫자는 봄인데 삶은 왜 겨울인가

올해도 여전히 봄은 왔지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직도 소생(蘇生)은 선택되지 않았다. 세계인이 원하는 선택은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꿰뚫는 방향 제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탁란(托卵)’의 얌체 짓이 아니라, 어지러운 현실을 ‘탁란(濁亂)하다’고 말하는 용기다.-본문에서. 사진은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 포스터. 영화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자유로운 영혼 맥머피가 억압적인 간호사 래치드가 지배하는 병동에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는 환자들에게 웃음과 선택의 자유를 가르치지만, 체제를 유지하려는 권력과 충돌한다. 결국 맥머피는 희생되지만, 그의 저항은 다른 환자에게 탈출의 용기를 남긴다.

코스피가 5천을 넘었다. 증시의 붉은 숫자와 함께 따뜻한 봄이 온 듯하다. 그런데도 체감 물가는 묘하게 높다. 정부 정책이 “과자 값은 그대로 두고 과자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과 같다”고 진단하는 사람이 늘어난 이유다.

“식당에서 밥 한 끼 먹어보면 국민이 왜 힘들다고 하는지 느껴진다”고 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책상 위 보고서가 아니라 국민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관료들을 독려한 바 있다. 그런데 서민이 체감하는 경기 회복의 간극은 아직도 멀다. 미국의 이란 폭격이 세계 경제를 벼랑으로 몰고 있어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라고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떠오른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맞다. 석유값이 오르고 세계 질서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 경기 회복의 봄을 느끼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이 그렇다. 우리의 농촌만 해도 두레와 품앗이는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가 되었고, 새봄 잡초들의 성화는 농민들의 일손 걱정으로 이어진다.

이런 걱정 때문에 정부가 올해 외국인 근로자 10만 9천명을 들여오기로 했다. 농가가 하루 10만원 정도 부담하면 외국인 근로자 1명을 고용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정책을 효율만 놓고 보면 잘 짜인 시스템이다. 문제는 효율의 방향이다. 외국인 노동 없이 잘 돌아가지 않는 농촌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다.

지난해 국내 거주 취업 외국인은 110만명을 넘었다. 130만명의 광주 인구를 감안하면 광역도시급이다. 그러다 보니 식당 서빙은 외국인 차지가 되었고, 산업 현장 곳곳은 이미 ‘보조 인력’이 아니라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월 300만원 이상을 버는 비율도 36.9%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일자리에 왜 대한민국 청년은 없는가.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

지난해 대한민국의 청년 고용률은 45%까지 떨어졌다. 60세 이상 고용률보다 낮다.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50만명을 넘었다. 이는 의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청년은 쉬고 노인이 일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이 모순(矛盾)이 대한민국의 현재다.

모순의 출발점은 교육이다. 우리나라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17년 연속 OECD 회원국 중 1위다. 순기능이 많지만, 직설하면 대학 졸업이 생존을 위한 좀 더 나은 ‘통로’가 되는 사회라는 뜻이다. 그러니 청년들 눈에 식당 서빙이 들어오겠는가. 이는 곧 일자리를 외국인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증거다. 그래서 우리 현실이 ‘탁란(托卵)’의 주인공 ‘뻐꾸기’를 닮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뻐꾸기는 둥지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둥지의 원주인은 뻐꾸기 알이 자기 알인 줄 알고 품어 키운다. 뻐꾸기는 또 원래 주인의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기도 한다. 주인인 뱁새는 이를 알지 못한 채 남의 알을 품는 ‘헌신’을 다한다. 하지만 그의 미래는 남지 않는다.

외국인 근로자가 뻐꾸기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탁란’을 닮아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청년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는 ‘필요한 만큼’ 불러오는 정책이 좋은 예다. 이 같은 정책은 자기 둥지를 촘촘히 짜고 환경을 바꾸는 노력보다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새’를 늘리는 격이다. 이런 구조에서 밀려나는 것은 기존 둥지의 주인이다. 오일머니, 페트로달러 때문에 이란을 폭격한 트럼프의 계산도 마찬가지다.

더 심각한 것은 자기도취에 빠진 뻐꾸기들의 노래가 끊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가사창(我歌査唱)이다. 내가 부를 노래를 사돈이 부른다는 말처럼 주객이 전도되어 마치 객(客)이 주인인 양 행세하는 객반위주(客反爲主)의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이 정상인가.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한쪽은 힘을 이용한 망상을 버리지 못하고 전쟁으로 사람을 죽이고 있으니, 속이 터지는 것은 이를 바라보는 세계인들이다.

권력이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기르는 행위와 같은 못된 짓이 곧 ‘탁란’이다. 겉으로는 세계 평화를 말하면서 이익을 챙기기 위해 딴짓을 하고 결국 전쟁을 하는 것, 그런데도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지도력, 세계 각국과 보는 방향이 다른, 회피를 일삼는 힘의 논리가 그렇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탁란’의 행동을 하면서 ‘비전’이라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맞는다면 주인인 국민은 감시자가 아니라 밀려나는 객이 되고, 이것이 반복되면 사회에는 뱁새처럼 남의 알을 키우는 허무함만 남는다.

사실 탁란조는 9천 종의 조류 가운데 102종으로 1% 조금 넘고, ‘탁란’의 성공률도 10% 이하라고 한다. 따라서 탁란의 환경에서 필요한 것은 속이거나 속지 않는 방식으로의 진화다. 서로 당하는 구조는 오래가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에서 청년 일자리야말로 진화가 시급하다. 주거와 일자리, 문화가 함께 설계되지 않는 지역에는 돈벌이가 목적인 외국인만 남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을 값으로만 계산하는 사회 구조는 비전이 없다”는 이야기와 직결된다. 일자리, 농촌 소멸, 경제난은 각각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둥지에서 벌어지는 연쇄적 ‘탁란’이다.

그래서 묻는다. ‘탁란’의 환경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설계할 것인가. 대통령부터 응답하라. 사르트르는 “출생과 죽음 사이에는 선택이 있다”고 했다. 올해도 여전히 봄은 왔지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직도 소생(蘇生)은 선택되지 않았다. 세계인이 원하는 선택은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꿰뚫는 방향 제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탁란(托卵)’의 얌체 짓이 아니라, 어지러운 현실을 ‘탁란(濁亂)하다’고 말하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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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건호

'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전무, 전 kbc광주방송 보도국장, '언론보도와 명예훼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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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의견

  1. 숫자는 봄인데 삶은 왜 겨울인가?
    오늘 주문하면 내일아침에 오던 택배가, 내가 이 물건을 시켰었나?라는 의문이 생길정도의 시간에 도착한다.

    이란과 미국의 전쟁은 모든 나라의 삶의 질서를 어긋나게 하면서 막대한 사회적비용을 감당하게 한다.

    이 즈음의 선거, 이 시국에서 권력의 자리를 쟁취하기 위한 혈투가 난무하고 그와 맞물려서 핑크빛 미래가 담보되는 듯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후보자들이여, 자신이 직접 공부한 결과로 당신들의 정책을 만들어내고 실행할 마음가짐으로 담보된 6월 3일로 가시라. 권력의 자리는 바구니에 이런저런 쓸만한 정책을 담아서 가는 곳이 아니다.

  2. 봄이 왔어도 음지는 있다.
    변덕스러운 이 지구의 생태계에서 생존을 위해 적응하려고 하지만 단단한 대지 위에 뿌리 내리며 살기가 쉽지가 않다
    지구라는 이 이름다운 곳에서 발견도 되지 않은 많은 유용한 것들로 행복해지기 보다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 재개 될때까지 싸워야만 하는 …
    따스한 봄날 위로가 필요한 순간 칼럼을 읽으면서 아주 따스한 손길이 내 마음을 살짝이 녹여주는 것 같다.

    1. 봄이 왔어도 음지는 있다.

      변덕스러운 이 지구의 생태계에서 생존을 위해 적응하려고 하지만 단단한 대지 위에 뿌리 내리며 살기가 쉽지가 않다
      지구라는 이 이름다운 곳에서 발견도 되지 않은 많은 유용한 것들로 행복해지기 보다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 재가 될때까지 싸워야만 하는 …

      따스한 봄날 위로가 필요한 순간 칼럼을 읽으면서 아주 따스한 손길이 내 마음을 살짝이 녹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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