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상의 글로컬 뷰] 고려인 한국정착 ‘새 이정표’ 제과제빵 기술

아시아발전재단(ADF)과 함께 하는 ‘고려인 제과제빵 훈련 과정’에 참여 중인 고려인. 왼쪽부터 이 콘스탄틴, 손 비올레타, 허 니카, 박 클라라, 권 아나스타시아, 텐 막심, 주 다니엘, 유 베라, 최 레나, 김 마리나, 오가이 유리이, 천 타냐(타치아나), 압둘라예프 다닐, 루시나 머리아, 길 디아나, 이 아나스타시아, 이 레라. 외에 사진에 없는 신 다비드 등 총 18명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타민족 성씨도 있어 성과 이름을 띄어 표기했다. 

부모는 고향을 만들어 주는 사람

2024년 12월 8일 전북 익산시 왕궁면 온수리 금오마을 성광교회 세미나(오후 2~3시)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천타치아나(47세)씨가 “우리 가족의 14년 한국생활”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날 성광교회 교우들은 조상의 나라 대한민국에 온 고려인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금오마을주민회는 고려인동포 가족을 초청해 살기로 했다. 성광교회 이승재 목사는 ‘익산동포마을’ 단체 등록도 마쳤다.

아래는 천 타치아나의 발표 요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천 타치아나라고 합니다. 1977년 태어났습니다. 1991년까지 고향은 소련이었습니다. 모국어는 러시아어입니다. (…) 2010년 남편과 함께 11살 딸과 8살 아들을 부모님께 맡기고 한국으로 왔습니다. 그때 2년 동안 한국에서 일하고 돌아갈 계획이었고 열심히 일하며 모든 것을 아끼며 돈을 모았습니다. (…) 2012년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왔습니다. 아들은 초등학교 2학년, 딸은 중학교 1학년에 들어갔습니다. 딸이 한국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가서 온종일 책상에 앉아 러시아 책만 읽었고 (…) 딸의 고등학교 졸업식 날 정말 기뻤고 자랑스러웠습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하나도 알아듣지 못한 아이가 반에서 1등을 하여 가장 많은 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 딸은 지금 안산원곡초등학교 원어민 이중언어 교사로 일하면서 방과 후에 러시아로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칩니다. (…) 14년 동안 한 걸음 한 걸음씩 저는 목표에 도달했습니다. 저는 언젠가 제 후손들이 자신들의 땅과 고향을 가지게 되고 한국어가 모국어가 된 날이 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천 타치아나는 하루 12시간씩 공장에서 일하며 공부를 병행한 끝에 2014년 피부관리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해 방문취업 H-2 비자에서 계속 한국에서 살 수 있는 재외동포 F-4 바자로 변경했다. 이어서 영주 F-5 비자와 한국인도 어렵다는 시험을 거쳐 한국국적을 취득해 한국인이 되었다.

전북 익산시 왕궁면 온수리 성광교회 세미나(2024.12.8.)에서 발표하는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천 타치아나씨 


고려인 제과제빵 훈련 사업

2025년 1월 2일 아시아발전재단(이사장 김준일)은 안산 한국호텔관광실용전문학교에서 국내 체류 고려인 청소년 직업훈련 입교식(‘K-베이커리 전문가 과정’)을 가졌다.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KGN) 김산 이사의 통역으로 진행된 행사에 참석한 고려인 18인은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었는데, 2월 28일까지 하루 3시간씩 제과·제빵 기초 이론·실습 과정을 밟게 된다. (<연합뉴스> 2025-1-2 “‘내일은 파티시에’…고려인 청소년 18명 제과제빵 교육받는다”)

고려인 제과제빵 훈련 소식이 알려지자 제과업계에서 고려인들이 훈련을 잘 마친 후에 채용하겠다고 연락했으며, 안동의 스마트 농업인은 전 방송대 총장인 아시아발전재단 조남철 상임이사 앞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총장님! 교육과 취업을 통해 고려인을 안동에 정착을 시킬 때 업무 진행에 대해 문의드립니다. 고려인 5명을 교육을 통해 안동에 정착시키는 프로젝트 진행을 계획하고자 합니다.

①요구 인재 : IT 관련, 스마트농업 및 일반 농업에 종사 가능한 인재 ②진행 과정 : 직종에 맞는 교육 이수 후 취업 연계 –> 안동에 정착 조건으로 진행할 경우 안동에서 준비해야 될 내용에 대해 문의드립니다. 의료, 주거, 교육, 생활, 통번역 등.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그리고 정착의 경우 어떤 제공이나 준비가 필요한 지입니다. 지역(안동시)과 지역대학의 협업을 통해 일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안동시와 지역대학의 지원을 받는데, 제가 노력하겠습니다. 총장님이 조언을 주시면 제가 안동에서 협의 및 업무를 진행하겠습니다.”

고려인 청소년의 한국 정착에 꼭 필요한 직업훈련은 한국국적이 아닌 이유로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전액을 아시아발전재단이 부담했다. 조남철 상임이사는 고려인의 직업훈련에 우리 정부나 지방정부, 교육청이 ‘귀환’ 동포의 정착지원 차원에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필자 또한 직업훈련 국비 지원인 ‘국민내일배움카드’ 발급이 내일의 ‘국민’인 ‘귀환’ 동포(특히, 청소년)에게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외동포의 창> 2024년 12월 “‘귀환’ 고려인 청소년의 진로·취업교육 확대 시급 : ‘일반고 특화훈련’[국민내일배움카드]이 고려인 고등학생에게도 가능해야”)

2025년도 지역별 재외동포 정착지원 사업 선정

재외동포청의 국내동포정책 원년이 될 ‘2025년 지역별 재외동포 정착지원 사업’이 곧 시행된다. 총 13개 지자체가 신청한 16개 사업을 신청했다. 그런데 다소 의외였다. 2024년부터 법무부가 89개 인구감소지역 대상으로 시행하는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지자체 중에 제천시만 신청했을 뿐이다. 또 2025년부터는 18개 인구감소 관심지역도 사업 대상에 포함되는데, 경주시만 신청했다. 이들 지역은 당연히 심사과정에서 배려를 받았다. 아무튼, 재외동포청은 2025년 하반기 사업부터 많은 지자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다.

한편, 16개 신청 사업 가운데 청주시가 제안한 “요양보호사 양성 사업”이 특별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주지하듯이, 요양보호사 부족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요양원 입소자 2.6명에 1명의 요양보호사가 필요한데 지방에서는 요양보호사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증을 받기 위해서는 총 320시간의 교육이 필요하고,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거쳐야 한다. 그동안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고려인동포는 요양보호사로 진출하지 못했다. 청주시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시아발전재단은 고려인 청소년 직업훈련(K-베이커리 과정)을 시행하면서 18명을 3명 1조로 편성하고 각기 1명의 한국어 통역이 가능한 고려인을 선발했다. 47세의 천 타치아나씨가 선발된 이유였다. 한국생활 15년 차인 천 타치아나 씨. ‘제과제빵’ 기술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해 지역(새로운 ‘고향’)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익산동포마을’을 조성 중인 익산시 왕궁면 온수리 금오마을. 국가식품산업클러스터가 차로 10분 거리이다.

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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