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과 ‘주적개념’에 휘둘린 군 장성인사
1999년 연평해전이 벌어졌다. 우리 해군의 완승이었다. 전승의 공은 2함대사령관 박정성 제독의 왕성한 공격정신이었는데 그는 진급을 하지 못했다,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그를 좋아하지 않았고 눈치 빠른 해군 지휘부는 이를 반영한 것이다.
2000년 9월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김일철 부장은 국방백서의 주적을 문제 삼았다. 주적이 뭐냐, 주적이 있으면 부적도 있느냐? 주적은 국어사전에도 없다. 굳이 영어로 찾자면 ‘archenemy’ 즉 ‘satan’이라는 뜻이었다. 북한에서는 元首는 원수로, 怨讐는 원쑤로 표현하는데 북한은 주적을 바로 원쑤로 이해(오해)한 것이었다.
우리는 알았다고만 하고 돌아와서 주적 표현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중에 조성태 장관이 경질되었다. 림동원 수석 전화를 받은 장관은 “결국 주적이 문제였군”이라는 한마디를 하는 것이었다. 완승 장관 조성태에 생각지도 않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2002년 7월 김대중 대통령이 한일 월드컵 개막식에 가있는데 북한 도발이 일어났다. 당시는 도발이 일어날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바로 2년전 남북정상회담이 있었지 않았는가? 국방부 정책실, 합참 정보본부, 작전본부에서 모여 함께 논의했으나 해답을 찾지 못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었지만 북한 군부는 연평해전에서 받은 패배를 반드시 복수하라는 김정일 지령을 실행한 것이다. 서해교전에서 참수리 어뢰정이 침몰하였다. 이는 영화 <참수리>로도 나왔다.
김정은이 문재인과 판문점을 산책을 하다가도 불의의 도발이 있을 수 있다. 스위스에 유학한 김정은이 세계를 거슬리는 행동을 할 것인가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틀린 추론일 수 있다.
1976년 김일성이 판문점 미류나무 도끼 도발을 하자 비무장지대 상공에 B-52가 전개되고 북한지역 통신이 마비되고 나서 미국 무서운 것을 알아서 사과한 것이다. 1968년 청와대를 기습하고 1983년 아웅산사건을 일으키고도 꼼짝도 안 했던 북한이다. 그래서 버마는 북한의 국가승인 자체를 취소해버렸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SLBM을 개발한 지금은 위협이 심각하다. 북한이 하와이나 태평양 서부를 타격할 수 있는 원자력잠수함을 개발하기에는 멀다고 미국은 보는 모양이다. 그러나 모른다. 군인은 항상 최악의 위협을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월등한 조선능력을 가진 한국이 원자력잠수함을 개발했다. 핵을 갖지 못한 한국은 북한에 위협이 되지 못한다. 한반도가 통일되어 한국과 북한이 결합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미국과 중공, 일본 등이 한반도 통일을 경계하는 이유다.
북한 위협을 통일부나 외교부와 같이 판단하다가는 안 된다. 우리가 힘이 있을 때에만 억제가 된다. 안보회의에서 국방부 판단이 특별해야 하고 군인이 중요한 이유다. 국방부 정책실이 민간 전문가와 같이 사고하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항상 조심하고 현장 실무자의 경험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