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길의 시선] 운중동 ‘추일 서정’
짙은 추일서정 스미는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섰다. 산정 저수지로 향했다. 메타세콰이어 느티나무 플라타너스 참나무 모두가 늦가을을 겪으려 준비하고 있다.
가을이 낙하하고 만추가 고무 다라이를 펼쳐 품어 주고 있다. 수십 마리 청둥오리떼는 힘껏 서너 바퀴 선회하다 가라앉았다. 편안히 저수지 수면을 담요처럼 깔고 앉았다. 석양이 노릿노릿 익어가고 있다.
가는 가을에 정 줄 필욘 없다. 어깨 툭 치고 가버리는 한 나절 바람 한 줄기일 뿐. 그래도 해마다 기다려지는 이 잠깐 까칠한 순간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