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으로 ‘성장’하는 지구촌… GGGI 출범
“한국에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녹색기후기금(GCF), 한국녹색기술센터(GTCK)까지 세워지면서 녹색성장을 이끄는 전략·자본·기술 등 3가지가 갖춰졌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사람이 더해져야 합니다.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도, 멈추게 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오후 3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GGGI 창립대회 개막식에 참석, “얼마 전 그린란드 방문 때 실제 빙하가 녹는 모습을 보고, 기후변화가 내일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일이라는 점을 거듭 깨달았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숙제1 : 튼튼한 지배구조 갖춰야
이날 행사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한승수 GGGI 이사회 전 의장,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GGGI 현 의장 등의 노고를 치하했다. 반총장은 “우리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함께 분투하며 더욱 정당하고 공평한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한편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 지구를 보호하는 일에 앞장 설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격려와 경의를 표했다.
2010년 6월 설립된 GGGI가 2년 4개월 만에 한국의 비영리재단에서 녹색성장을 전담하는 새로운 국제기구로 출범했다. 국제기구가 됐으니 한국 입장에서는 적잖은 성과를 거둔 것이지만, 몇 가지 풀어야 할 숙제도 남겼다.
먼저 급하게 국제기구를 추진, 선명한 ‘녹색’을 보여주기에는 2년여의 세월이 부족했다. 조직이 안정화 된 만큼 정교하고 실사구시적인 프로젝트 사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
이날 개막식에 앞서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Lars Løkke Rasmussen) GGGI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식으로 ‘빨리빨리’ 해야겠다”고 농담을 했다. 나름 한국인들의 저돌적인 업무추진 태도를 에둘러 호평한 말인데, 기자회견장에서는 아무도 웃지 않았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이 말의 의미는 그다지 유쾌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숙제2 : 종주국 한국, 녹색다운 녹색 보여줘야
한국이 이명박정부 들어서 보여준 녹색성장 정책에 대해 다수의 종주국민들이 ‘녹색’이든 ‘성장’이든 그다지 합의하지 않고 있는 점도 GGGI가 풀고 가야 할 문제로 제기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독일 온라인 매체 기자가 “한국은 원전 수출국인데 오래전부터 덴마크는 원자력에 반대해왔다. 이건 하나의 모순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라스무센 의장은 이런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단호히 반박했다. “전혀 모순이나 이해상충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에너지에 대해 평할 입장은 아니지만, 덴마크도 여러 타당한 이유로 원자력이 활용돼 왔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해 상충 때문이 아니라 이해관계를 같이 하기 때문에 함께 한 것이다.”
그러나 덴마크는 지난 1985년 의회가 국내 원자력 에너지 생산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킨 이래 자국 내에서는 원자력 에너지를 전혀 생산하지 않는 나라다. 다만, 덴마크가 스웨덴과 독일, 노르웨이로부터 수입해 쓰는 전기의 일부가 원자력발전으로 만들어진다. 독일 기자의 질문처럼, 덴마크는 GGGI 설립을 주도한 현 정부에서 원전 추가설립을 위해 노력하면서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원전을 수출까지 한 한국과 유전자가 확연히 다른 셈이다.
숙제3 : 내실 기하고 투명성 높여야
“중국과 인도 역시 개발도상국인데, 그들을 어떻게 GGGI의 사업 파트너로 참여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리차드 사만스(Richard Samans) GGGI 소장이 “인도(카르나타카)와 중국(윈난성)에 각각 1개씩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GGGI 홈페이지 나타난 양국에서의 프로젝트는 워크숍 몇 번 진행한 수준으로 보이지만, 이주석 GGGI 과장은 지난 18일 “인도와 중국에 대한 녹색성장 전파사업은 사업 확정단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사만스 소장은 “재정투명성 강화 방안을 밝혀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GGGI는 신생기관이고, 지배구조(Governance)를 갖춘 후 출범해야 했지만,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의 시급성을 감안, 프로젝트와 거버넌스를 병행했다”면서 “따라서 목표 대비 실제 성과의 격차가 불가피했고, 할당과 예산 간 차이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국제기구로 전환된 만큼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라스무센 의장과 사만스 소장 이외에도 바라트 작데오(Bharrat jagdeo) 가이아나 전 대통령과 한국의 신부남 녹색성장 대사, 르네 카스트로 살라자(Ren? Castro Salazar) 코스타리카 환경 에너지통신부 장관 등 5명이 나란히 인터뷰이로 나섰다.
‘GGGI의 아버지’로 불린 5명의 인터뷰이들은 기자회견 뒤 곧바로 호텔 2층 국제회의장으로 이동, 부랴부랴 창립총회 개막식을 시작해야 했다.
아시아에서는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한국이 지도부로 참여
GGGI 창립총회 개막식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18개국 회원국 대표와 비회원 초청국 대표, 주한 외교단, 국제기구 대표, 민간 인사 등 320여명이 참석했다.
작 데오 전 가이아나 대통령이 총회 의장을, 영국과 필리핀이 각각 부의장국으로 선출됐고 보고관(rapporteur)은 캄보디아가 맡기로 했다.
리차드 사만스 현 GGGI소장이 초대 GGGI 사무총장으로 선임됐다. 미국 출신의 사만스 사무총장은 미 국가안보위원회(NSC) 소속 선임 이사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국제통상과 금융정책 자문역, 민주당 상원 지도자 대쉴(Tom Daschle) 의원의 경제정책 고문 등을 역임하는 등 미국 민주당에 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이사회는 ‘기여국’에서 호주와 덴마크, UAE, 카타르, 노르웨이가, ‘참여국’에서는 에티오피아와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 키리바시, 멕시코가 각각 선정됐다. 이사회 의장은 라스무센 현 의장(민간 이사)이 맡게 되며 호주와 인도네시아가 부의장국으로서 의장을 보좌한다.
<스턴 보고서>로 유명한 니콜라스 스턴 런던정경대 교수(영국)와 김상협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한국), 몬텍 알루왈리아 인도 국가발전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각각 민간이사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