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Y염색체’ 여성복서의 올림픽 출전…상대 선수는 46초만에 기권패
‘해리 포터’ 작가 조앤 롤링 “이 미친 짓을 끝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아시아엔=최보식 <최보식의언론> 편집인] 1일(현지시간) 여자 66㎏ 16강전에서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와 맞붙은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 선수는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칼리프의 주먹에 얼굴을 가격당했다.
카리니는 30초만에 코너로 돌아가 헤드기어를 고쳤지만, 곧바로 기권을 선언했다. 경기 시작 46초만의 기권패였다. 눈물을 흘리며 링 위를 떠난 카리니는 “나는 조국을 위해 충성해왔지만 더는 싸울 수 없었기에 경기를 포기했다. 코에 강한 통증을 느껴 더 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카리니가 맞붙었던 이마네 칼리프는 남성이 갖고 있는 ‘‘XY 염색체’를 가진 선수다. 소위 남자 복서의 해머 주먹에 얻어맞았다는 뜻이다.
이 시합에 앞서 ‘해리 포터’ 작가 조앤 롤링이 X(옛 트위터)에 “이 미친 짓을 끝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여성 복서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부상을 당하는 것? 여성 복서가 죽는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일론 머스크도 “이건 미친 짓!”이라고 동조했다.
‘성별 논란’이 있는 대만 여성 복싱 린위팅과 알제리 이마네 칼리프의 파리올림픽 출전을 지난달 29일 승인 결정한 IOC를 비판한 것이다.
여성은 ‘XX 염색체’를 갖는 게 유전생물학의 정설이다. 하지만 두 선수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도 아니고 성기 등 신체적으로는 분명 여성이다. 그런데 ‘XY 염색체’를 갖고 있는 것이다. 여성으로 봐야 하나 남성으로 봐야 하나.
린위팅은 2022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고, 칼리프는 같은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다.
두 선수의 성별 논란은 작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불거졌다. 칼리프는 결승전을 앞두고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IBA는 판정 비리와 내부 부패 문제 등으로 이번 파리올림픽 경기를 관장할 권리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빼앗겼다.
성소수자들의 성별 문제에 관대한 입장을 취해온 IOC는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지을 수 없다”며 두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승인했다. 그러자 거센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대만 측에서는 “린위팅 선수는 IOC 규정에 따라 다른 선수들과 같이 약물 및 기타 테스트를 받아왔으며 출전 자격에 대한 논쟁은 있을 수 없다”며 “린위팅에 대한 차별적 발언은 경기 컨디션에 고의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만 쪽 네티즌들도 “린위팅은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원래 여성이다” “어떤 사람들은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에 가까운 특성이 있다” “올림픽 위원회의 테스트를 통과한 이상 의문을 제기해선 안 된다”고 IOC 결정을 지지했다.
하지만 ‘성별 논란’ 선수와 맞붙게 된 국가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체육부 장관은 “스포츠의 최고 무대인 올림픽에서는 선수의 안전과 함께 공정한 경쟁에 대한 존중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만의 린위팅은 2일(현지시간) 여자 57㎏급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