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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인 현지기고] 오판이 키운 중동전쟁 “이 전쟁은 과연 통제되고 있는가”

2026년 3월 25일(현지시간) 쿠웨이트 국제공항 연료탱크 부근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신화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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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하비브 토우미 아시아엔 영어판 편집장, 바레인] 중동 전쟁이 개전 된 지 한 달여가 흘렀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이 전쟁을 상당히 정교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위험한 착각이 존재한다. 현실은 전혀 다르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명확한 목표와 출구를 갖춘 군사작전이 아니다. 오판과 상충하는 이해관계 속에 전장이 넓어지고 있다. 전쟁의 소용돌이 안에서 역내 안보 역시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단행한 초기 공습은 압도적인 우위를 과시하기 위해 설계됐다. 4주 동안 1,500회 이상 실시된 공습은 이란의 군사 인프라, 에너지 시설, 핵 시설을 겨냥했다. 궁극적인 목표도 분명했다. 이란의 군사적 역량을 약화시키고, 지도부를 무력화하며, 중동의 전략적 균형을 재편하기 위한 행위였다.

그러나 전쟁은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실시간으로 반응하면서 스스로 진화한다. 이란의 신속한 대응은 전쟁 국면을 확장시켰다. 이란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에 걸쳐 1,000회 이상의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이 분쟁을 양자 충돌에서 지역의 전면적인 충돌로 재구성했다. 이는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치밀한 전략이다. 이란은 전장을 넓혀가며 자신을 군사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철저히 응징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로 인해 모든 관련국들이 막대한 정치적·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그 손실도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전 세계 석유와 가스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불과 며칠 만에 해상 운송이 급감했고, 연료 가격은 급등했으며, 시장은 변동성에 휩쓸리고 있다.

이번 전쟁은 의사결정자들이 종종 간과하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상호 연결성이 강화된 이 세상에서 전쟁의 여파가 결코 그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분쟁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측면은 인적 피해다. 이란, 레바논, 이라크 등 여러 국가에서의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이들 국가의 핵심 인프라도 심대한 피해를 입었다.

정량적 피해 너머에는 더욱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이러한 인도적 피해는 전쟁을 수행하는 프로세스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도심, 에너지 시설, 랜드마크 등을 겨냥한 공격은 억제력뿐 아니라 일종의 과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일반 대중과 동맹국, 그리고 국제 사회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뜻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의 전쟁은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당사국들의 정치 지형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장기전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며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강력한 국내 지지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확전을 추진하고 있다. 두 나라의 상반된 입장 속에 전쟁의 목표점도 흐려지고 있다. 마땅한 출구 전략을 찾기도 어려워졌다.

이들이 주장하는 외교는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수단이라기 보다는 전술적인 숨 고르기에 가까워 보인다. 여러 제안들과 그에 대한 기한, 꾸준한 물밑 협상은 진전이 보이는듯한 인상을 주지만, 지속가능한 해법과는 괴리가 있다. 해상 운송로를 재개하는 것은 평화를 위한 전략이 아니라 피해 통제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분쟁의 그 어떠한 당사자도 긴장 완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각 주체는 협상에서의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군사적·정치적·상징적 우위를 확보하려 한다. 이러한 논리 속에 확전은 외교의 실패가 아닌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그 결과, 중동은 공격-보복-확전이라는 무한지옥에 갇혀버렸다. 워낙 익숙해서 무감각할 뿐, 그 강도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현 상황을 특히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는 개입된 당사자들의 수다. 분쟁이 레바논에서 걸프 지역, 예멘까지 도달하면서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 새로운 전선이 열릴 때마다 각기 다른 역학관계와 오판, 그에 따른 위험 요소들이 추가된다. 새로운 세력의 개입은 전쟁이 통제불능 상태로 치달을 가능성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인다. 지난 한 달간 중동이 피 흘리며 얻은 교훈이다.

미국 및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애초 힘을 과시하기 위해 의도됐을 지 모른다. 그러나 몇 차례의 오판은 군사력, 억지력, 복잡한 지역 정세를 무력만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믿음을 산산조각 냈다.

여전히 ‘종전 시나리오’ ‘결정적 승리’ ‘전략적 성과’에 대한 언급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지금, 우리가 확실히 볼 수 있는 것은 ‘불확실성의 증대’ 뿐이다. 중동의 불확실성은 우리가 결코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

아시아엔 영어판: One Month Into the Iran War: The Illusion of Control – THE AsiaN
아시아엔 신드어판: ايران سان جنگ جو هڪ مهينو: پائدار حل لاءِ ڪا به واضح صورتحال ناهي – THE AsiaN_Sind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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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브 토우미

바레인뉴스에이전시 선임기자, 아시아엔 영문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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