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언론사간 장벽을 허물자

텅 빈 프레스룸. 3월 26~27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가 열린 쉐라톤워커힐호텔 3층 코스모스홀에 마련됐다.

26일~27일 조선일보가 개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는 기자들이 없었다. 국제행사에 이렇게 기자들이 없는 경우도 처음이었다. 전 세계 명망가들이 몰려 왔는데 취재하러 오는 기자들이 없다니. 물론 조선일보 기자와 몇몇 외신은 왔다. 그러나 이틀 내내 교실 4개 넓이의 프레스룸은 텅 비워진 채 운영됐다.

최근 언론사가 주최하는 행사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매일경제가 주최하는 행사에는 매일경제만 오고 조선일보가 하는 행사에는 조선일보만 참여한다. 이렇다보니 이야깃거리가 많은 명사들이 총출동함에도 그 인사들에 대한 기사는 행사 주최 언론사 외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

조선일보가 하는 행사, 뭐 하러 가나, 생각조차 안 한 언론사가 태반인 듯 싶다. 유튜브 공동창업자 스티브첸과 인터뷰 하고 싶은 기자가 한 명도 없었을까. 취잿거리가 있어도 경쟁사, 혹은 타 언론사 행사는 안 간다는 어떤 룰이 생긴 듯 싶다.

조선일보가 철저히 자사 위주로 행사를 진행한 것도 원인이었다. 참가자들에게 150만원이라는 등록비를 받아 진행한 행사였기 때문인지 타사 기자들의 참가를 철저히 통제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을 통한 보도, 인터넷 생중계까지 했으니 충분히 공개했다고 생각한 듯 싶다. 기본 배포 자료도 없었다. 1, 2세션을 제외하곤 사진촬영도 금했다.

언론사들이 국제행사를 주최하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도 있지만, 공익을 위한 목적이 크다고 본다. 인터넷 중계도 하고, 참가자들에게 거액의 돈을 받기도 했으니 완전 공개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에게 만큼은 열어 달라는 것이다. 타 언론사도 취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된다. 대중의 입장에선 조선일보에만 나오는 것보다 한겨레신문, 뉴데일리에도 나오는 게 좋지 않을까.

기자들은 출입처를 통해 여러 언론사 기자들과 친분을 갖는 경우가 많다. 경쟁지인 경우도 물론이다. 이 정도 잔치라면 조선일보 기자들이 친분있는 기자들을 초대하는 게 상식이 아닐까. 아니었다면 지금부터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론사간 장벽을 허물자. <글·사진=김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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