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이·아·세] 석가 “나 이외는 모두가 나의 스승이다”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다. 석가도 말했지 않은가? “나 이외는 모두가 나의 스승이다”라고.(본문 가운데) 분꽃 <사진 신정일>

어딘가에 빠진다는 것, 좋은 일이다. 흠뻑 빠지지 않고 이룰 수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다산 선생도 유배지 강진에서 <주역>에 빠져 글을 쓸 적에는 침식까지도 잊을 정도였다고 한다.

어딘가에 빠진다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미친다는 것인데, 그 미침이 제대로 그 본의를 알고 미쳤느냐? 그 본의도 모른 채 불현 듯 미쳤느냐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고금이나 요즈음이나 사람들이 남의 말에 귀가 혹해서 우르르 몰려가 빠진 경우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특히 종교나 정치, 그리고 연예인) 그게 유행가 같은 것이라서 금세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 같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여기 아름다운 소리가 있어서 귀로 그것을 들으면 반드시 좋은 기분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을 들으면 귀머거리가 된다고 하면 누구라도 그것을 들으려고는 하지 않는다. 여기 미색美色이 있어서 눈으로 그것을 보면 반드시 좋은 기분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을 보면 장님이 된다고 하면 누구라도 그것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여기 요리가 있어서 입으로 그것을 먹으면 반드시 좋은 맛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을 먹으면 벙어리가 된다고 하면 누구라도 그것을 먹지 않는다. 그러므로 성인의 성색자미聲色滋味에 대한 태도는 생生에 이로운 것이 있으면 그것을 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생을 온전히 하는 도道인 것이다. 그런데 세상의 부귀한 자의 성색자미에 대한 태도에는 분별없는 것이 많다. 낮고 밤을 가리지 않고 추구하여 그것이 손에 들어오면 거기 빠져서 허덕인다. 거기에 빠져 허덕이게 되면 어찌 생生이 손상되지 않을 수가 있을 것인가? “

<여씨춘추>에 실린 ‘생生을 온전히 하는 도道는’이라는 글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렇고, 사람이 어떤 종교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도 그렇다. 분별하고 따져보고 빠져야 하는데, “남이 갓 쓰고 장에 간다고 하니 투가리 쓰고 따라 간다”는 속담처럼 무작정 따라가는 것, 그것이 이루 말할 수 없는 병폐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충실한 조언자나 올바른 스승이 필요한 것이다.

일찍이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후대 사람들이 선생님을 무엇이라고 칭찬하겠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내가 어찌 칭찬받을 만한 가치가 있겠느냐만, 그래도 칭찬을 받는다면 ‘학문을 좋아하여 싫증을 느끼지 않고 사람들을 가르치기에 게으르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역시 <여씨춘추>에 실린 글이다.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다. 석가도 말했지 않은가? “나 이외는 모두가 나의 스승이다”라고.

되도록 이렇게 살아야겠다. 모든 사람이 모든 사물이 다 나의 스승이라고 여기며,
좋은 것을 가르치고 가르침을 받으며 살다가 가자고…

분꽃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