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상 주교 “일본의 편협함, 중국의 오만함을 넘어서라”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

2011년 11월11일 창간한 아시아엔은 창간 3돌을 맞아 그동안 발행된 기사 가운데 네이버 검색 이전에 취재 발행된?기사를 다시 출고하여 독자들께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당부드립니다. <편집자>?

지난 11일 오후 5시,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를 만나기 위해 서울 정동에 있는 대한성공회 주교실을 찾았다. 이상기 아시아엔(The AsiaN)?발행인과 이상현 취재팀장도 함께. 별채로 지어진 주교실은 본당과 달리 기와지붕을 얹은 한옥이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간 한옥 내부는 포근하고 따뜻했다. 온화한 분위기 때문인지 추위에 언 몸이 금세 녹는 듯했다.

김근상 주교는 성탄절을 앞두고 손수 카드를 쓰고 있었다. 해외 400명, 국내 600명. 모두 20개국 1000명쯤 되는 종교관계자와 지인들에게 직접 손으로 한마디씩 덕담을 적는다고 했다.

“1000명에게 보내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시는 거에요?” “밤마다 2시간 정도씩 며칠이면 됩니다.”

김근상 주교가 직접 덕담을 적은 성탄절 카드

김근상 주교는 세계종교간 대화위원회 한국대표를 맡고 있다. 맡은 자리는 높은데 아래에서부터 하나하나 살핀다. 전환기의 동아시아, 그에게 아시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었다.

“핵심 문제는 종교적 갈등이다. 종족, 문화의 차이라고도 하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보듯 아직도 종교갈등이다. 이전에는 이슬람에게 공격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이슬람 입장에서 권력을 되찾는 것이다. 팔레스타인과 유대교의 싸움도 팔레스타인이 1600년 이상 땅을 빼앗긴 것이다, 유대교가 승승장구해서 이겼을 뿐인 것이지. 관점이 어디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인류적 가치에서 보면 늘 상생이었다.”

대한성공회 주교실의 한쪽 벽면은 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는 서재다. 가운데 작은 테이블 위에 양초와 화분, 인형 등이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다.

“교회 짓지 말고 차라리 학교와 병원 지어줘라”

한국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1980년 이후로 민주화 투쟁을 경험하면서 정의와 자유를 위해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경험을 했다. 이런 경험이 아시아 저개발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가난하지만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를, 꼭 우리처럼 하라는 것이 아니라 반면교사 삼아서 인간의 가치를 최고로 확보해 나가면서도 늦더라도 서로 상처받지 않고 바뀌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줘야 한다.”

종교의 역할은.

“한국 교회가 미국 다음으로 선교사를 해외로 많이 보내는데, 그렇게 보내서 교회 세우는 일은 하면 안 된다. 이슬람 나라에 교회를 세우고 맞부딪혀 싸우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거꾸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좋은 조건에서 교육을 받고 의료 혜택을 받도록 해주는 것, 인간의 최소한의 가치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150년 전 미국이나 영국이 한국에 선교사를 보내서 한 것은 교회를 만든 것이 아니다. 학교와 병원을 먼저 만들었다. 왜 그 생각을 못하는 걸까.”

김근상 주교가 보내는 성탄절 카드의 표지 그림. 성공회 선교정신 5가지가 적혀 있다. 기쁜 소식, 새로운 신자, 사랑의 섬김, 불의한 사회의 변화, 창조의 보존.

올해 한국과 중국, 일본은 모두 새 지도자를 맞았다. 이 해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으면 좋을까.

먼저, 한국은 북한문제를 해결하라.

“역사란 흐름이 있다. 오바마나 시진핑도 모두 시대정신에서 있는 것이다. 한국도 벗어나지 않는다. 한국은 남북문제가 결정적으로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남북문제를 잘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은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아무리 자민당으로 우경화, 보수화한다고 해도 그들이 그런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그들을 낮게 취급하는 아시아의 생각을 조심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도 똑같은 세력싸움에 들어가는 것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가치로 너희가 그렇게 살 수 없다고 가르쳐야 한다. 섬나라는 박차고 나가거나 자기네끼리 화해하지 공유하기 힘들다. 더 폭넓은 생각으로, 일본을 이해하고, 그러나 그것으로는 살아갈 수 없으니 밖으로 나오라고, 한국이 그 정신을 전해줘야 한다.”

중국은 오만함을 버려라.

“역사적으로 500년 이상 통일된 적이 없는 중국이다. 끊임없이 흩어지고 만나고 했다. 지금은 공산당의 가치와 지방자치의 가치가 잘 분점해줘서 중앙권력이 유지되는데, 약점은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바로 무너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일로 중국을 펼쳐보이게 해줘야, 지금 미국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국의 오만함을 벗어나는 것이다.”

중동은 이슬람과의 타협이다.

“중동지역에서는 이슬람과 어떻게 타협하느냐가 결정적이다. 종교적 가치가 워낙 강력해서 대하기가 쉽지 않다. 노선도 많고 고집스러운 부분도 있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관건이다.”

인다바… “만나라. 얘기하라. 들어라. 해결해라”

아시아적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방법에 있어 김근상 주교는 남아프리카 줄루(Zulu)족의 지혜 ‘인다바(Indaba, 만남, 모임)’를 설명했다.

“줄루족은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을 모아서 해결할 때까지 얘기를 한다. 아무리 큰 갈등이 있어도 등지고 있으면 싸우기밖에 더 하겠나. 어찌됐던 손붙잡고 얘기하는 거다. 그것이 인다바다.”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마친 김근상 주교는 오후 6시 약속이 있다며 함께 주교실에서 나섰다. 마침 종이 울렸다.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어떤 ‘인다바’를 기도한 것일까. 전환기의 한 해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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