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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상의 글로컬 뷰] 양산에서 굽는 희망의 빵…고려인 베이커리 직업훈련

경남 양산의 고려인 상점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나쉬 탄드르(우리 화덕)>, <더 베스트 마트>, <굿 푸드>, <콜로속>, <카라바이>. 왼쪽 하단은 <나쉬 탄드르>에서 사용하는 탄드르(화덕).

양산의 고려인 상점에서 만난 새로운 가능성

[아시아엔=임영상 아시아발전재단 상임고문, 한국외대 명예교수] 지난 2026년 9월 8일, 3년 3개월 만에 경남 양산시를 다시 찾았다. 양산시고려인통합지원센터 김동원 센터장의 요청으로 울산역에 내린 덕분에 지난 방문 때 들르지 못했던 서창 지역의 고려인 상점 세 곳을 빠르게 둘러볼 수 있었다. 이어 북정 지역의 상점 두 곳을 방문할 때는 동원과학기술대학교 회의에서 만난 손은숙 김해 글로벌청소년센터장도 함께했다.

고려인 상점을 찾을 때마다 러시아어가 유창한 김동원 센터장은 2027년 7월을 목표로 기획 중인 ‘양산 고려인 베이커리 직업훈련’ 과정을 열심히 설명했다. “한국빵 제조 기술까지 갖추게 된다면 지역의 한국인 이웃들도 찾게 되고, 매출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동원 센터장과 지속해서 협력해 온 고려인 상인들은 모두 ‘양산 고려인 베이커리 직업훈련’ 사업을 긍정적으로 반겼다.

양산시고려인통합지원센터 김동원 센터장으로부터 ‘양산 고려인 베이커리 직업훈련’ 예정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는 고려인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나쉬 탄드르>의 조드미트리·알렉산드르 부자, <더 베스트 마켓>의 권알렉산드르, <카라바이>의 말리혼로바 루이자, <굿 푸드>의 안노티나와 어머니.

그동안 안산과 성남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ADF의 고려인 직업훈련은 2027년을 기점으로 호남(전주)과 영남(양산)으로 무대를 넓혀갈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양산시는 2025년과 2026년에 걸쳐 재외동포청의 ‘지역별 재외동포 정착지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는 도시다.

2026년 열린 고려인 청소년·학부모 진학 코칭 행사에는 동원과기대 호텔식품제과제빵과 정동윤 교수도 강사로 참여해 제빵 분야의 구체적인 진로와 현실적인 취업 가능성을 짚어주며 큰 호응을 얻었다. (<양산신문> 2026.8.28. ‘양산 고려인 청소년, 진학 코칭으로 함께 성장’)

동원과기대 ‘제과기능사 양성과정’ 수업 중에 만난 김중록 이사

직접 살펴본 동원과기대의 제과제빵 실습 시설은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게다가 양산 자체에도 1천여 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지만, 차를 이용하면 6천 명 이상의 고려인이 모여 사는 경주 성건동에서 1시간, 고려인 청소년이 많은 김해 진영에서는 40분 안에 닿을 수 있는 지리적 이점도 컸다. ADF가 양산을 영남권 훈련의 중심지로 낙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침 9월 8일 오전 동원과기대 회의에서 김중록 이사를 만났다. 그는 O2O 프로그램을 통해 고려인을 고용한 경주의 <농부의 주말빵집>을 운영하면서, 울산의 베이커리 카페 파파앤썬(PAPA&SON)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당시 동원과기대의 앵커 사업인 제과기능사 양성과정에 출강 중이었다. 그와 나눈 대화가 무척 고마웠다.

“여러 가지 제약이 많은 다른 외국인보다 한국 체류가 보장된 고려인이 더 좋습니다. 재외동포(F-4) 비자를 소지한 고려인은 더 많은 시간을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울산 매장 주방에서 일할 고려인 3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동원과기대 제과기능사 양성과정 수업 모습(왼쪽)과 강의 도중 잠시 나와 필자와 대화를 나눈 김중록 이사(오른쪽). 김 이사는 당시 제과 실습용 가운을 입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선발해야 할 주인공은 누구일까?

지난 4기 훈련을 돌아보면 교육생 13명 가운데 4~5명은 강사의 한국어 설명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또한 취·창업을 목표로 베이커리 매장의 핵심 품목인 식사빵과 바게트, 단팥빵과 소보루, 소금빵과 치아바타, 크림빵과 마들렌 등을 반복해서 실습했다. 3명은 이미 현업에 종사하고 있어 주말마다 배운 기술을 곧바로 매장에 적용하는 긍정적인 순환을 보여주었다. 그중 곤지암의 고려인 고이리나는 10월 29일 정식으로 <페치카 베이커리> 창업 행사를 열 예정이다.

다만 취업을 희망하는 동포들에게 연수생 단계의 급여는 현실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O2O 프로그램의 지원금이 더해지더라도 당장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들에게는 일반 제조공장에서 받을 수 있는 급여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기술을 배우기 위해 연수생으로 남을 것인가, 당장의 생계를 위해 다시 공장으로 발길을 돌릴 것인가. 동포들의 깊은 고민을 우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에 ADF는 2027년 1월 전주, 7월 양산에서 진행하려는 직업훈련이 확정되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교육생을 선발할 것이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페치카 베이커리>는 한국빵과 러시아빵이 맛있게 어우러지듯 지역 주민들과 고려인 동포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문화 교류의 공간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미 러시아빵 매장을 운영하며 변화를 꿈꾸는 동포들에게 좋은 기회가 열릴 것이다. 그에 못지않게 제빵사라는 멋진 꿈을 품고 당당히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한 ‘학교 밖 고려인 청소년’들에게도 기회의 문이 활짝 열리기를 바란다. 희망을 굽는 이 따뜻한 여정에 많은 분의 진심 어린 응원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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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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