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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 촉구한 키르기스스탄 ’75인 서한’…정치적 표현의 자유인가, 국가 체제에 대한 위협인가

키르기스스탄 국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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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쿠반 압디멘, 키르기스스탄 센트럴아시안라이트 발행인] 지난 7월 2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지방법원이 이른바 ’75인 서한’으로 알려진 사건에 대한 판결을 선고했다. 피고인 전원의 권력 찬탈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재산 몰수와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법원은 3년간의 보호관찰을 선고해 피고인들이 교도소에 수감되진 않는다.

해당 사건은 정부기관 내부의 알력다툼과 인사 교체를 배경으로 전개됐다. 사건의 발단은 캄치베크 타시예프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 누를란베크 투르군베크 우울루 키르기스스탄 의회 의장 등의 연이은 사임이었다. 이들을 지지했던 일부 의원들도 사임하며 사태가 확산됐다.

이 무렵, ’75인 서한’이 등장하며 논란이 증폭됐다. 전직 공직자들이 참여한 서한은 정부가 조기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이 정치적·법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유다. 수사 당국은 이에 대해 조기 대선을 명분으로 정국 불안정을 야기하고, 정권을 인위적으로 교체하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인들은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있지 않은, 정국에 대한 단순한 입장 표명이라고 반론했다.

이번 사건으로 캄치베크 타시예프 전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 쿠르만쿨 줄루셰프 전 검찰총장, 누를란베크 투르군베크 우울루 전 키르기스스탄 의회 의장, 쿠르산 아사노프 전 내무부 차관, 알리 카라셰프 전 부총리 겸 전 국회의원, 에밀베크 우자크바예프 전 우즈베키스탄 주재 대사 등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피고인 전원에게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구금 상태였던 피고인 5인은 출국이 제한된다는 전제 하에 법정에서 석방됐다. 앞서 검찰은 피고인 각각에 대해 징역 9년을 구형했고, 변호인단은 전원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판결 이후 일부 피고인들은 상급 법원에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번 판결은 일종의 절충안으로 평가받는다. 법원은 헌정 질서를 침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형사 범죄 그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했으나, 실형 대신 보호관찰을 적용해 형량을 크게 낮췄다. 항소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 사건은 향후 피고 측이 주장하는 정치적 의사표현과 수사 당국이 판단한 국가 체제에 대한 위협이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에 대한 여론도 극명히 엇갈린다. 판결이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보는 이들과, 판결이 부당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대립하고 있다. 전자는 전직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과 전직 국회의장이 결탁해 정권 교체를 도모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타시예프가 키르기스스탄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저지른 부적절한 행위들을 근거로 제시한다.

반면 후자는 정권 교체 음모는 없었으며, 타시예프가 그간 국익을 위해 기여해 왔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그 근거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횡령금을 국고로 환수했던 부패 척결의 공로와 타지키스탄과의 국경 분쟁 협상 등을 제시한다. 특히 그는 국경 분쟁을 해결한 공로로 ‘키르기스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적도 있다.

재판부는 비교적 관대한 판결에 대해 “범죄가 완전히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범죄가 실행 환경을 조성하는 준비 단계에 그쳤을 뿐, 실질적인 범행까진 이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한 범행 의도의 경중과 피고인들의 사회적 지위, 인성 등을 고려해 사회와 격리하지 않고도 교화가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럼에도 주요 피고인 타시예프, 투르군베크 우울루, 줄루셰프의 변호인단은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안에 정통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캄치베크 타시예프의 오랜 동맹이 타시예프의 과오로 완전히 분열됐고, 이 점이 법원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키르기스스탄 정치판을 겪어온 비평가들은 2027년 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 정부가 판결이 뒤집히도록 지켜보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판결이 뒤집혀 타시예프가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된다면, 조기 대선으로 세를 규합했던 그가 자파로프의 강력한 대항마로 급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엔 영어판: A Futile Rush to Power in Kyrgyzstan Results in Court Verdict – THE A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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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반 압디멘(Kuban Abdymen)

키르기기스탄 국영통신사 KABAR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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