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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한숨에 읽는 호주 범죄 소설사’…20년 호주 거주 번역가의 시선

<한숨에 읽는 호주 범죄 소설사>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범죄 소설의 계보를 훑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호주라는 사회를 내부에서 관찰하는 경험에 가깝다. 이야기 속 범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독자는 한 국가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이면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한국 독자들에게 호주는 여전히 낯선 나라다. 관광지로서의 이미지나 자연 풍광은 익숙하지만, 그 사회의 내면과 역사, 특히 ‘범죄’라는 렌즈로 들여다본 호주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점에서 <한숨에 읽는 호주 범죄 소설사>(글로벌콘텐츠, 2026년 2월 28일, 스티븐 나이트 저·장영필 역)는 단순한 장르 문학 해설서를 넘어, 한 국가의 속살을 들여다보게 하는 드문 안내서다.

이 책은 약 200년에 걸친 호주 범죄 소설의 흐름을 통해, 감옥 식민지에서 출발한 사회의 기원, 정착민과 원주민의 갈등, 도시화 과정에서의 범죄 양상, 그리고 현대의 복합적 사회 구조까지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범죄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것이 드러난다. 한 사회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숨기며, 어떻게 스스로를 정당화해 왔는지가 서사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히 한국 독자에게 ‘호주 범죄 소설’이라는 소재 자체가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낯섦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익숙한 영미 범죄 서사와는 다른 결, 다른 역사, 다른 사회적 긴장이 펼쳐지며, 독자는 자연스럽게 “호주라는 나라는 어떤 곳인가”라는 질문에 이르게 된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통로다.

이 책의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은 역자 장영필의 이력이다. 40세를 훌쩍 넘어 호주로 이민을 선택한 그의 삶은, 19세기 영국에서 새로운 세계를 향해 건너갔던 초기 호주 이주민들의 궤적과 묘하게 겹쳐진다. 안정된 기반을 뒤로하고 낯선 대륙으로 향한 선택,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배우고 일하며 정착해가는 과정은 하나의 ‘현대적 개척 서사’라 할 만하다.

그는 현지 도서관에서 근무하며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호주의 문화와 역사를 한국 독자에게 꾸준히 번역해 소개해 왔다. 이는 단순한 번역 작업을 넘어, 자신이 살아낸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이해를 타인과 나누려는 태도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저자의 연구 성과와 함께, 역자의 삶과 시선이 겹쳐진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숨에 읽는 호주 범죄 소설사>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범죄 소설의 계보를 훑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호주라는 사회를 내부에서 관찰하는 경험에 가깝다. 이야기 속 범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독자는 한 국가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이면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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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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