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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군짓 스라 인도 sbcltr 발행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UAE, 사우디, 인도네시아 등 11개을 정회원으로 둔 BRCIS(브릭스)의 파트너국이 늘어나면서 외연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거대한 연합체가 그 무게를 견뎌내면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9월 12~13일, 뉴델리는 단순 진영구도로 해석하기 어려운 국제질서의 단편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서방의 분열을 지속시키고 있고, 서아시아 분쟁은 안 그래도 취약한 역내 질서를 흔들었으며, 미국과 중국은 지정학적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역, 첨단기술, 금융, 공급망은 세계 각국의 지정학적 무기로 변질되고 있다.

브릭스의 역설, 인도와 중국의 ‘수렴 없는 협력’
이번 정상회의의 가장 큰 화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이었다. 그는 브릭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7년 만에 인도를 다시 찾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방문이 주목받은 이유는 중국과 인도의 관계가 아직까지 껄끄럽기 때문이다.
2020년 갈완계곡 충돌 이후 인도와 중국은 때론 경쟁하고 때론 협력하는 동반자에서 상대를 불신하고 무력 충돌까지 염두에 두는 이웃이 됐다. 양국은 수년간 실질통제선(LAC)을 따라 상황을 안정시키려 했지만 정치적 교류는 제한적이었다. 시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양자회담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양국은 이보다 더 어려울 수 있지만 유의미한 진전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방과의 경쟁을 통제가능한 범위 내에서 인정하는 것이다.
인도와 중국의 두 정상은 회담 동안 상대방과의 관계 악화를 감당할 여유가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중국은 미국과의 긴장, 교역·공급망의 불확실성으로 둘러싸여 있기에, 그 어느때보다 안정적인 대외환경을 갈구하고 있다. 인도 역시 국제사회에서 고유의 영역을 구축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이웃 나라와의 불필요한 마찰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가간 외교는 극적인 선언만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지도자들의 회담 이외에도 군사 채널 간 소통과 꾸준한 교역이 이뤄져야 하며, 갈등을 적시에 봉합할 수 있는 외교적 역량이 수반돼야 한다. 현재 인도와 중국은 바로 이 지점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경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충돌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예측가능한 수준 내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리는 브릭스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브릭스는 인도와 중국이 같은 공간에서 마주할 명분을 제공하는 몇 안되는 국제무대다. 회원국들은 국제정세의 모든 사안에 대해 합의하지 않더라도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부분적인 협력을 추구할 수 있다. 전략적으로 신뢰하지 않더라도 이해관계가 겹치는 영역이 존재할 수 있다. 브릭스는 회원국 간의 불협화음은 잠시 꺼두고 공동의 사안에 대해 협력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서방 중심에서 벗어난 글로벌 질서를 주장해 왔다. 중국은 경제적 영향력, 외교 네트워크, 개발도상국에서의 존재감 확대를 통해 이 비전을 추진해 왔다. 인도는 중국의 비전에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같은 종착지를 바라보진 않는다.
일례로 인도는 글로벌 다극화를 지지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자리를 대체하길 바라진 않는다. 글로벌 사우스가 더 큰 주체성을 갖되, 그 주체성이 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으로 치환되길 원하진 않는다는 뜻이다. 인도는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할 뿐이지, 전략적 고립을 추구하진 않는다. 인도는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 일본,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까지 모든 진영에 열려 있다. 특정 진영에 얽매이지 않을 뿐이다.
인도와 중국은 전략적 경쟁을 잠시 봉해둔 채, 브릭스라는 무대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공조할 수 있다. 경쟁 그 자체를 인정하기에 이를 관리하는 메커니즘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인도와 중국의 관계는 브릭스의 ‘수렴 없는 협력’을 상징한다.

다양한 이해관계, 정교하게 절제된 공동의 목소리
현 시대의 브릭스는 창립 회원국이었던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머리글자를 따오던 그때와는 확연히 달려졌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합류했고, 이후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UAE,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가 가입하며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지리적으로 넓어지면서, 회원국 각각의 경제력과 정치 체제들도 더욱 다양해졌다. 이 다양성이 브릭스의 강점이자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회원국들은 정치 체제도, 안보 구조도, 지정학적 관점도 공유하지 않는다. 어떤 나라는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반면, 또 다른 나라는 미국을 깊이 경계한다. 서방 시장과 그 제도에 의존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는 나라도 있다. 인도와 중국이 이러한 모순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다. 둘은 전략적 경쟁자인 동시에 브릭스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이 같은 모순은 브릭스라는 기구를 관통한다. 브릭스는 군사 동맹도, 정치 연합도, 전통적인 경제 블록도 아니다. 회원국들은 국제질서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지만, 기구의 영향력을 확대해 그들의 협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
다만, 브릭스는 국제사회의 가장 중대한 이슈에 대해서는 정교하게 절제된 공동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정상회의는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공동 선언을 채택했다. 이란과 관련해서는 ‘서아시아 긴장 고조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지만, 미국, 이스라엘, 이란, 걸프 국가들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이란과 그의 대척점에 서 있는 UAE는 브릭스의 정회원이다. 책임 소재를 특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뉴델리가 중동의 분열 속에서도 선언을 이끌어낸 것 자체는 의미 있는 성과지만, 외교적 수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한계 또한 드러냈다. 전략적 이해가 상충하는 나라들을 테이블에 앉히는 것은 가능하지만, 각각의 입장을 명확하게 드러내기는 어렵다. 브릭스 선언이 합의 자체는 이끌어내지만 구체성이 결여된 경우가 잦은 이유다.
전년도 선언과의 대비가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브릭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을 훨씬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올해의 선언은 달라진 정세와 그룹 내 분열 심화를 반영한다. 특히 지난 5월에는 브릭스 외무장관들조차 이란 분쟁에 대한 공동 성명 합의에 실패했다.
우크라이나 선언에서도 이 같은 계산이 깔려 있다. 해당 선언은 대화와 협의, 외교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되, 전쟁 자체를 명시하지 않았다. 반면 유엔 안보리가 승인하지 않은 일방적 제재에 대해서는 비판을 가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광범위한 서방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를 위한 배려다. 이러한 절제를 통해서 인도를 포함한 다른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전쟁에 동조하지 않으면서도 그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에 반대할 수 있는 외교적 여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모든 표현이 사려 깊은 필터링을 거친 것은 아니었다. 브릭스는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는 거센 목소리를 냈다.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와 점령, 팔레스타인 영토의 지리 및 인구 구성 변경 시도에 대해 단호히 반대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 종식, 인도주의적 접근 보장,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지원,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촉구하며, 1967년 국경에 기반한 주권 팔레스타인 국가와 동예루살렘 수도에 대한 지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브릭스는 팔레스타인 사례와 같이 회원국 간의 의견이 정확히 합치될 때 보다 강경하게 명확하고 입장을 밝힌다.
달러 패권 둘러싼 동상이몽, 인도의 진짜 속셈은?
규모가 확장되면서 브릭스의 주요 의제도 정치를 넘어서 경제 부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브릭스는 자국 통화 결제 확대, 대안적 결제 메커니즘, 서방 주도 금융 시스템에 대한 취약성 축소 방안을 모색해왔다. 브릭스가 실제로 달러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엄밀히 따지면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과 달러를 대체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즉, 브릭스는 달러와 병행하는 대안을 구축할 수 있다.
인도가 특히 주목하는 대목이다. 서구의 경제·금융 시장과 깊이 연결돼 있는 인도 입장에서는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도려낼 필요가 없다. 인도가 원하는 것은 보다 많은 선택지다. 요점은 달러 그 자체를 타도하는 것이 아니라, 달러 이외의 선택지도 보장받는 것이다.
올해의 브릭스 선언은 글로벌 무역을 왜곡하는 일방적 관세·비관세 조치를 비판하고 유엔 안보리 승인 없는 제재에 반대했다. 인도, 중국, 러시아 등 기구의 주축들이 미국의 관세나 제재에 직면해 있는 이 시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해당 선언 내에서도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며 수위를 조절했다. 이 같은 운용의 미는 인도의 전략적 폭을 넓혀준다.
인도에겐 브릭스가 반미 연합으로 비춰지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모디 총리가 “브릭스는 누구에게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반복해 강조하는 이유다. 인도는 브릭스가 기존 국제 시스템의 불평등에 도전할지라도, 반 서방을 표방하는 지정학적 기구가 되길 원치 않는다.
미묘한 차이지만, 인도가 구상하는 브릭스의 본질과 관련된 문제다. 브릭스의 회원국들이 기존 시스템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브릭스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서 회원국 간의 실질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 서두에 언급한 실제성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인도에게 이번 정상회의는 도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에 가깝다. 인도의 영향력과 브릭스라는 플랫폼이 교차했을 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기구의 대표성을 지렛대 삼는다면, 합의를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기존 글로벌 경제 시스템 안에서 인도는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가? 키는 인도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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