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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포옹한 모디, 인도 외교의 함축적 메시지

2025년 12월 4일 인도를 공식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TAS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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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군짓 스라 인도 sbcltr 발행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25년 12월 4일(현지시간) 인도를 공식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옹으로 맞이했다. 이는 다분히 의도된 제스처였다. 전 세계가 러시아와의 교류를 꺼리고 있지만, 인도는 모호한 중립을 택하는 대신 러시아와의 외교적 친밀감을 과시했다.

평론가들은 푸틴의 인도 방문에 대해 “판도를 뒤집을 만한 획기적인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양국이 보내는 정치적 신호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그 어떤 압력에도 개의치 않고 외교적 방향성을 유지한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두 정상은 하이데라바드 하우스(공식 국빈관)에서의 장시간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협력을 강조했고, 또 양국 관계의 연속성을 함축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따라 인도와 러시아 양국은 2030년까지 무역규모 1,000억 달러(약 147조원)를 목표로 설정했으며,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FTA 논의를 재개했다. 또한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약속했고, 테러에 대한 ‘무관용’ 원칙까지 재확인했다.

이러한 외교적 성과에는 양측의 현실적인 고민도 담겨있었다. 각종 제재와 정치적 고립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는 신뢰할 수 있으면서도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해야 했다. 에너지 변동성과 전략적 불확실성에 직면한 인도는 운신의 폭을 확보해야 했다. 양국은 경직된 동맹관계와 도덕에 기반한 외교정책을 지양한다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한계점도 노출했다. 양국의 교역에서 에너지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으며, 과거 관계의 중심축이었던 국방 협력도 더 이상 실효를 거두기 어려워 보였다. 이에 푸틴이 한 가지 승부수를 던졌다. 방문 기간에 맞춰 러시아 국영매체인 ‘러시아투데이'(RT)의 인도 지부를 출범시킨 것이다.

RT 인디아는 서구 중심의 내러티브(서사)에서 벗어난 균형 잡힌 언론을 표방한다. 해당 지부는 RT의 해외사업 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100명 이상의 직원이 상주하는 스튜디오까지 갖췄다. 출범과 동시에 인도 공영방송사인 ‘프라사르 바라티’ 등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RT 인디아는 인도의 입장에서도 이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도는 미디어 생태계를 넓히면서도 크렘린궁의 의중을 반영하는 매체와 상시적인 협업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내러티브가 외교적 방향을 좌우하는 현 시대에서 양국의 미디어 협력은 다른 공식 협정보다 더 큰 파급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인도와 러시아의 협력관계는 오랜 세월 이어져 왔다. 인도는 냉전시대 때부터 소련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으며,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유엔안보리를 통해 인도를 간접 지원해왔다. 양국의 국민들도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2022년 국제정세가 급변하면서 양국은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협력을 강화해 왔다.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의 최대 고객이 된 것이다.

오늘날 인도 외교정책의 핵심은 ‘전략적 균형’이다. 인도는 미국산 항공기와 러시아산 에너지를 동시에 구매하고 있다.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의 안보협의체)에 참여하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G20 주요국으로 참여하면서 글로벌 사우스(비서구권·개발도상국)을 대변하기도 한다.

중립이 더 이상 미덕으로 여겨지지 않는 국제 정세 속에서 이러한 흔들림 없는 균형외교는 인도의 가장 귀중한 전략적 자산이 될 것이다.

아시아엔 영어판: Putin in Delhi and India’s Art of Strategic Balance – THE AsiaN

군짓 스라

인도 Sbcltr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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