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군참모총장께 드리는 공개 질의…대한민국의 장교 양성과 군의 미래를 위한 한 선배 장교의 요청
육군참모총장님께.
먼저 대한민국 육군을 이끌고 계시는 총장님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평생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와 군사전략을 연구해 왔으며, 한때 육군사관학교에서 훈육관으로 근무하면서 지금의 총장님 기수를 직접 지도했던 선배 장교입니다. 당시에는 생도와 훈육관의 관계였지만, 오늘 저는 제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육군의 최고 책임자인 육군참모총장께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그리고 평생 군을 연구해 온 사람으로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여쭙고자 합니다.
이 글은 비판을 위한 글도 아니고, 특정 정책에 대한 찬반을 강요하기 위한 글도 아닙니다. 또한 총장님의 정치적 입장을 묻기 위한 것도 결코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장교 양성 체계와 육군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안에 대하여 가장 책임 있는 위치에 계신 분의 전문적 견해를 국민에게 들려주시기를 요청하는 공개 질의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5조는 국군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이란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의 이해관계에 군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의미이지, 군의 전문성과 직결되는 국방정책에 대해 군사적 견해를 밝히는 것까지 금지하는 개념은 아닙니다.
오히려 육군참모총장은 법률상 양병(養兵)의 최고 책임자이며, 육군사관학교 역시 총장의 지휘와 책임 아래 운영되는 교육기관입니다. 따라서 장교 양성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총장님의 전문적 의견은 단순한 개인의 견해가 아니라 국민이 반드시 경청해야 할 중요한 군사적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국가와 군을 위해 소신을 밝힌 지휘관들은 적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맥아더 원수는 제한전 전략에 대해 자신의 군사적 견해를 분명히 밝혔으며, 존 싱글러브 장군은 주한미군 철수 정책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에릭 신세키 육군참모총장은 이라크전 병력 규모에 대해 전문적 판단을 제시하였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역시 국가안보에 관한 자신의 신념을 밝힌 뒤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우리 군에서도 이종찬 장군, 한신 장군, 민병돈 장군, 남재준 총장 등은 군의 전문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소신을 분명히 밝혔으며, 오늘날 그들의 행적은 정치적 행동이 아니라 군인으로서의 책임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총장님.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합사관학교 설립 방안은 대한민국 장교 양성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정책입니다. 미래전의 특성을 고려한 합동성 강화라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책이 실제로 그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군 안팎에서 매우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며, 국민 역시 적지 않은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논란이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군사적 전문성에 의해 검증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육군의 양병을 책임지고 계시는 총장님께 다음 사항에 대한 견해를 정중히 여쭙고자 합니다.
첫째, 현재 추진되는 통합사관학교 체제가 과연 미래전에서 요구되는 합동성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하시는지요. 합동성은 생도 시절부터의 통합교육으로 형성되는 것인지, 아니면 각 군에서 전문성을 충분히 축적한 이후 합동참모교육과 실전 경험을 통해 발전하는 것인지에 대한 총장님의 군사적 판단을 국민들은 듣고 싶어 합니다.
둘째, 현재도 육군은 우수 장교 확보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생도 중도퇴교 증가와 초급장교 지원 감소는 이미 여러 차례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도권에 위치한 육군사관학교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될 경우 우수 인재 확보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는지, 그리고 그러한 위험을 최소화할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지 설명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셋째, 정부는 통합사관학교를 통해 합동성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장교단의 상당수는 학군사관후보생, 학사장교, 삼군사관학교 출신 등 다양한 양성과정을 통해 임관하고 있습니다. 만약 사관학교만 통합된다면 이들 장교들의 합동성은 어떤 방식으로 강화할 것인지, 그리고 장교단 전체의 통합된 교육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총장님의 견해도 국민은 알고 싶어 합니다.
넷째, 사관학교는 단순한 대학이 아니라 대한민국 장교단의 정신적 기반을 형성하는 교육기관입니다. 전통과 역사, 상징성과 교육환경 역시 전투력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총장님께서는 이러한 무형의 가치들이 새로운 제도 속에서도 충분히 계승될 수 있다고 판단하시는지, 그렇다면 그 방안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총장님.
이 질문들은 어느 한 정책을 찬성하거나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육군의 미래와 장교 양성체계의 방향을 결정하는 문제인 만큼, 가장 책임 있는 위치에 계신 분의 전문적 의견을 국민과 함께 듣고자 하는 것입니다.
총장님의 답변은 특정 정부를 위한 답변이 아니라 대한민국 육군의 미래를 위한 기록이 될 것입니다. 저 역시 과거에는 총장님 기수를 훈육했던 선배 장교였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글에서는 과거의 사제 관계를 앞세우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의 총장님은 육군 전체를 대표하는 최고 지휘관이며, 저는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그 직책에 존경을 표합니다.
존경은 침묵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민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을 기대하게 합니다.
역사는 중요한 순간마다 누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가뿐 아니라, 누가 어떤 책임 있는 목소리를 냈는가를 함께 기록합니다.
총장님의 진솔하고 전문적인 견해는 장차 대한민국 장교 양성체계의 발전은 물론 국민적 신뢰를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부디 대한민국 육군을 책임지는 최고지휘관으로서, 그리고 장교 양성을 책임지는 양병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 앞에 귀중한 고견을 들려주시기를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육군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조국을 위한 복무에 감사드립니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주은식 (예비역 육군 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