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이재명 ‘대선 플랜’에서 유념해야 할 점들
야권의 총선 압승 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대선 플랜’이 가동을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금개혁과 종부세 폐지 등 민생 정책과 특검 드라이브, 당원권 강화 등 일련의 행보가 차기 대선을 향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변한 것 같다” “대통령처럼 보이기 시작한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종부세 문제 접근과 이재명 ‘일극체제’ 논란 등 부작용도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대표 대선 플랜의 핵심은 중도·보수층 아우르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대선에서 간발의 차이로 패배한 이 대표로서는 이들의 지지가 차기 대권 가도에서 절대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위해선 민생 정책을 통해 수권 역량을 보여주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민주당 내에선 “이 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말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국민연금 개혁 기선잡기다. 연금개혁은 통상 정부·여당의 성과로 기록되는데, 이 대표가 돌연 양보카드를 내밀면서 개혁의 주도권을 쥔 모양새가 됐다. 연금개혁은 이 대표나 민주당 입장에서도 지지층 반대 등 부담이 상당한 이슈지만 중도·보수층에 소구할 수 있는 카드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당면한 시대적 과제인 연금개혁에 대한 명분도 얻고, 통 큰 양보로 차기 지도자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기여했다는 평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민주당이 종부세 완화 이슈를 띄운 것도 이 대표의 대선 플랜과 관계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 대선 때 이 대표는 종부세 과세 대상이 상대적으로 많은 한강벨트 전역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가격 상승과 종부세 인상으로 이 지역 유권자들의 반발심리가 컸다는 게 이 대표측 분석이다. 최근 이 대표가 전국민 25만원 지급 방침에서 차등지원으로 한 발 물러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 드라이브를 이 대표의 대선 플랜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은 예비역 해병대원 등 보수세가 강한 집단에서도 공감하는만큼 윤 대통령 압박과 함께 보수진영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최근 장외 집회에 참석해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고 적힌 깃발을 흔들기도 했다.
민생 정책 행보와 특검 공세가 보수·중도층을 겨냥한 것이라면 당헌·당규 개정은 지지층 결속을 통한 대권 가도 정지 작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출마 1년 전 당대표 사퇴’ 규정 손질은 이 대표의 대표직 연임을 노린 것이고, 당원권 강화 관련 조항은 강성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대권 주자 입지를 다지기 위한 ‘맞춤형 개정’이라는 데는 민주당 내에도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이 대표의 행보는 민생을 우선하고 총선 민심을 적극 반영한다는 이미지 측면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반응이 많다. 진보진영에서도 뚜렷한 차기 대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 대표 대선 플랜에 긍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광폭행보가 지나치게 대선을 의식한 전략으로 비쳐지는 데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종부세 완화의 경우 부정적인 여론이 적지 않을 뿐더러 논의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거세다. 수도권 일부 민심을 잡으려다 자칫 게도 구럭도 놓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이재명 일극체제’라는 비판도 이 대표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여당에서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상황에서 무리한 당헌·당규 개정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자칫 성급한 대선 플랜 가동은 특정인의 독주라는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것을 조언한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서 행보의 완급 조절이 이 대표의 숙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