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아시아를 만나다’ ④ 필리핀·태국
사람들은 모험과 위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영화 역시 세상의 위험한 풍경을 발굴해서 스크린에 배치한다. 이 작품은 1990년대에 필리핀에서 발생한 중국계 필리핀 어린이 실종문제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화된 것이다.
어린이의 실종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부모가 애타게 찾는 이야기를 동반한다. 누군가를 찾는 영화는 <애타게 수잔을 찾아서>나 <데보라 윙거를 찾아서>와 같은 영화를 통해 자기정체성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홉 살 브라이언을 찾는 아버지 로버트의 행적을 통해, 필리핀 사회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어린이 실종이라는 어두운 사회 문제를 뒤집어 보여준다.
로버트는 아들 브라이언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소환당한다. 집으로 돌아간 로버트는 아들에게 화를 내지만 곧장 화해를 시도하고, 둘은 쇼핑몰에 간다. 그곳에서 아이는 화장실에 가고 로버트는 잠시 복권을 사러 갔다 온다. 그 사이, 아이는 사라지고 아버지가 아이를 찾는 여정이 시작되면서 필리핀 사회의 불안과 공포가 카메라에 포획된다. (문관규 디렉터)
감독 이안 로레노스(Ian LORE?OS)
이안 로레노스는 1982년 12월 16일 마닐라의 차이나타운에서 나고 자라났다. 대학에서 무역과 경영을 전공한 그는 영화계에 진출한 몇 안 되는 ‘치노이’ 중의 한 명이다. 2007년 베를린영화제 탤런트 캠퍼스에 참여하였으며, 2009년 실험 애니메이션 <의지의 숭배>로 시네마닐라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였다. 2010년 첫 장편 <이별>을 연출해 시네말라야영화제에서 3개 부문을 수상하였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시아영화아카데미에 참가한 뒤 만든 <브레이크어웨이>는 그의 두 번째 장편이다.?·
[태국] 왜곡(Distortion)?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태국 감독 논지 니미부트르의 신작. 둔부를 가격하는 해머의 부드러운 움직임과 검붉은 피가 낭자한 살인 현장이 발랄한 음악과 함께 영화의 오프닝을 장식한다. 살인의 현장을 미묘하게 즐거운 느낌으로 표현한 오프닝 이후, 심리학자 쿠엔을 중심으로 하는 심리스릴러가 펼쳐진다.
쿠엔은, 어릴 때 어머니를 살해하는 아버지를 목격하고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한 여학생 광을 도우려고 하지만 광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어느 날부터 본인에게도 기이한 환영이 보이는 등 혼란에 빠진다. 그때 쿠엔 앞에 어린 시절의 친구가 나타나고, 쿠엔은 지금까지 광을 도우려 했던 자신의 행동이 실제로는 광을 이용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트라우마를 덧씌우고, 덧씌운 트라우마가 또 다른 형태로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순환구조를 탁월한 시나리오와 연출 솜씨로 버무렸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영화의 후반부에는 모두를 충격에 빠트리는 놀라운 반전이 드러난다.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까지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긴장도 100%의 영화. (박진희 디렉터)
감독 논지 니미부트르 (Nonzee NIMIBUTR)
태국영화의 새로운 황금기를 연 개척자로 평가받는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은 데뷔작 <댕 버럴리와 일당들>으로 1997년 태국영화 최고의 흥행기록을 새웠고, 두 번째 작품 <낭낙>은 태국 영화 역사상 흥행수입 1위를 기록하였다. 이 작품은 2010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등 해외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작품으로는 <잔 다라>(2001), 옴니버스 공포 영화 <쓰리>(2002), <베이통>(2003), <랑카수카의 여왕>(2008) 등이 있으며, <왜곡>은 그의 일곱 번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