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늘 먹는 밥 한끼에도 은혜가 있습니다”
에스겔 40장
“우리가 사로잡힌 지 스물다섯째 해, 성이 함락된 후 열넷째 해 첫째 달 열째 날에 곧 그날에 여호와의 권능이 내게 임하여 나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가시되”(겔 40:1)
포로 생활을 시작한 지가 어언 25년이 되었습니다. 포로 생활 초반에는 거짓선지자들이 그릇된 희망이라도 말하고 다녔는데 이제는 꿈을 한 번 꿔보는 것도 사치가 되었습니다. 포로 생활에 찌들대로 찌들어 그 어느 때보다 비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유대민족입니다. 바로 그 시기에 에스겔은 환상 하나를 보게 됩니다. 에스겔의 눈 앞에 펼쳐졌던 것은 바로 성전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성전이란 단순한 랜드마크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집이고,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 거하신다는 상징입니다. 그런 성전이 함락되고 불에 탔으니 그들의 심정이 어땠겠습니까? 유대인들에게는 포로가 되는 충격보다 성전이 함락되고 불에 탄 충격이 훨씬 더 컸을 것입니다. 그들은 나라와 고향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희망도 잃었습니다.
에스겔 40장은 다시 회복될 성전에 대한 환상입니다. 두루뭉슬하고 어렴풋한 상상이 아니었습니다. 에스겔은 환상 속에서 성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사이즈를 측정했습니다. 다시 회복될 성전의 상세한 설계도면과 모델 하우스를 본 것입니다. 그는 제사장 출신이었기에 개인적으로도 꿈에 그리던 성전이었습니다. 그토록 그립던 성전이 눈 앞에 펼쳐졌을 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돌아올 자녀들을 생각하며, 자녀들의 웃음을 생각하며 아주 근사한 선물을 준비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선물이었습니다. 40장의 기록은 온통 그 디테일로 가득합니다. 에스겔이 측정한 것은 단지 건물의 사이즈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스케일과 디테일이었습니다.
사랑의 스케일이 클수록 선물의 내용이 디테일해지는 법입니다. 하나님이 당신의 백성들을 위해 하신 준비는 막연하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이었습니다.
“주께 피하는 자를 위하여 인생 앞에 베푸신 은혜가 어찌 그리 큰지요”(시 31:19)
은혜가 크다고만 느끼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은혜가 클수록 세밀한 간섭을 경험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의 일상에서 경험하는 섬세한 간섭은 절대 소소하지 않습니다. 작고 섬세함이야말로 가장 큰 은혜입니다.
늘 먹는 밥 한 끼에도 은혜가 있습니다. 익숙한 사람과의 사소한 대화 속에도 스며 있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감사라는 자로 재어 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