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김행 검증 실패…오늘 신원식 국방 인사청문회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진 연합>

27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를 시작으로 김행 여성가족부·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열린다. 이들 후보에 대한 갖가지 자질과 도덕성 논란에도 청문회 결과와 무관하게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 강행이 기정사실이 될 것 같다.

후보들도 어떻게든 임명될 거라는 낙관론에 기대 의혹에 대한 최소한의 해명도 없이 버티기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이런 부적격 인사들을 걸러내지 못한 법무부 인사검증단과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세 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여권에서조차 고개를 가로저을 정도다. 김행 후보는 공직자백지신탁 제도 취지에 어긋나는 ‘주식파킹'(우호적 제3자에게 주식을 맡겨둠)을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여당 일부에서도 공직자윤리법 위반으로 수사대상이라는 얘기가 나올만큼 심각한 사안이다. 더구나 김행 후보는 주식 재매입 자금으로 개인 돈이 아닌 회삿돈을 사용해 배임 혐의까지 제기됐다. 그런데도 김 후보는 사과는커녕 거짓해명을 하고 언론에 대해 의혹보도를 중단하라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신원식 후보의 경우 가치관과 역사관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이 많다. 전두환 신군부의 12·12 쿠데타와 5·16 쿠데타를 옹호하는 발언과 이완용의 친일행각을 두둔한 발언이 드러났다. 유인촌 후보도 과거 막말 논란과 이명박정부 당시 문체부장관에 재직하면서 실행했던 블랙리스트 논란에 휩싸여 있다. 

문제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후보들의 부적격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출범 1년 여만에 야당 동의 없이 16명의 장관급 인사를 임명했다.

대통령의 일방적인 장관 임명 강행은, 문재인 정부에서 5년 동안 총 34명의 장관급 인사를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해 비판이 컸다. 지금 속도라면 윤석열 정부가 기록을 넘길 수도 있겠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 검증 실패는 예견된 일이다. 고위공직자 인사 추천·검증은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복두규 인사기획관·이원모 인사비서관)의 추천→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1차 검증(한동훈 법무부 장관)→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시원 비서관)의 2차 검증 순으로 이뤄진다. 이들 기관은 후보들의 과거 행적과 재산의 문제점을 알고도 그냥 통과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몰랐다고 해도 다를 건 없다.

청문회와 인사 검증 무력화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기현상도 있다. 후보자들은 제기되는 의혹을 무조건 ‘가짜뉴스’로 치부하거나, 청문회때 답변하겠다고 미루고 있다. 어차피 청문회에서 하루만 버티면 임명은 될 거라는 잘못된 인식이 심어진 탓이다.

예전 같으면 대통령이 자질과 도덕성에서 논란이 큰 후보 가운데 일부를 지명철회해 여론을 달랬지만, 현 정부 들어서 그런 모습이 사라진 것도 후보들의 ‘뻔뻔함’을 키우는 요인이다.

야당의 견제기능도 무기력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과거엔 후보들 자질 검증을 위해 총력전을 폈지만 지금은 기존에 나왔던 의혹을 재탕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언론의 인사검증도 덩달아 부실해져 친정부 성향의 언론은 의혹 보도를 소홀히 하는 게 관행처럼 됐다.

신원식 후보와 김행 후보의 경우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지만 보수언론에선 의혹을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청문회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웬만한 도덕적 흠결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부터 국회의 권한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닌 국민을 대신해 공직후보로서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국회 인사청문회 기능을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 인사청문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건 대통령의 의무이기도 하다. 문제가 있는 후보자에 대한 정부의 인사검증도 전면적인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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