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숙 시인은 아시아엔 독자들에게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그의 시는 여러 차례 아시아엔 지면을 통해 소개됐고, 삶과 수행, 장애와 여행을 아우르는 깊은 성찰은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왔다. 이번에는 그가 사진과 시를 한데 엮은 특별한 여행시화집으로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다.
최명숙 시인(보리수아래 대표)이 사진과 시를 함께 엮은 여행시화집 <삽시간의 황홀 그 너머에>를 도서출판 해조음에서 펴냈다.
이 책은 카메라 렌즈와 시인의 시선으로 포착한 풍경과 사람, 그리고 삶의 인연을 사진과 시로 엮어낸 특별한 시화집이다. 한 장의 사진은 한 편의 시를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시를 읽은 뒤 다시 사진을 바라보면 셔터를 누르던 순간의 빛과 바람, 숨결과 감정이 더욱 깊게 되살아난다. 사진과 시는 서로의 여백을 채우며 독자에게 또 하나의 여행을 선사한다.
<삽시간의 황홀 그 너머에>는 여행지를 소개하는 안내서가 아니다. 낯선 골목과 오래된 사찰,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자연의 풍경 속에서 발견한 삶과 인연, 시간과 존재의 의미를 담담하게 성찰한 기록이다. 여행은 풍경을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다시 만나는 과정임을 시인은 조용한 언어로 들려준다.
특히 저자는 뇌성마비 장애로 인해 이동의 제약과 불편, 예기치 않은 어려움을 수없이 마주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길을 이어왔다. 계단 하나, 비탈길 하나도 쉽게 넘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여행은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지만 저자에게는 용기와 인내, 그리고 수많은 사람의 도움과 배려가 함께한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장애를 삶의 한계가 아닌 새로운 시선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이며, 천천히 걸었기에 더 깊이 보고 더 오래 머물며 더 따뜻하게 세상을 품을 수 있었다.
여행에서 만난 작은 인연과 풍경은 삶의 아름다움과 무상함을 노래하는 시가 되었고, 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깊은 성찰은 작품마다 잔잔한 울림과 위로를 전한다. 장애를 극복하며 길 위에서 발견한 희망과 감사의 기록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는 용기를, 비장애인들에게는 장애인의 삶과 여행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선을 선사한다.
추천사도 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방귀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은 “사진 한 장과 한 편의 시로 순간의 황홀을 영원으로 남기고, 풍경 너머 삶의 경이로움을 길어 올린다”고 평했다. 필자는 추천사에서 “풍경 너머의 이야기와 사람 너머의 삶을 통해 여행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과정임을 조용히 일깨워 주는 책”이라고 썼다. 이승하 시인(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은 “사진을 따라 걷고 시를 따라 머무는 동안 독자는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은 아름다운 여행의 시작이 되어 줄 것”이라고 추천했다.
사진을 따라 걷고 시를 따라 머무는 동안 독자는 자신의 기억과 삶을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 사진과 시를 좋아하는 독자는 물론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마음의 쉼표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선사한다. 더 나아가 장애를 넘어 삶을 향해 묵묵히 걸어온 한 시인의 발자취를 통해 진정한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데 있음을 일깨워 준다.
최명숙 시인은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시와비평>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불교아동문학회, 국제문단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장애인 문화예술단체 ‘보리수아래’를 이끌고 있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이사,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위원회 위원, 계간 <국제문단>·<솟대평론> 편집위원,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사 등으로 활동하며 문학과 문화예술을 통한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시집 <심검당 살구꽃>, <사람이 사람에게로 가 서면> 등을 비롯해 수필집 <마음의 쉼표 하나>, <구도시인 최명숙> 등을 펴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대상 국무총리상, 장애인의 날 대통령 표창, 대한불교조계종 포교대상 원력상 등을 수상했다.

필자는 2017년 가을, 최 시인이 ‘상머슴’으로 섬기고 있는 ‘보리수아래’ 회원들과 미얀마 장애 시인들의 문학 교류를 위해 3박 4일 일정으로 미얀마를 함께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행사 기획부터 현지 프로그램 운영, 귀국 후 미얀마와 한국 장애 시인들의 작품을 엮은 시집 발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빈틈없이 챙기는 그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의 치밀한 준비와 따뜻한 배려, 묵묵한 실천은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번 <삽시간의 황홀 그 너머에> 역시 그런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믿는다. 그동안 펴낸 여러 권의 시집과 수필집, 장애인 문화예술을 위한 다양한 활동 또한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낸 결실은 아니었을 것이다. 뜻을 함께한 이들의 응원과 동행, 그리고 무엇보다 삶을 향한 그의 변함없는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여정이었다. 이 여행시화집은 한 시인의 여행 기록을 넘어, 사람과 사람, 풍경과 삶, 그리고 함께 걸어온 시간에 바치는 아름다운 헌사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