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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군짓 스라 인도 sbcltr 발행인] 인도의 기후운동가이자 교육가인 소남 왕축이 라다크 시위의 주도자로 체포됐다. 기후변화의 최전선이자 정치적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전략적 요충지 라다크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2025년 9월 26일, 왕축은 재판 없이 최대 1년 동안 개인의 구금을 허용하는 국가보안법(NSA)에 따라 구금이 결정됐다. 왕축은 여러 분야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어낸 운동가로 익히 알려져 있다. 공학자에서 출발해 교육자로 자리잡으며 태양광 학교, 인공빙하, 지역 풀뿌리운동 등의 프로젝트를 주도해 국제적인 명성도 얻었다.
왕축의 프로젝트들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교육, 지속가능한 공학, 기후적응을 하나로 녹여낸 대안학교 SECMOL(Students’ Educational and Cultural Movement of Ladakh)다. 왕축은 실용적인 학습을 통해 히말라야 오지의 학생들이 지역의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인공 빙하와 아이스 스투파도 그의 주요한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아이스 스투파는 원뿔형 얼음으로 겨우내 녹은 물을 보관했다가 봄에 천천히 방출해 건조지역의 농업용수로 활용하는 구조물이다. 자재들을 활용해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친환경 학교 또한 지속가능한 교육환경 조성과 지역의 자립에 크게 기여했다.
왕축의 결과물들은 교육 체제 전반에 대한 국가 차원의 논의를 불러일으킬 정도였으며, 그 사연은 인도의 세계적인 영화 ‘세 얼간이’의 영감이 됐다. 그는 환경적으로 열악한 고지대 지역사회의 공학, 생태, 교육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롤렉스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왕축의 활동 무대였던 라다크는 히말라야 산맥에 자리해 있다. 라다크는 인구 30만을 겨우 웃도는, 인도에서 인구가 두번째로 적은 연방직할지다. 이 지역은 인구 밀도가 제곱킬로미터당 2명에 불과한 곳이지만 중국,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정학적인 요충지다. 그러나 2019년 인도 정부가 잠무와 카슈미르의 준자치 지위를 박탈함에 따라 잠무-카슈미르에 속해 있던 라다크도 연방직할지로 개편되면서 지역 내 긴장감이 고조돼 왔다.
지난 9월 24일 라다크의 레 지역에서 “라다크는 인도 헌법 제6차 부속서에 따라 자치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시위가 벌어지면서 이번 사태가 촉발됐다. 인도 헌법 제6차 부속서는 아삼, 메갈라야, 트리푸라, 미조람 등 북동부 부족 지역에 특별규정을 적용해 고유한 행정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즉 이들 지역은 인도 연방 소속으로, 부족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키고 또 일정 수준의 지역 통치권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 시위는 결국 폭력으로 얼룩지며 사상자까지 발생했다. 정부기관이 공격당하고 차량이 불탔으며, 이 과정에서 보안군의 발포로 4명이 사망했다. 이에 당국은 “왕축이 소요사태를 부추겼다”며 그를 9월 26일 라자스탄의 중앙교도소로 이송했다. 왕축이 설립한 SECMOL 또한 외국인 기부 규제법에 따라 해외로부터의 송금이 차단당했다.
왕축의 아내 기탄잘리 앙모는 “당국이 정당성을 얻고자 왕축을 희생양으로 만들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며, 인도 야당인 국민회의 라훌 간디도 “지역민들의 권리와 정체성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라다크에 자치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다크의 주요 지역인 레와 카르길의 시민단체들 또한 왕축이 부당한 처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라다크의 자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왕축의 사례에 NSA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NSA에 따르면 당국이 국가안보나 공공질서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최대 1년간 개인에 대한 예방구금을 허용한다.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명분으로 제정됐지만, 반대의견을 억누르기 위해 악용된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실제로 2020년에는 시민권법 반대 시위자들이, 2021년에는 소셜미디어에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언론인 키쇼르찬드라 완크헴이 구금된 적이 있다. 미낙시 강굴리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부국장은 “왕축의 구금은 인도 민주주의의 후퇴”라며 “예방 구금이 불편한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수년 간 라다크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군사적 충돌도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2020년 갈완 계곡에서의 충돌로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사망한 이래 인도는 라다크 일대의 군 병력을 증강해 왔다. 그에 따라 라다크에 병사 6만8천여명과 90대의 전차가 들어섰으며, 1만5천명의 병력이 추가로 파견된 상태다.
라다크는 기후변화의 최전선이기도 하다. 빙하기 이래 라다크의 빙하 면적이 40%, 부피가 25% 감소할 만큼 빠른 속도로 빙하가 녹으면서 인더스 유역과 하류의 수자원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태계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라다크에 기후재난이 다가올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인도 외부에서는 이번 사안을 지정학적 맥락과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후원하는 국제정세 전문 싱크탱크 윌슨 센터의 마이클 쿠겔멘은 “라다크는 기후변화보다는 지정학적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지역”이라며, “이 지역이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저명한 활동가의 체포는 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STP(Society for Threatened Peoples)의 울리히 딜리우스 역시 “한 국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권력을 가진 이들이 반대 편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된다”며 “소남 왕축에 대한 부당한 탄압은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남 왕축의 체포는 인도 내 기후 관련 NGO와 지역 시민단체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그가 설립한 SECMOL의 해외자금 차단 조치는 과거 인도 정부가 그린피스나 앰네스티 인도 지부에 압력을 가해 활동을 위축시켰던 사례들을 떠올리게 한다.
라다크의 지도자들과 인도 중앙정부 간의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언제든 결렬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인도에서 가장 존경받는 풀뿌리 운동가인 소남 왕축 구금 사태는 라다크가 직면해 있는 지정학적 긴장, 기후변화, 그리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여실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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