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주은식 칼럼] ‘단식’의 회의론을 ‘정책’의 확신으로 바꾼 장동혁 대표의 국회 연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국회 연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을 중단했을 때, 솔직히 회의적인 마음이 앞섰다. “저렇게 끝낼 바에 왜 단식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당이나 청와대가 크게 주목하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단식이 내걸었던 목표가 분명하게 관철된 것도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단식 중단을 권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나의 시선은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국회 연설을 지켜본 뒤 생각이 바뀌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준비된 야당 대표의 연설”을 보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연설문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숙지한 상태에서, 국민을 상대로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은 근래 보기 드문 안정감 있는 장면이었다.

장동혁 대표의 국회 연설은 단순한 정쟁 비판이 아니었다. 국제정세 인식에서 출발해 경제정책, 사회개혁, 미래전략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하나의 논리 구조로 연결하며 종합적인 국정 비전을 제시했다. 연설의 서두에서 그는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언급하며 세계 질서가 불안정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으로 출발했다.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 보호주의의 확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대한민국이 처한 외교·안보 환경을 냉철하게 분석했다.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국제 사례와 현실 인식에 기반한 문제 제기였다.

그는 대한민국 외교의 중심축은 한미동맹이어야 하며, 감정적 중립 외교가 아니라 국익 중심의 전략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통상 압박 등 구체적 이슈를 거론하며 현 정부 외교정책의 미숙함을 지적했고, 원칙 없는 메시지로는 국익을 지킬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외교 분야에서 한 가지 더 짚었더라면 설득력이 더욱 커졌을 대목도 있다. 현재 주요 국가에 대한 대사급 외교관 공석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정부가 이 문제를 장기간 방치하며 외교 역량이 약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까지 함께 문제 제기했다면 국민의 체감은 더 컸을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도 그는 “현금 살포가 아니라 경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이 물가와 환율 불안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특히 청년 일자리 감소를 근거로 고용지표가 실물경제의 고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짚은 대목은 현실감이 컸다.

여기에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현장의 체감까지 더 구체적으로 담아냈다면 더 강한 메시지가 되었을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높다고 해서 국민 삶이 곧바로 나아지는 것은 아니며, ‘장부 위의 경제’와 ‘거리의 경제’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안으로 ‘노력이 빛나는 나라’를 제시하며 노동시장 개혁, 규제 혁신, AI 산업과 SMR(소형모듈원전) 육성을 통한 국가 대전환의 방향을 설명했다. 이번 연설의 정치적 의미는 분명하다. 과거 공격형 야당 정치에서 대안 제시형 야당 정치로의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감정적 선동 대신 논리와 자료로 말했고,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영수회담이나 여야 공동 TF 구성을 제안하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제 과제는 말이 아니라 실행이다. 제시한 정책들을 실제 입법과 예산으로 연결시키는 실행력이 뒤따라야 한다. 동시에 단식 중단 과정에서 제기된 의구심과 보수 진영 내부의 분열을 넘어 미래지향적 보수연합을 이끌어낼 통합 리더십도 필요하다.

장동혁 대표의 이번 연설은 보수 진영이 다시 국정 운영 세력으로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였다. 감정 정치가 난무하는 한국 정치에서 보기 드문 ‘이성적 리더십’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지도자는 결국 자신의 생각을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연설은 그 기본 자격을 보여준 사례였으며, 앞으로 이 비전을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한국 정치의 전환점이 만들어질 것이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전 1기갑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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