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지난 6월 27일 이재명 대통령 초청으로 보훈단체 대표자 초청 행사에 참석한 이해학 성남 주민교회 원로목사의 당시 발언과 글 및 관련 기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편집자>
이재명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훈단체 대표자 초청 행사에서 뜻깊은 발언이 있었다. 발언자는 성남 주민교회 원로목사이며 4·19민주혁명 유공자인 이해학 목사였다. 그는 자신이 “여기에 설 자격이 없으나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이라며 인사말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곧 “이재명 대통령은 인연으로 사람을 돕는 분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발언의 핵심은 그 인연보다도, 보훈의 진정한 가치와 미래에 있었다.
이 목사는 보훈을 특정 정권의 논공행상이 아닌, 품격과 통합의 가치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훈은 과거의 무덤이 아니라, 새 역사의 텃밭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행사 참석자들의 마음에 긴 여운을 남겼다.
그는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아 효창공원 빈 무덤에 안치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단지 유해 발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회복하는 상징적 과업이다. 이해학 목사는 “1920년대 만주와 연해주, 바이칼을 넘나들며 항일 투쟁을 벌인 이들 중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공산주의자들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들을 오늘날 이념으로 분류해 배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다. 보훈이 이념이 아니라 ‘품격’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둘째는 DMZ를 중심으로 한 유해 발굴과 평화 공간 조성이다. 그는 “미국이 북한까지 들어가 유해를 발굴했던 것처럼, 우리도 지금 러시아와 북에 억류된 선교사들의 석방과 유해 귀환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 나아가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되었던 ‘DMZ 평화공원’ 구상을 넘어 남북 공동의 ‘제3체제 평화마을’ 구상을 제안했다. 이는 북의 권위주의 체제도, 남의 천민자본주의도 아닌, 홍익인간 정신을 구현한 대동공동체로 통일을 향한 상생의 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식전 음악으로 흘러나온 <시인과 촌장>의 노래 가사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을 인용하며, 시대의 억압과 광기 속에 고통받던 이들에게 편안한 잠을 주는 정치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묵은 체증이 내려갔다”는 표현으로,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변화된 분위기를 현장에서 생생히 전달했다.
이해학 목사의 이날 발언은 그것은 한국 보훈의 정체성과 방향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제기다. 보훈이 특정 이념의 도구가 되거나 과거의 상처만을 붙잡는 일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통합과 품격의 길이 되기를 바라는 외침이다.
“사람에 대한 예의는, 기억하고 응답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그의 말처럼, 이제 보훈은 더 이상 무거운 기억에 머물러선 안 된다. 그것은 다가올 평화와 통일을 위한 새로운 씨앗이 되어야 한다. 이해학 목사의 ‘텃밭’ 비유가 가리키는 방향은 바로 그 지점이다.

한편 27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호국보훈의 달, 대통령의 초대’ 행사를 열고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 160여 명과 식사를 했다. 참석자는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으로 구성된 보훈단체 임원 및 회원들과 함께 특별초청 대상자로 구성됐다. 특별초청 대상자 중에는 6·25전쟁에 참전해 유격대원으로 활약했던 여성 참전유공자 이춘자 참전용사가 있다. 배우 신현준 씨도 6·25참전유공자인 고 신인균 대령의 아들로서 함께했다.
서영석 제2연평해전 유족회장, 이성우 천안함 46용사 유족회장,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인 고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 보훈심사위원장,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326호국보훈연구소장도 참석했다. 4·19혁명에 참여하는 등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이해학 목사, ‘임을 위한 행진곡’의 실제 주인공 故 윤상원 열사의 여동생인 윤정희 여사,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모델 고 문재학 열사 어머니인 김길자 여사도 자리했다.
강도강간 피의자 검거 과정에서 순직한 고 김학재 경사의 아들인 김찬휘 공군 대위, 독립유공자인 조부와 6·25참전유공자인 부친을 둔 이호근 소방경, 경찰 신분으로 6·25전쟁 참전해 전사한 조부와 아버지에 이어 본인까지 3대째 경찰로 복무 중인 이은정 경감도 함께했다.
대통령실은 “참석자들은 전통의상을 입은 국군 의장대의 도열과 전통악대의 연주 속에서 최고의 의전을 받으며 청와대 영빈관에 입장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함께 참석자들을 한 분 한 분 직접 영접하며 최고의 예우를 표했다”고 밝혔다.
식사 메뉴는 홍게살 전복 냉채, 갈빗살 솔송 찜 등 보양음식과 함께 화합의 의미를 담은 탕평채 등이 마련됐다. 참석자 테이블에는 강인한 마음을 의미하는 ‘광나무’, 사랑과 헌신을 의미하는 ‘클리마티스 크리스파’,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함을 의미하는 ‘마트리카리아’, 감사를 뜻하는 ‘분홍 장미’가 장식됐다.
대통령실 측은 “참석자들의 이름과 감사메시지를 적은 플레이스 카드와 냅킨을 배치해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오찬 이후에는 뮤지컬 배우 최재림과 성악병들이 참여해 ‘독립군가’ ‘전우야 잘자라’ 등 보훈의 역사가 담긴 상징적인 노래들로 구성된 감사공연을 펼쳤다.
특히 사회를 맡은 오정연 아나운서와 국가유공자에 대한 감사편지를 낭독한 한윤서 육군 소위가 6·25참전유공자의 손녀라는 점도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한편 이해학 목사는 1973년 성남 지역 민중 신앙공동체 ‘주민교회’ 설립을 주도했으며, 1974년 긴급조치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2013년 재심에서 무죄 확정됐다. 그는 1990년대부터 노동자·빈민·이주민 지원활동을 하며 ‘성남 외국인 노동자의 집’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