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시대적 과제… ‘동아시아 신뢰구축’

26일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제4회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1세션이 열리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조선일보(사장 방상훈)는 26~27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제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방상훈 사장은 개회사에서 “안정되고 평화로운 안보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가 ‘착한 성장, 똑똑한 복지’를 이룩해 나가겠다는 염원은 이 땅에 사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아시아의 평화, 더 나아가 전 세계인이 조화롭게 번영하고 공존하기 위한 해법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새로운 과제 : 착한 성장, 똑똑한 복지’를 주제로 열린 이번 컨퍼런스에는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얀 페터르 발케넨더 전 네덜란드 총리, 케빈러드 전 호주 총리,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 장관 등 7명의 전·현직 지도자를 비롯해 마틴 소렐 WPP그룹 회장, 스티브첸 유투브 대표, 고모리 시게타카 후지필름 CEO, 존 라이스 GE 부회장, 더글러스 플린트 HSBC 회장, 도미니크 바튼 맥킨지&컴퍼니 글로벌 회장,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 이샤이 야페 히브리대 경영대학장 등?재계, 학계 저명 인사 50여 명이 초빙됐다.

이들은 이틀 동안 10개 세션과 맞장토론, 릴레이 강연 등을 통해 평화와 번영을 위한 외교전략, 재벌규제, 청년실업, 지속가능성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중국 변화 긍정적 북핵문제 해결 기대

이번 콘퍼런스를 개괄하는 세션1 ‘아시아 뉴리더십의 과제’와 세션2 ‘평화와 번영을 위한 외교전략’ 토론회에선 동아시아 국가의 신뢰구축이 화두였다.

케빈러드 전 호주 총리는 헬싱키프로세스와 같은 장치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아시아 각국 간에 상당한 불신이 존재한다. 2년전 동아시아 서밋이 마련됐는데 단계별로 신뢰구축 프로세스를 어떻게 강화시켜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도 동아시아에 확고한 외교 틀이 없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걸어온 길을 통해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일본, 한국, 중국에 차례로 들어선 아시아의 새로운 리더들이 서로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은 “동아시아 지역은 역설의 대륙”이라면서 “유럽 내에선 신뢰구축 프로세스를 만들었지만 동아시아는 그러지 못해 여전히 민족주의, 영토분쟁, 북핵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토분쟁이 첨예해진 이유에 대해 “중국이 과거 경제성장에 몰두하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서 영토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일본은 과거 침략국으로 말없이 지내다 동일본 대진재 이후 부흥을 기치로 기지개를 펴는 상황에 왔고, 일본에 피해 본 나라들은 반성없는 일본에 불만이 쌓이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선 외교적 해답을 강조하는 발언이 많았다.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은 “수년에 걸쳐 해결책 찾는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은 아마추어 능력만 있을 뿐이다. 이 지역 핵우산 능력 간과하지 말라”고 말했다.

한승주 전 장관도 “외교적 해결과 북한의 행동에 책임을 지게 만드는 것이 병행돼 나가야 한다”며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외교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6~27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에는 50여명의 저명인사와 500여 명의 청중이 참석했다. <사진=조선일보>

미국, 동북아에서 역할 축소 ‘시기상조’???

야스다 전 총리는 중국에서 지난해 최고 유행어였던 정능량(正能量)을 언급하며 중국의 변화에 희망적인 기대를 걸었다. 그는 “최근 중국이 긍정적 사고, 배려의 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원래 물리학 용어인 이 말은 영국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Richard Wiseman)의 저서 ‘Rit it up’의 중문 번역서 이름이다. 적극적이고 낙관적인 에너지가 사람의 능력을 촉진한다는 뜻이다.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도 이 말을 종종 썼다.

지난 12월 광둥 시찰 때 “긍정의 힘을 발휘해 중단 없는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자”고 했고, 같은 달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중·미가 긍정의 힘을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콜린 파월 전 장관 역시 “중국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점차 변화되고 있다”며 향후 중국의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중국통으로 통하는 케빈러드 전 총리는 최근 중국의 몇몇 고위 간부와 언론들이 북한과의 관계 변화를 주장하는 발언에 주목했다. 그는 “최근 중국 변화 조짐 보이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면서 “중국 내부에서도 최근 한반도 통일이 어떤 비용을 초래하는지 등에 관한 공개적인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동북아에서 미국의 역할 축소, 지는 해라는 일각의 판단에 대해서 비판하는 의견도 개진됐다.

케빈 러드 전 총리는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 70조원 달러 경제규모 가운데 16조원 달러를 담당한다”며 “이는 중국의 8조원 달러에 비해 두 배 수치다. 미국에 대해 비관하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콜린 파월 전 장관도 “미국은 에너지 자급이 가능해지고 있고 3D 프린팅 기술로 일자리? 창출에도 문제가 없다”며 “막힌 재정문제도 곧 풀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에서의 미국 전략적 위상과 관련해 그는 “미국이 이 지역에서 중추적(pivotal) 역할을 하고 있다고들 하지만 ‘중추적’이란 말은 농구 선수의 피봇 플레이(한쪽 발을 축으로 도는 스텝)에서 나온 것으로 틀린 표현이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관심을 돌린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글=김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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