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신비한 동남풍이 아니라, 바람까지 계산하는 인간의 전쟁이다.”
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라면 적벽대전의 동남풍을 기억할 것이다. 제갈량은 칠성단에 올라 기도를 드렸고, 마침내 동남풍이 불어 황개의 화공은 조조의 대군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이것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이야기다. 진수의 『삼국지』에는 제갈량이 바람을 불러왔다는 기록은 없다. 다만 화공이 성공했고, 바람이 불어 불길이 번졌다는 사실만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제갈량은 정말 바람을 불러온 것이 아니라, 바람이 바뀔 때를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
1700년이 지난 뒤에도 군인들은 여전히 바람을 기다렸다. 1915년 제1차 세계대전 이프르 전투에서 독일군은 염소가스를 살포하기 위해 며칠씩 공격을 미루었다. 바람이 적진으로 불지 않으면 공격은 실패했고, 방향이 바뀌면 독가스는 오히려 자기 참호를 덮쳤다. 화학전의 성패는 무기만이 아니라 바람에도 달려 있었다.
‘적벽대전의 제갈량’과 ‘현대전의 기상 분석’
생물학무기도 다르지 않다. 병원체, 무기화 기술, 운반체와 함께 기상 조건은 생물테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바람과 대기의 상태는 병원체가 어디로 확산되고 얼마나 오래 공기 중에 머무를 지를 좌우한다. 그래서 현대의 군사기상학과 생물방어는 무기뿐 아니라 의료 대응까지 함께 준비한다.
최근 한반도에서도 바람을 타고 국경을 넘는 풍선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그 목적이 무엇이었든, 우리는 한 가지 사실만은 기억해야 한다. 하늘을 이용하는 모든 운반체는 결국 바람을 읽는 기술과 떼어놓을 수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제갈량이 동남풍을 불러왔다고 믿었다. 그러나 역사는 어쩌면 그보다 더 현실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위대한 전략가는 바람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바람이 언제 불 것인지를 아는 사람이었다. 적벽대전에서나 제1차 세계대전에서나, 그리고 오늘날에도 바람은 여전히 무기의 일부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신비한 동남풍이 아니라, 바람까지 계산하는 인간의 전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