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동 칼럼] 한·중 정상회담, 동북아 정세 새 틀 짠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박근혜-시진핑 한중 정상회담은 양국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격상시키고 동북아의 새로운 정세에 대응하는 기본방향을 설정할 소중할 기회다. 중국은 13억 인구와 GDP 6조달러를 넘는 세계2대 경제대국이 되면서 그 위상에 걸맞는 책임있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반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이은 제3차 핵무기실험까지 감행하며 폐쇄적 독재체제를 근간으로 군사중심적 사회를 계속 견지하며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위상의 추락과 리더십의 쇠퇴에 따른 자격지심에서 과거 일본의 패권적 지위의 부활을 꿈꾸게 만들고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지도자들을 동아시아 협력체제로부터 이탈하도록 몰아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시진핑 정상회담을 통한 동북아체제의 새로운 틀은 한·중 양국은 물론 일본,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더구나 동북아에 형성된 새로운 리더십은 향후 동북아체제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주석은 물론 일본의 아베 총리와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새로운 리더십의 주역이다. 변화된 정세 속에 새로운 리더십체제가 지향할 정책이 미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결과는 향후 동북아정책의 기본노선을 만들게 될 것이다.
남다른 개인적 친분까지 가진 박근혜와 시진핑은 다음 몇가지 사항에 합의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첫째, 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미국과 함께 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찾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은 박근혜나 시진핑 모두 미·중간 경쟁구도라는 차원에서 동북아문제를 보지 말라는 의미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때는 세력균형론을 내세우며 한국이 미·중간 중립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처럼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 방중 때는 중국이 한국에 미군철수를 의미하는 ‘냉전시대의 군사동맹 폐기’를 요구하는 지나침이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현실적이지 못했고 한-중간에 논의될 문제도 아니었다.
이미 국제질서는 특정국가와의 특수관계만으로 생존해나갈 수 없는 상황에 있다. 중국도 이미 글로벌국가다. 아프리카에서부터 남미대륙에 이르기까지 무역과 투자는 물론 자원확보에 관여되지 않는 지역이 없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글로벌국가이고 미국이나 중국과의 관계도 상호호혜라는 국익차원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위상강화는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과 중국이 아시아의 지배국가가 되고 미국 등 역외 국가가 아시아에서 역할이 축소, 배제되어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현재의 1972년 미·중관계 정상화이후 중국의 번영발전에 미국도 기여했듯 앞으로도 중국이나 한국은 물론 심지어 북한의 안정과 번영에도 미국의 역할이 있음을 부정해서는 안된다. 한국에선 미국주도의 미사일방어(MD) 참여문제로, 일본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할 것이냐가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이나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나 국제통화기금(IMF)에 참여하듯 모든 것은 국익에 따라 선택할 문제이지 특정정책이 미국편이냐, 중국편이냐를 가름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
다음으로 박근혜와 시진핑은 북한에 사는 2300만 명의 자유와 번영의 증진에 한국과 중국의 책임과 역할을 공유하고 해결방향을 찾는 데 나서야 한다. 현대적 문명시대에 북한에서 펼쳐지고 있는 폐쇄성과 독재성, 그리고 인권 유린과 피폐된 삶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함께 반성해야 한다. 북한과 1360Km의 국경을 함께하는 경제대국 중국이나 250Km의 국경을 함께하는 같은 민족으로서 한국은 각별한 공동 책임감을 느끼며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체제만 비판할 것이 아니라 현재 북한에 펼쳐지는 군국주의체제의 종식에 함께 나서지 않으면 그것은 리더십이라 할수도 없다. 북한이 자유민주화된 국가가 되지 않고서는 동아시아에는 평화도 없고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통해 번영을 가속화해야 상황에서 중국의 국익에도 심각한 장애가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북한이 핵개발과 무력도발로는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만 많아진다는 것을 확고히 인식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런 행위는 한·미동맹관계를 더욱 강화시키고 한국과 미군의 전진배치와 군사력 강화로 나갈수 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야 한다. 더구나 북한에게 중국은 절대적 존재라는 점에서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요구해야 한다.
북한은 원유는 물론 90%가 넘는 대부분의 전략물자를 중국에서 공급받고 무역의 90%를 오직 중국하고만 한다. 북한 지도자들은 전세계는 외면하면서도 오직 중국만은 반복하여 방문하여 경제적 지원과 군사적 보호를 요청하고 있다. 그것은 핵무기와 폐쇄적 세습체제 등 북한문제는 중국이 나서야 하고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전환없이는 북한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중국은 자신의 국익을 위해서나?2300만 북한?인민을 위해 ‘전략적 동반자’인 한국과 협조하면서 북한을 변화로 이끌어 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박근혜와 시진핑은 동아시아의 안정과 협력을 위한 다자적 협력체제를 가동하고 한국과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자는데 합의해야 한다. 중국은 대만, 인도는 물론이고 베트남, 필리핀, 일본 등 주변국가들 대부분과 영토문제로 충돌하고 있다. 남지나해나 센카쿠열도를 포함한 영토분쟁은 동아시아의 교류협력의 증진과 경제공동체 구축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강대국으로서 주변국가에 피해의식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면서 역내 문제를 다자협의체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역사적으로 주변국가에 위협이 된 적이 없었고 모두 우호적 관계를 갖고 있는 한국은 중국과 함께 동아시아의 안보문제를 협의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다자협의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이 논의되고 합의될 때 한·중간의 상호관계의 강화를 넘어 동북아 전체의 번영공동체의 형성을 앞당기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는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