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부활 후 제자들에게 찾아온 예수…“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요한복음 20장

“이날 곧 안식 후 첫날 저녁때에 제자들이 유대인들을 두려워하여 모인 곳의 문들을 닫았더니 예수께서 오사 가운데 서서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요 20:19)

사흘 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제자들에게 일어났습니다. 지난 3년간 가족처럼 지냈던 사람들 중 두 사람이 죽었습니다. 한 명은 자살했고 또 한 명은 사형당했습니다. 자살한 사람은 동료였고 사형당한 사람은 스승이었습니다. 나머지 11명은 무엇을 했을까요? 그들은 배신했습니다.

예수님께 맹세했던 충성과 3년간 동고동락하며 쌓았던 서로 간의 우정이 한순간에 산산조각 났습니다. 서로에 대한 배신감과 자신에 대한 실망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상처였을 것이고, 스승과 동료의 죽음은 강력한 트라우마로 자리잡았을 것입니다.

인간이 참 악합니다. 간도 쓸개도 다 내어줄 것 같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서고, 너 아니면 안 된다고 하다가도 얼굴 안 보면 끝입니다. 십자가 사건 직후 제자들은 그저 남이 되어 흩어졌습니다.

“이날 곧 안식 후 첫날 저녁 때에 제자들이 유대인들을 두려워하여 모인 곳의 문들을 닫았더니”

나 몰라라 뿔뿔이 흩어졌던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보고 싶고 미더워서가 아니라 유대인들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잡혀 죽을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공포가 그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마음 문처럼 모인 곳의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공황장애를 앓아도 이상하지 않을 그들에게 예수님께서 찾아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불안한 상황을 해결해 주신 것도 아니었고, 불안한 감정을 잊어버리게 해 주신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들 안에 평안을 창조하셨습니다. 그것은 혼돈과 공허 속에 “빛이 있으라” 하셨던 태초의 선포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시듯 평안의 재료조차 없는 우리의 내면에 주님은 평안을 만드십니다. 이 평안은 내 존재 전체를 붙잡는 중력과도 같아서 이 평안 덕분에 불안 가운데서도 균형을 잡습니다.

사흘 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제자들에게 일어났습니다. 지난 3년간 가족처럼 지냈던 사람들 중 두 사람이 죽었습니다. 한 명은 자살했고 또 한 명은 사형당했습니다. 자살한 사람은 동료였고 사형당한 사람은 스승이었습니다. 나머지 11명은 무엇을 했을까요? 그들은 배신했습니다.(본문에서) ‘최후의 만찬’ (레오나르도 다 빈치, 1493~1498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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