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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노선’ 아세안, 트럼프 띄우고 중국 끌어안아 실리챙겼다

<사진=신화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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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아이반 림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 전 선임기자] 2025년 10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막한 제47차 아세안 정상회의 첫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등장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중국 간 지정학적 경쟁구도 속에서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태국-캄보디아 간 평화협정 서명식을 중재하며 무대의 중심에 올라섰다. 양국의 국경충돌로 46명이 사망하고 30만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7월 이들의 휴전을 중재한 바 있다. 반면 휴전 중재의 또다른 중심축이었던 중국은 이날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아세안 순회의장이기도 한 안와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한껏 띄워주며 분위기를 조성했고, 캄보디아와 태국의 정상들도 트럼프를 ‘평화의 중재자’라 칭하며 2026년 노벨평화상 후보자로 치켜세웠다.

아세안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에 대처하기 위해 그의 환심을 살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이 같은 아첨 외교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3개국은 미국과의 상호 호혜적 무역패키지를 체결했으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19%의 관세율도 확정했다. 다만 말레이시아의 경우 제3국을 매개로 한 무역 제한이나 미국발 제재에 대한 협력을 암시하는 조항들이 있기 때문에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인도나 중국 등과의 관계에서 제약이 생길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세안은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면서도 두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소모되지 않기 위해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고 강조한다. 싱가포르의 국부라 불렸던 리콴유 전 총리는 1973년 캐나다에서 열린 영연방 정상회의에서 “초원의 풀은 코끼리가 싸우면 다치고, 코끼리가 사랑을 나누면 더욱 크게 다친다”라는 명언을 남기며 약소 집단의 어려움을 호소한 적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 끝내 대립하든 타협하든 아세안 경제는 글로벌 공급망과 제조업 및 수출 분야 등에서 취약점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지난 10월 30일 한국에서 만난 두 정상이 무역전쟁의 일시 휴전을 알렸지만 아세안 국가들과 미국의 상호관세율은 그 어떤 미동도 없었다.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고 제조업을 되살리기 위한 단기 처방이자, 중국의 성장 모멘텀을 저지하려는 시도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족주의적·보호무역적 색채가 강하게 묻어나는 정책들은 중국으로 하여금 다자간 자유무역의 대변인으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

아세안은 초강대국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섬세하게 대응하면서도 자구책을 모색해야만 한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제47차 아세안 정상회의는 주요 강대국의 간섭 없이 11번째 회원국 동티모르를 맞이했다. 이로써 아세안은 2024년도 기준 GDP 3조6천억 달러(약 5,200조), 인구 6억8,270만명을 기록하며 전세계 네 번째 경제공동체로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아세안이 지난 10월 28일 중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3.0)이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연계와 녹색·디지털 경제를 포함한 보다 구체화된 협정을 통해 제한된 미국 시장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 평가했다.

아시아엔 영어판: Balancing Act At Asean Summit With Diplomacy of Flattery – THE A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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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반 림

싱가포르, 아시아기자협회 명예 회장, 아시아엔 아세안지역본부장, 전 스트레이트타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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