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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공포 속 라마단…바레인 어린이들의 ‘드라이브바이 가르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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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걸프 어린이들 노래를 잠재울 때…전쟁 속에서도 ‘드라이브바이 방식’으로 전통 지켜낸 가르가온

오늘로 휴교 사흘째를 맞은 바레인의 풍경이 이 이야기 곳곳에 묻어난다. 아이들의 노래가 사라진 거리와 조심스러운 축제의 모습은 전쟁의 긴장 속에서도 전통을 지키려는 가족들의 마음을 보여준다.

바레인과 걸프 지역 어린이들에게 가르가온(Gargaoon)은 라마단 기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밤이다. 라마단은 무슬림들이 성찰과 나눔, 축복의 시간으로 여기는 신성한 달이다.

가르가온은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깊이 새겨진 의식이다. 라마단 중반에 열리는 이 축제는 금식을 시도한 어린이들을 격려하고 공동체의 따뜻함을 느끼게 하기 위해 마련된다.

수세대 전에는 대추야자와 사탕을 나누는 소박한 풍습으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흐르며 화려한 모임과 활기찬 동네 축제로 발전했다.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불빛이 반짝이고 집집마다 문을 연다. 화려한 자수 장식의 잘라비야를 입고 섬세한 금 장신구로 치장한 소녀들, 전통 바레인 의상인 토브와 재킷, 모자를 쓴 소년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가르가온 노래를 부른다.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 전해 내려온 익숙한 멜로디를 부르며 정성껏 고른 장식 가방에 사탕과 견과류를 모은다.

이 행사는 단순한 어린이 나들이가 아니다.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올해는 전쟁의 그림자가 그 기쁨 위에 길게 드리워졌다.

공식적인 통행금지는 없지만 바레인의 도시와 마을 거리는 예년과 달리 유난히 조용하고 텅 비어 있다. 동네마다 울려 퍼지던 웃음소리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부모들은 지역에 미사일과 드론 위협이 있다는 당국의 경고를 의식해 아이들이 밖에 나가는 것을 만류하고 있다. 장식도 없고 노래도 들리지 않는다.

아이들과 가족에게 이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가르가온은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상징하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거리로 나와 마음껏 즐기는 달콤한 밤이다.

가르가온의 부재는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에 또 하나의 조용한 양보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은 이미 원격 수업과 온라인 교육으로 일상의 변화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제약 속에서도 일부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기쁨을 전하기 위한 안전하고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새로운 방식의 가르가온을 고안한 것이다.

사탕과 견과류를 담은 바구니를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부모들이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지정된 장소로 오면 나눠주는 방식이었다.

이른바 ‘드라이브바이 가르가온’은 예전처럼 자유롭게 거리를 돌아다니는 즐거움은 없었지만 중요한 한 가지를 지켜냈다. 두려움이 아이들의 기쁨까지 빼앗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이 전통을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축제를 취소하는 것은 또 다른 상실을 의미한다. 이미 많은 일상을 포기해야 했던 아이들에게 깊은 허탈감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집 안에 머물러야 하고 노래가 사라지고 문이 닫혀 있다면 그 대가는 너무 크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 자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올해의 가르가온은 다른 방식으로 기억될 것이다. 화려한 불빛과 열린 거리 때문이 아니라 사랑하는 전통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가족들의 결심 때문일 것이다.

차 창문을 통해 조심스럽게 건네진 사탕 바구니, 집 안에서 조용히 부르는 아이의 노래 속에는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전쟁 속에서도 아이들의 기쁨은 지켜져야 한다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주장이다.

지난 닷새 동안 전쟁은 파괴와 불확실성을 동반하며 사람들의 일상을 눈에 보이게 또 보이지 않게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그것이 가르가온을 사라지게 하지는 못했다.

가르가온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엔 영어판: When War Silences the Songs of Gulf Children – THE AsiaN
아시아엔 러시아어판: Когда война заглушает песни детей Персидского залива – THE AsiaN_Russian
아시아엔 신드어판: جڏهن جنگ نار جي ٻارن جي گيتن کي خاموش ڪري ڇڏيو – THE AsiaN_Sind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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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브 토우미

바레인뉴스에이전시 선임기자, 아시아엔 영문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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