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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 배터리 공장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들이닥친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장면 속에서 한국인 직원들이 줄지어 호송버스에 오르는 모습이 그대로 공개됐다. 허리와 손발에 체인이 묶인 채 압송된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 그들이 느꼈을 공포와 모멸은 영상 밖에서도 전해진다.
회사가 시켜서 갔을 뿐인데, 단 하루 아침에 불법 노동자로 낙인찍혀 수갑과 족쇄에 묶였다. 체포된 475명 중 332명이 한국인이었다. 비자 조건 위반이라는 이유였다. ICE는 “단기·관광 비자는 노동이 금지되어 있으며, 이번 작전은 불법 고용 수사와 미국 노동시장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왜 하필 한국이 막대한 규모의 투자와 ‘성공적 정상회담’을 치른 지 열흘 만에 이런 대규모 단속을 겪어야 했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ICE가 자기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피했다. 하지만 단일 현장 최대 규모 단속을 대통령실 사전 보고 없이 진행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우연의 일치라 하기에는 시점이 정치적이다. 중국 전승절 행사에 한국 국회의장이 참석한 직후라는 점도 겹친다. 법 집행의 외피를 쓴 정치적 메시지, 즉 경고였다고 보는 이유다.

이 장면은 10여 년 전 캐나다에서 일어난 또 다른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전대근 목사 사건이다. 2015년 4월, 토론토 노스라이트칼리지 행정실장이던 그는 출근길에 연방경찰에 체포됐다. 혐의는 아시아계 성매매 조직 두목. 전 목사는 그날 이후 32개월간 몬트리올 구치소에 수감됐다.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국내외 언론들이 그의 얼굴을 ‘범죄자’로 내보냈다. 그러나 이후 재판에서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끝내 제시되지 못했다. 2017년 말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이미 학교는 문을 닫았고, 여권과 영주권은 돌려받지 못했다. 신분 없는 생활이 이어졌고, 지금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전대근 목사 사건은 캐나다 정치권의 매춘법 강화와 치적 홍보 속에서 희생양으로 이용된 측면이 크다. 검찰은 혐의 입증에 실패했지만, 그는 3년 가까운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 기간 한국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아시아엔>과 일부 언론만이 사건을 추적했을 뿐, 본격적인 외교적 노력은 부족했다.
미국 조지아주의 단속과 캐나다의 전대근 목사 누명 사건은 다른 시대, 다른 나라에서 벌어졌지만, 공통점은 뚜렷하다.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자행된 과잉 집행이 한국인들을 희생시켰다는 것이다. 체인에 묶여 압송된 노동자와 억울한 옥살이에 갇힌 목사 모두 개인적 차원에서 감당하기 벅찬 고통을 짊어져야 했다.
문제는 한국 사회와 정부의 대응이다. 정상회담에서 수십 조 투자를 약속했다는 자부심, 선교사와 교민들이 현지에서 한국을 빛낸다는 이야기들은 흔히 들려오지만, 정작 이처럼 자국민이 억울하게 구금되고 체포되는 순간 한국은 어디에 있었는가.
국격은 정상회담 사진 속 화려한 미소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억울하게 수갑이 채워진 국민 한 사람을 얼마나 지켜내는가에 달려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인들이 두려움 없이 일하고 공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 그것이 글로벌 중추국가의 시작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단속은 일회적 사건이 아닐 수 있다. 전대근 목사 사건도 단순한 개인 불운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한국인은 언제든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보다 체계적인 해외 동포 보호 시스템, 신속한 외교적 대응, 법률적 지원망을 마련해야 한다.
아시아엔은 지난 10여 년간 이 같은 사건들을 기록하고 증언해왔다. 언론이 이 일을 멈춘다면, 억울한 옥살이와 수갑 찬 행렬은 다시 반복될 것이다.
체인에 묶인 노동자들의 눈빛, 구치소에서 잃어버린 세월을 호소하던 전대근 목사의 목소리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한다. “국가는, 사회는, 언론은 어디에 있었는가.” 이제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
아시아엔 영어판: What Is the Role of the State When Koreans Are Chained and Wrongly Imprisoned Abroad? – THE AsiaN
아시아엔 신디판: آمريڪا ۾ ڏکڻ ڪوريائي باشندن جي نظربندي: ڪوريا جي ذميواريءَ بابت سوال – THE AsiaN_Sind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