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지사 후보 컷오프된 김진태가 ‘김건희 충성맹세’로 경선 기회 얻었다?
[아시아엔=최보식 <최보식의언론> 편집인]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경선에서 컷오프됐던 김진태 후보가 김건희 여사에게 ‘충성맹세’를 해서 경선 기회를 얻었다는 게 사실일까. ‘김건희 여사-명태균씨’ 관련 의혹을 보도해오던 한 인터넷매체가 소위 ‘단독’이라며 보도했을때 나는 ‘이런 매체들은 그러려니…’하고 여겼다.
핫한 인물 명태균씨가 당시 김진태 후보에게 김건희 여사가 가는 운동 시설( 골프연습장 또는 헬스장) 정보를 줬고, 김 후보가 김 여사를 만나 충성맹세를 하자 “선처하겠다”와 같은 비슷한 말을 했다는 내용인데, 나는 어제까지 이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다. 제목만 봐도 말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국회 앞 마당에서 ‘중인환시리’에 단식농성을 하던 김진태 후보가 김건희 여사가 운동하는 곳으로 찾아가 ‘충성맹세’를 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가. 그럼에도 당시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까지 나서 그런 의혹을 보태는 듯한 말로 숟가락을 얹었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든다는 뜻인데, 세 사람이 모여 거짓된 말을 반복하면 그게 세상 사람들에게 그럴듯한 진실처럼 된다는 것이다. 결국 김진태 지사는 인터넷 신문의 말 같지도 않는(?) 보도에 대해 해명 기자회견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진태 지사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게 확대 재생산되면 좋은 것이 없어서 말을 아껴왔다”며 “이제 와서 (김 여사에게 공천을) 부탁해서 됐다느니 하는 건 있을 수도 없는 것이다. 내가 어디 가서 누구에게 공천을 부탁하나. 단식을 했고, 경선 기회를 얻어서 된 것이다. 그것 외에 다른 것은 없다”고 말했다.
너무 뻔한 사실일수록 오히려 해명하는 게 더 어려울 때가 있다. ‘의심마귀’에 한번 씌이면 아무리 있는대로 말을 해도 한마디 한마디에 모두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최보식의언론>은 당시 컷오프된 김진태 후보가 어떻게 경선 기회를 갖게 됐는지 그 과정을 그나마 많이 알고 있는 편이다. 언론매체들 중에서 이 사안에 대해 가장 관심을 갖고 있었고, <최보식의언론>의 보도가 얼마간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김진태는 2022년 4월 14일 강원지사 경선에서 컷오프됐다. 북한군 개입 등 과거 5.18 관련 발언과 행동을 문제 삼았다. 5.18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경우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선거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라고 했다. 윤석열 캠프의 언론특보로 활동했던 황상무 전 KBS 앵커(그 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가 단수공천 됐다.
그러자 김진태는 다음날부터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최보식의언론>은 강원도지사 후보 여론조사에서 황상무의 지지율보다 3배나 높았던 김진태가 과거 5.18 관련 발언으로 경선도 못 하고 컷오프 시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봤다.
김진태가 컷오프 된 다음날(4월 15일), 전영준 푸른한국닷컴대표의 글을 게재했다.
“선거에서는 승리가 가능한 후보에게 공천을 주는 것이 답이다. 호남을 끌어 안으려고, 전통적인 지지기반을 포기하겠다는 것인가.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국민의힘이 아무리 노력해도 투표장에 가면 호남은 민주당을 선택한다…”
정작 김진태의 정치적 운명을 바꾼 것은 이틀 뒤(4월 17일) <최보식의언론>에 게재된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의 ‘황상무 선생, 국힘당 공천 반납하고 경선 요청하세요!’ 글이었다.
이 글은 세간의 화제가 됐고 보수 진영을 들끓게 하고 국민의힘 지도부에 압박을 가했다. 이 글을 게재해달라고 했던 서지문 교수 측은 <최보식의언론>에 “윤 당선인부부와 연락될 방법을 혹시 알고 있느냐. 이 글이 꼭 전달되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 글은 워낙 회자가 돼 윤 당선인 부부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됐던 걸로 안다. 김 여사의 의견(?) 표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글을 읽어보면 국민의힘 공관위가 바보가 아닌 이상 김진태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는 ‘김진태가 김 여사를 찾아가 충성맹세…’ 같은 허무맹랑한 말이 끼어들 틈이 없다.
서지문 교수의 폭발적인 글이 게재되고 바로 다음날(4월 18일), 국민의힘은 그 전의 결정을 번복하고 김진태-황상무 간에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경선 결과 김진태는 이겼고, 본선에서는 민주당 이광재와 맞붙어 이겼다.
*아래는 당시 <최보식의언론>에 실린 서지문 교수의 글 ‘황상무 선생, 국힘당 공천 반납하고 경선 요청하세요’ 전문이다.
국힘당 공천위원회가 당의 버팀목이며 역전(歷戰)의 전사인 김진태 전 의원을 배제하고 정치인으로서는 홍안(紅顔)인 황상무 선생을 강원도지사 후보로 공천했는데 감읍(感泣)하며 받으실 겁니까? 정치초보에게 도지사 공천이 얼마나 황송한 일인데 어떻게 감히 반납하느냐는 말씀은 하지 마시고요. 설마 국힘당 공천을 정치인생의 궁극적 목표로 삼고 정치에 입문한 것은 아니시지요? 오늘 친구들 카톡방에 한 친구는 ‘이런 게 윤 당선자가 내세운 공정과 상식입니까? 국힘당이 잘 해서가 아니라 정권교체 하여 나라 살리려고 찍은 겁니다’라고 올렸고, 다른 친구는 ‘이럴 때마다 국힘당 몽땅 지게에 져다 쓰레기장에 버리고 싶은 심경 굴뚝 같은 데도 계속 투표 때마다 찍어 주는 것 정말 그만하고 싶다. 더불어민주당만큼 지겹고 미워요. 못마땅했던 정규재의 마음 이해간다구’라고 올렸네요. 언론인 황상무는 이번 국힘당의 강원도시자 후보 공천 같은 사태를 무어라고 논평했을까요? 5.18의 위력 앞에는 야당도 간판 떼고 엎드려야 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국힘당이 정치신인 기용에 과감하니 세가 부쩍부쩍 늘 것이다? 정치에서는 경륜이나 능력보다 역시 연줄이 최우선임을 또 한 번 증명한 사례다? 나는 김진태 의원을 면밀히 지켜보지는 않았지만 지력이 높고 논리적이고 실천력, 투쟁력이 뛰어난 인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황 앵커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합니다만 인품이 훌륭하다는 말은 지인들에게서 들은 바 있습니다. 이번에 황앵커가 경선도 없이 당 지도부의 의사로 도지사 공천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김진태씨를 현 귀한 인재이고 계속 뻗어나갈 유망주로 아끼는 사람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진태씨를 밟고 정치인생을 시작한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불가하고 윤리적 문제를 떠나서 민심의 향배를 보더라도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황 앵커가 이번에 받은 공천으로 도지사에 출마한다면 박힌 돌 밀어낸 굴러 온 돌, 선거 때 당선자를 잠시 ‘코치’한 연줄로 정치 선배를 밀어내고 도지사 공천을 낚아챈 기회주의자로 인식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면 당선은 힘들겠지요. 당선이 확실하고 그 이후에도 승승장구가 보장된다 해도 그렇게 하셔서는 안 되지요. 경선을 하면 김진태 의원의 강점과 약점, 황 앵커의 장점과 허점 모두 드러나서 공개적으로 저울질되어서 당내 여론과 국민 여론의 심판을 받으면 두 사람 모두에게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두 분 모두 아직 앞길이 창창하니 나란히, 서로 돕고 격려하며 오래 함께 발전하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도 해봅니다. 황 선생은 정치권의 불공정과 비리를 매섭게 성토하고 나라가 나아갈 옳은 길을 제시해 주는 언론인 출신임이 최대의 자산이며 정체성이 아닙니까? 내 도덕적 기준을 길가에 폐기해 버리고 국민에게 나를 따르라고 호소하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