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칼럼

가장 무서운 적은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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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강함은 ‘남’을 꺾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기는 데서 나온다.”

요즘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흉흉한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일면식도 없는 타인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벌어지는 충동적인 사건들. 그 내면에는 제어되지 못한 분노와 조바심, 그리고 억눌린 감정의 폭발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혹자는 요즘 청년 세대의 인성이나 참을성 부족을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세대를 먼저 살아온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것은 단순한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자극은 차고 넘치고 기다림은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겪는 내면의 고통처럼 느껴진다. 초고속 연결과 즉각적인 피드백에 익숙해진 사회에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견뎌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나 역시 젊은 날 치열한 현장 속에서 수많은 마찰을 겪으며 살아왔다. 혈기왕성하던 시절에는 누군가를 제압하거나 내 뜻대로 상황을 통제하고 외부의 상대를 이기는 것이 곧 강함이라고 믿었던 적이 있었다. 남보다 앞서야 하고, 불합리한 상황에는 즉각 반응해 상대를 꺾어야만 나를 지키는 길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뒤 삶의 궤적을 돌아보니 진짜 무서운 적은 눈앞의 상대나 팍팍한 외부 환경이 아니었다.

진짜 적은 억울함에 치밀어 오르는 순간의 분노, ‘왜 나만 이렇게 힘든가’ 하는 피해의식, 그리고 조급함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내 안의 충동이었다.

고대 중국의 철학자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는 자이지만,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진정으로 강한 자다.”(勝人者有力, 自勝者强) 노자가 말한 ‘자신을 이기는 것’은 외부의 적이나 상황과 싸우는 일이 아니다. 내면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갈등과 분노를 다스리고,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자기 통제와 인내를 갖추는 일이다.

타인을 이기는 힘은 순간의 폭력이나 과격함으로 증명될지 몰라도, 그것은 오래가지 못하거나 더 큰 비극을 부를 뿐이다. 반면 순간의 감정을 다스리고 자신의 약점과 싸워 이겨내는 내면의 힘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진정한 강함이다.

요즘 세대에게 “참아라, 견뎌라”라는 뻔한 훈계를 건네고 싶은 마음은 없다. 지금 청년들이 직면한 사회적 불안과 미래에 대한 무력감이 얼마나 깊은지 알기에, 그들의 절박함과 표현의 방식을 쉽게 재단할 수도 없다. 다만 인생을 조금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서 나지막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을 뿐이다. 세상이 아무리 나를 흔들고 억울한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순간의 충동에 나를 맡기는 순간 삶의 주도권은 내가 아니라 ‘분노’에게 넘어간다.

그것은 상대를 이기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 복수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나 자신을 무너뜨리는 일일 뿐이다. 진정한 강함은 남을 꺾는 데서 오지 않는다.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치밀어 오르는 내 안의 어둠을 한 템포 누를 수 있는 ‘자승(自勝)’의 태도에서 나온다. 자극이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힘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다.

나를 이겨낸 사람만이 비로소 세상을 다스릴 수 있고,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다. 남을 이기는 힘은 순간이지만, 자신을 이기는 힘은 평생을 지킨다.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청년들이 타인과의 소모적인 싸움이나 충동의 늪에서 벗어나 자기 안의 거대한 힘을 발견하는 ‘진짜 강한 사람’으로 우뚝 서기를 마음 깊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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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이

(주)에스알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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