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시선] 생활비 세계 1위 싱가포르…“외국인한테만” 반론도
생활비 세계 1위 싱가포르…“외국인한테만” 반론도
언론에서 흔히 보는 기사 중 하나가 ‘생활비 비싼 도시’ 순위다. 노르웨이 오슬로, 스위스 취리히 등이 윗순위 단골 도시다. 조사하는 기관과 목적도 다양하다. 그런데 최근 싱가포르가 생활비 세계 1위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싱가포르는 2년 전 조사에 비해 5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지속적 인플레와 10년 간 40% 이상 오른 싱가포르달러 가치 상승이 주요인으로 지적됐다. 조사대상 131개 도시 중 2~10위는 파리, 오슬로, 취리히, 시드니, 카라카스, 제네바, 멜버른, 도쿄, 코펜하겐이 각각 차지했다. 대체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곳들인데, 싱가포르를 첫 순위에서 보는 것은 뜻밖이다. 조사기관이 신통치 않은 곳 같으면 무시할 수 있겠지만, 이번 조사는 이코노미스트 정보센터(EIU)에서 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도시 물가를 한눈에 비교한 ‘빅맥지수(Big Mac Index)’를 개발한 곳 아닌가.
싱가포르가 명예인지 악명인지 애매한 ‘세계 1위’로 발표되자 이 나라 유력 일간지가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EIU 조사는 보통사람이 아니라 상류층 외국인 기준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그 예로 물가 조사대상이 버버리 타입 레인코트 등 고급의류, 대중교통이 아닌 택시요금, 차량 유지비, 수입치즈, 공연장 입장료 등 서구식 고급물품에 편중돼 있다고 했다.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아시아경쟁력연구소의 ‘공정한’ 조사 결과 싱가포르 생활비는 평균시민 기준으로 세계도시 중 60번째였다는 자료까지 제시했다. 도시별 생계비 조사가 외국인 거주자 중심이라는 반박은 꾸준히 제기돼 왔고, 경험적으로도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싱가포르가 특유의 사회비용이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차량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자동차등록증(COE) 매입비용 등이 그것이다. 싱가포르에서 자가용차 타고 다니는 비용은 미국 뉴욕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