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속 한류…“열정의 나라 한국 가서 살고 싶어”
젊은이들이 거리에서 한국 노래를 부르고, 소녀들은 텔레비전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에 일하러 갈 계획을 세운다. 요즘 이집트의 일상 풍경이다. 한류는 이제 아랍권에서도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이집트 한류 팬들은 말한다. “한국 드라마와 노래는 우리 가슴을 울려요. 단순히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만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들은 자신의 일과 인생에 대해 열정적이죠.”
이집트의 한류는 아랍권을 대상으로 한 ‘한국TV(Korea TV)’라는 채널을 통해 전파됐다. K-pop에서 시작해 뮤직비디오와 드라마, 한국어 배우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엄청난 한류 팬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꽃보다 남자’ ‘추노’ ‘겨울연가’ 등 더빙과 자막을 입힌 드라마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방영됐다. 한국드라마는 온라인 ‘다시보기’와 DVD 구입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나왔을 때 한류는 더 이상 한류 팬들만의 것이 아니게 됐다. 가사를 전부 외우거나 이해하지 못하지만 많은 이들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박자에 맞춰서 몸을 움직인다.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들도 많아졌다. 온라인으로 익히고 개인과외를 받는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 위해서다. 한류는 더 이상 물결이 아니라 스타일이 되고 있다. 한류에 묻혀서 어느 세계에 살고 있는지도 잠시 잊을 정도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미술로 이어진다. 이집트 작가 바스마 이브라힘(Bassma Ibrahim)은 그동안 많은 한류 스타들을 디지털그림으로 그려왔다. 배용준, 문근영을 비롯해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 출연했던 노민우까지 다양하다.
한국 커리커쳐 양식을 따랐지만 이집트인 취향에도 맞게 표현했다. 바스마는 태블릿PC에서 포토샵이나 코럴 페인터 같은 프로그램으로 작업한다.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6~8시간 정도 걸린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작품을 공개해 아랍권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바스마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창의력과 예술로 표현하는 여러 아티스트 중 한 사람일 뿐이다.
이집트 한국문화센터는 한국과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들을 열곤 한다. K-Pop의 날, 가요콘테스트, 한국음식경연대회, 한복의 날, 한글교육 등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행사들이다. 이집트인들이 이토록 외국 문화와 언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이전엔 볼 수 없었다. 한류는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는데,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같은 작품을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되는가 하면, 한국 민화에 대한 토론회도 열린다.
많은 사람들이 이집트와 한국 문화의 공통점을 말한다. 웃어른에 대한 예절이나 미래에 대한 젊은이들의 고민 등은 매우 유사하다. 한국이 좀 더 공개적으로 문제를 논의하는 반면 이집트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다르다.
한류의 여파로 의료·언론·기술 등 많은 분야에서 한국은 ‘코리안 드림’으로 불리는 꿈의 나라가 됐다. K-Pop이 점화한 한류는 한국을 가보고 싶고, 살고 싶은 나라로 만들었다. 더 중요한 점은 중동 사람들이 한류를 통해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을 귀중하게 여기고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는 점이다. 한류는 세계화가 나아가야 할 좋은 모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