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걸프전 영웅 파월’과 ‘살신성인 강재구’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콜린 파월 전 미 합참의장 및 국무장관이 10월 18일,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91년 걸프전에서 파월은 영웅이었다. 그토록 짧은 시간에 그만한 완승을 거둔 전쟁은 유례가 없다.
부시 행정부가 짠 외교군사 전략을 파월이 완벽하게 수행했다. 파월은 34개국의 다국적 연합군을 하나의 팀으로 조직했다. 슈워츠코프의 중부군사령관은 또 하나의 아이젠하워였다. 현대전사에서 이런 걸작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미 육군대장 파월은 훗날 국무장관이 된다. 파월은 52세에 합참의장이 되었다. 실질적인 미군총사령관이 된 것이다. 미국에서 전쟁을 맡길 만한 장수는 나이나 관록을 보지 않고 능력으로 발탁한다. 파월의 역할과 공은 2차대전 당시 마샬 참모총장과 아이젠하워 구주연합군사령관을 합한 것이었다.
연합사령관은 합참의장의 지휘하에 전쟁을 수행한다. 태평양사령관은 주일미군, 태평양 공군, 태평양 해군과 한미연합군의 협조에 그친다.
흑인 파월이 공화당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에는 아직 일렀다. 얼마 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가 첫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예일대학 출신으로 미국 엘리트에 일찍 편입되었기에 가능했다.
파월은 군인으로서 영웅이었다. 군인은 전공으로 말한다. 월남전 파병을 앞두고 훈련 중 부하가 잘못 던진 수류탄을 가슴에 안고 산화한 강재구 소령과 파월은 나이가 같다. 1937년생, 숨진 달도 같다.
강재구는 1965년 10월 4일, 파월은 10월 18일 세상을 떴다. 하늘에서 만나 두 사람은 무슨 얘기를 나눌까? 파월은 전공으로, 강재구는 희생정신으로 군인의 길을 밝히고, 증명해냈다. 강재구를 기리는 시 한편이 있다.
타오르는 횃불
해달같이 눈부신 기백과 정열
끝없이 타오르는 횃불을 보라
동지들을 구하려고 제몸 던졌네
저님은 살아있는 의기의 상징
내 나라 내 겨레 위해서라면
재구처럼 이 목숨 아끼잖으리
강재구는 죽어서 테극무공훈장을 받고 국군 최초 군신이 되었다. 월남전에서 전사한 5천여 위국헌신 군인상을 대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