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말레이시아, 바닷속 오색 열대어 훤히 비치고…
말레이시아 서북해안 별천지, 랑카위 군도
‘헬랑’(독수리)과 ‘카위’(갈색)가 합쳐진 이름이 랑카위다. ‘갈색 독수리’란 뜻을 지닌 섬 랑카위는 말레이시아 서북쪽 해안, 타이와의 국경 부근에 있는 제주도 3분의 1 크기의 휴양섬이다. 모두 99개의 섬(썰물 때는 104개)으로 이뤄졌고 전체의 3분의 2가 열대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섬의 평화를 상징하는 새가 독수리다. ‘악마의 새와 싸워 이기고 랑카위를 평화의 섬으로 지켜주고 있다’는 용맹스런 독수리. 흰 머리에 갈색 날개를 가진, 맹그로브나무 숲에 둥지를 틀고 사는 ‘흰배바다독수리’라는 종이다. 스피드 보트를 이용해 본섬에 딸린 멋진 섬들을 돌며 다양한 생태체험과 트레킹을 즐기는 ‘아일랜드 호핑 투어(hopping tour)’ 일정 중의 하나가 ‘독수리 먹이주기 체험’이다. 맹그로브 숲 가까이 배를 멈추고, 선장이 잘게 자른 생닭고기 조각들을 바다에 뿌리면 순식간에 수십 마리의 독수리떼가 나타나 하늘을 뒤덮는다. 튼튼한 두 발과 날카로운 발톱을 이용해 수면에 뜬 먹이를 순식간에 낚아채 날아간다. 아귀다툼을 벌이는 듯한 먹이 쟁탈전에도 법도가 있었다. 가이드는 “모여든 독수리는 주로 수컷들인데, 알을 품고 있는 암컷에게 먼저 먹이를 물어다 준 다음 자신이 먹는다”고 설명했다.
아일랜드 호핑 투어 일정엔 선상 낚시와 ‘베라스 바사 섬(젖은 쌀의 섬)’에서의 해산물요리 점심식사, ‘다양 분팅 섬(임신부의 섬)’에서의 열대숲 트레킹이 포함돼 있다.
산세가 임신부를 닮은 다양 분팅 섬은 랑카위에서 본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이다. 랑카위 군도에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세 곳 중 한 곳이다. 석회암 지대와 열대숲의 경관이 아름다워 선상 섬 투어와 숲길 트레킹으로 인기를 끈다. 섬 꼭대기엔 커다란 민물 호수가 자리잡고 있어 흥미롭다. 울창한 숲길을 걸어 올라 호수 물에 손발을 담그고 돌아오는 호수 탐방 트레킹을 할 수 있다. 호수의 물을 마시면 임신을 한다는 전설이 있어 물을 마시거나 수영을 하는 이들이 많다. 평균 수심은 10~15m에 이르지만 물가에 수영을 할 수 있는 구역을 만들어놨다. 비가 오면 수량이 늘었다가 건조기엔 줄어든다고 한다. 선착장 주변이나 숲길에선 야생 원숭이들의 호기심 대상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손에 든 비닐봉지 등을 보면 낚아채 달아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랑카위 여행에서 필수 코스로 여겨지는 일정이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코럴 투어(coral tour)’다. 거대한 독수리상이 세워진, 독수리광장 부근 여객선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나간다. 1시간 가까이 배를 달려, 랑카위 섬 남쪽 끝의 파야 섬 해안에서 각양각색의 열대어와 산호를 감상하고 돌아오는 한나절 일정이다. 파야 섬 일대는 경관이 아름답고 산호 등 자연생태가 잘 보전돼 있어 해양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물 위에 띄워놓은 200여명 수용의 대형 바지선에 올라,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거나 작은 배를 타고 섬으로 이동해 해수욕을 하며 열대어를 감상한다. 맑은 날이면 수심 10m 바닥의 산호와 물고기들이 훤하게 들여다보인다.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 우글거리는 열대어 떼가 정말 인상적이다.
바지선에 차려진 뷔페로 점심을 먹고, 보트를 타고 파야 섬으로 올랐다. 야자나무 그늘 주변에 펼쳐진 아담한 모래사장이 돋보이는 해변에서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야생 상어들이다. 어른 몸집 크기에 가까운 커다란 상어들이 떼지어 연안으로 몰려와 유영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공격성이 있는 상어가 아니어서 스노클링 때도 위험하지는 않다고 한다. 하지만 ‘상어 먹이주기 체험’에 대해선 금지령이 떨어졌다. 유럽 관광객이 직접 상어에게 먹이를 주다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스노클링 때 오리발을 착용하는 것도 지난해부터 금지됐다. 물속에서 오리발을 딛고 설 때 산호가 훼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혼부부들에게 인기 있는 해상 투어 프로그램은 단연 ‘선셋 디너 크루즈’다. 유럽·중국·일본·한국 등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신혼 짝들은, 대형 크루즈선을 타고 섬과 섬 사이를 천천히 흘러다니며 쌍쌍이 둘만의 시간을 즐긴다. 수영복 차림으로 선탠을 하는 일본인 짝도, 온몸을 검은 차도르로 감싼 말레이시아인 짝도, 편한 옷차림으로도 돋보이는 한국인 짝도 불타오르는 노을에 서로의 눈을 적신 채 느릿느릿 저녁 바다를 항해한다.
섬 전체가 면세지역
몸이 달아오른 짝들은 굵직한 밧줄을 그물 모양으로 엮어 배 뒤쪽에 늘어뜨린 즉석 ‘자쿠지’ 시설에 들어가 세찬 물살에 몸을 맡기며 즐긴다. 저녁식사는 선상에서 굽고 익혀 요리한 해산물 위주의 뷔페식으로 하고, 무제한 제공되는 맥주·위스키와 음료수를 마시며 하루 여정을 마무리하는 코스다.
랑카위 본섬에서 가장 인기있는 일정은 ‘오리엔탈 빌리지’와 ‘마친창 산’ 정상을 잇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해발 709m 전망대에서 섬 무리가 펼쳐진 랑카위 바다를 한눈에 바라보는 것이다. 오르내리는 동안 마친창 산자락에 걸린 대형 폭포 ‘세븐 웰스 폭포’ 경관도 감상할 수 있다.
산 정상이 구름에 싸여 해안 쪽 전체 경관을 볼 수 없는 점이 아쉬웠지만 구름 사이로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마을과 해안, 크고 작은 섬과 섬 사이에 뜬 배들이평소 꿈꿔왔던 한 폭의 열대 휴양섬 풍경화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오리엔탈 빌리지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면서 건설된 아름다운 동양식 마을인데 강렬한 색채의 건물들과 인공호수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랑카위 본섬에서 빼놓기 아까운 일정이 전통 야시장 탐방이다. 요일별로 장터가 바뀌는 7일장으로 쿠아 타운과 트모용, 에와 등 섬 곳곳을 돌며 매일 오후 5시부터 밤 9시까지 판을 벌인다. 온갖 열대과일과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다양한 간식거리를 사먹을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어묵을 길쭉한 과자처럼 기름에 튀겨낸 ‘크로폭 이칸’을 사 맛보니 먹을수록 구수한 게 간식거리로 딱이다. 어느 것이든 대체로 5링깃(약 2000원) 안팎에 사먹을 수 있다. 특이한 냄새를 자랑하는 ‘과일의 여왕’ 두리안을 쌀밥에 곁들여 파는 ‘두리안 찰밥’도 있고, ‘나시고렝(볶음밥)’, ‘미고렝(볶음국수)’, ‘피상고렝(바나나튀김)’도 맛볼 수 있다.
랑카위는 섬 전체가 면세지역이다. 쿠아 타운이나 판타이 체낭 일대에 늘어선 쇼핑몰에서 면세쇼핑을 즐기는 것도 랑카위만의 매력이다. 밤거리 산책 때는 식당들에서 싸게 파는 각국 맥주를 즐겨볼 만하다. 캔 하나에 한화 700~800원이면 충분하다. 단 이슬람계 식당들에선 술을 팔지 않는다. 중국계 주민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