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오늘 12.12쿠데타 45주년…”12∙3비상계엄 동원된 ‘똥별’들 단죄해야”
12∙3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 장성들의 책임회피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한 ‘똥별’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들이 많다. 쿠데타를 주동하거나 공모, 동조하고도 사법적 단죄를 피하기 위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군 장성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갈했던 장면과 유사하다. 초급간부와 병사들은 극심한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는데 자기 살 길만 찾는 계엄 투입 지휘관들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군 내에서 ‘똥별’들을 모두 도려내야 한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계엄 주도 장성들의 책임회피성 진술은 군내 제보와 부하들 진술에 의해 차례로 뒤집히고 있다. 부대원들을 국회 등에 계엄군으로 보낸 곽종근 특전사령관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6일 언론 보도로 비상계엄을 인지했다고 했으나 10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1일 알고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곽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까지 받았다고 실토했는데, 이는 부하인 707특임단장의 폭로가 발단인 것으로 전해진다. ‘양심선언’이라기보다 처벌을 줄이기 위한 태세 전환으로 풀이된다.
계엄 실행 사전 모의 의혹을 받고있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9일 “방첩사가 계엄을 기획·준비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부하인 방첩사 참모장은 여 사령관이 계엄 선포 이틀 전부터 주요 간부들에게 지시 대기를 하달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 역할을 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도 윤석열의 긴급담화를 보고서야 비상계엄 사실을 알았다고 했으나 뒤늦게 계엄 선포 당일 오후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만난 사실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들 장성이 적극 가담자들이라면 소극적으로 계엄을 방조한 장성들도 수두룩하다. 지난 3일 밤 계엄령 선포 직후 김용현은 군 지휘부와 국방부 실국장 등을 긴급소집했다. 당시 합참 청사 지하 3층의 전투통제실에는 군 장성을 포함해 50여명이 모였지만 그 누구도 계엄에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침묵 속에 무장 계엄군의 국회 진입 관련 TV 뉴스와 휴대전화만 쳐다봤다는 전언이다. 그 많은 장성들이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에 사실상 동조한 셈이다.
이런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 들어 ‘정치군인’들이 요직을 장악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군을 잘 모르는 윤석열이 처음부터 김용현을 대통령 경호처장에 앉히고 육사 출신들을 중용하면서 ‘정치 군인’들이 양산됐다. 이로 인해 군 내부에는 김용현 등 ‘충암파’를 비롯해 김용현이 국방장관에 취임한 뒤 자신의 인맥을 구축한 ‘용현파’, 앞서 신원식 전 국방장관이 구축한 ‘국방파’ 등이 파워게임을 벌여왔다는 게 군 내부의 분석이다. 군 지휘부가 북한의 위협 등 안보보다는 용산과 권력만 쳐다보는 행태가 이번의 쿠데타 가담과 동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12월 미국으로부터 군사작전권 환수에 예비역을 비롯한 군 장성들이 반대하자 사자후를 토했다. “자기 나라 군대 작전통제 한 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기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대다수 군 장성들이 결정적 순간에 침묵하고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는 건 스스로 군인으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실토하는 것이다. 그들의 방조가 없었다면 내란이나 군사반란은 시도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쿠데타를 주도한 이들에 비해 결코 죄가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 지금의 별들이 ‘똥별’이라는 호칭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부끄러워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