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카메라 셔터소리에 빨려든 대자연의 생명력

쿰부히말 추쿵리 고갯마루(해발 5030m). 로체~눕체 장벽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울긋불긋한 천에 인쇄한 네팔 불교경전이 바람에 나부낀다. 장대에 매단 깃발을 ‘롱다’, 끈에 매달아 엮은 깃발을 ‘타르쵸’라 한다. 산지에 경전 깃발을 다는 것은, 자연은 비록 글을 몰라도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면서 기원이 하늘에 전해진다고 믿어서다.

해발 4500m 쿰부 히말라야, 신의 흔적을 찾아

네팔어로 사가르마타, 티베트어로 초모룽마, 서양식 이름 에베레스트. 그 세계 최고봉 아래 해발 3600m에서 4500m 지역을 ‘쿰부(Khumbu)’라 한다. 쿰부에 들어서면 히말라야의 즐비한 고봉들이 방문자를 압도한다. 산봉우리마다 빙하와 얼음폭포, 설원이 있다. 그 아래에 빙하가 만든 퇴석(堆石, moraine)지대, 가파른 낭떠러지, 너덜지대가 펼쳐진다.

쿰부빙하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희뿌연 옥색이다. 녹색 얼음이 녹색 물을 만들어낸다. 물줄기들이 긴 세월에 걸쳐 가파른 산기슭을 달려내려오면서 쿰부의 장엄한 계곡지형을 만들었다. 해발 4000m까지는 소나무·전나무·박달나무 숲이 있다. 계곡 위를 올려다 보면 하나같이 6000m가 넘는 봉우리들이다. 동쪽으로 탐세르쿠봉과 캉테가봉이, 서쪽에는 남체바자르 너머 눔부르봉, 텡캉포체봉, 콩데리봉이 솟아 있다. 북쪽을 바라보면 임자콜라강 양편에 타워체봉과 아마다블람봉이 보인다. 그 북단에 로체봉과 눕체봉을 거느린 에베레스트가 장엄한 위용을 뽐내며 우뚝 서 있다.

해발 4500m를 넘나드는 히말라야 산길. 산소가 희박하고 춥고 건조하다. 길은 험하고 평탄치 않다. 이런 길을 걸어 하루에도 몇 번씩 수백 미터 고도를 오르내려야 한다. 걷는다는 것 자체가 고행이다. 하지만 좋은 사진을 얻으려면 고행을 즐겨야 한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은 기본이다.

우선 기후를 살핀다. 빛의 방향과 강약을 파악한 뒤 카메라 렌즈의 눈으로 사방을 훑어가면서 광각과 망원을 대비해 구도를 잡아나간다. 그 다음엔 감각을 활짝 열어놓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숨죽이고 기다리면 이 순간이다 싶은 때가 온다. 그 때 사정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그 셔터소리와 함께 대자연이 가슴으로 빨려 들어온다. 나는 셔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전율과 함께 생명력을 느끼곤 한다.

One comment

Leave a Reply to Eagle Cancel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