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대사 “한국과 궁합 잘 맞아”

주한 대사 두번째인 둘라트 바키셰브?카자흐스탄 대사 “한국 근무 때마다 아기 태어나

둘라트 바키셰브(Dulat Bakishev·43)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는 외교관 경력 중 한국에만 10년 여 근무한 ‘한국통’이다. 특히 주한 대사관에서 서기관, 참사관, 대사를 지낸 뒤 다시 대사로 임명돼 두 번째로 대사 직무를 수행 중이다. 9월3일 서울 동빙고동 대사관 집무실에서 만난 바키셰브 대사는 외모와 유창한 한국어 구사력이 한국인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는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경제현안을 비롯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건강이상설 등 민감한 질문에도 차분한 어조로 답변했다.

-한국과 인연이 깊다.
“88올림픽을 보면서 한국에 관심이 생겼다. 1995년 대학 졸업 후 한국에 와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1년간 한국어를 익혔다. 1996∼2003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2004년 고국으로 복귀했다가 2006∼2008년 주한 대사 직무를 맡았다. 재미있는 건 한국에 올 때마다 아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2012년 2월 다시 부임했는데, 또 아기가 생겼다. 우리 부부가 한국과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10년 넘는 체류기간 중 한국인들의 ‘할 수 있다’는 정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1995년 왔을 때 한국정부는 한창 세계화를 강조하고 있었다. 지금 한국은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면에서 세계화를 이뤘다.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는 힘이 굉장하다.”

-2000년대 초 시작된 ‘카자흐 붐’이 가라앉는 분위기다.
“지금도 활발한 경제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삼성물산과 한전 컨소시엄이 수주한 발하쉬 화력발전소를 비롯해 LG화학의 아리타우 석유화학단지 사업까지 한국 기업이 큰 투자를 하고 있다. 발하쉬 사업은 2016년 1차 완공, 2018년 최종 완공하는 장기 사업이다.”

-발하쉬 사업과 관련해 전력값 국가 통제가 이슈다. 갑자기 생긴 조건이라 투자회사가 반발하고 있다.건설 투자비용을 전력 판 돈으로 보전해 수지타산이 안 맞게 됐다고 하는데.
“지난해 그런 말이 있었지만, (전력 가격과 관련해)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

-민감한 질문 하나 더 하자. 외신에서 종종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건강이상설이 제기된다. 전립선암으로 고생한다는 말도 있다.
“소문일 뿐이다. 어제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났고 며칠 전에는 정기국회에서 힘찬 연설을 했다. 열심히,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민주주의보다 정치현대화란 용어를 사용하며 20년 이상 장기집권을 해오고 있다. 문제는 없나.
“카자흐스탄 헌법에서 초대대통령은 임기를 정해놓지 않았다. 이후에는 5년, 연임 1회까지만 가능하다. 나라가 세워진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선경제 후정치’라는 명확한 공식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실제 이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은 거의 없다. 지난 대선 투표에서 90% 넘는 국민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을 재신임했다. 조금씩 민주화와 인권분야 강화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1998년 1인당 GDP 1500달러에서 2012년 1만3000달러로 8배 이상 고속성장했다. 비결이 무엇인가.
“풍부한 자원과 미래를 바라보는 리더십, 국민들의 발전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특히 인재육성 프로그램인 발라쇽 제도를 손꼽고 싶다. 카자흐 정부는 독립 초기부터 교육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 현재 3000명의 인재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국가 핵심분야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더 나아가 카자흐스탄에 국제적인 대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키셰브 대사가 문화체육관광부 청사를 방문해 유진룡 장관으로부터 한국 캐릭터 인형 뽀로로를 선물받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카자흐는 비핵화 모범국가다. 북한 핵 폐기에 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카자흐스탄은 비축 핵무기를 모두 폐기하면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었다. 미국으로부터 160억 달러의 투자를 받아내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경제발전에 밑거름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4월 아시아국가 대사 모임에서 북한이 카자흐의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확실한 경제적 보답을 보여주고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

-카자흐스탄에서 한류바람이 거세다. 반면 카자흐를 아는 한국인은 많지 않다.
“카자흐는 130개 민족과 17개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국가다. 다문화 사회로 가는 한국에 카자흐스탄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은.
“카자흐스탄은 포스트 소비에트 국가 중 유럽안보조약기구(OSCE)의 의장직을 맡은 유일한 나라로 OSCE 정상회담을 개최한 바 있다.

2017년에는 세계박람회(EXPO)를 개최할 예정이다. 15년 전 세운 ‘2030 전략’은 대부분 달성했다. 곧 독립 2세대들이 태어나는데, 이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2050 전략’을 수립했다. 2050년까지 세계 30대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는 게 목표다. 카자흐스탄과 한국은 앞으로 계속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는 나라가 될 것이다.”

둘라트 바키셰브 대사는 알 파라비 카자흐 국립대학 졸업 뒤 카자흐스탄 군장성·외교아카데미서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카자흐 외교부에서 아시아·아프리카 국장, 주미 카자흐스탄 대사관 참사관, 아시아 교류·신뢰구축회의(CICA)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스키를 즐기며 한국음식 중 비빔밥, 갈비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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