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오늘 하루가 소중하고, 한 사람이 소중합니다”
에스겔 19장
윤동주의 ‘서시’,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이런 작품들이 검열 대상이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통치 국가나 체제, 이념, 지도자에 대한 저항과 비판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에스겔 19장은 위의 작품들과 비슷한 결을 가진 의미심장한 노래입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남유다 말기의 왕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그 새끼 하나를 키우매 젊은 사자가 되어 먹이 물어뜯기를 배워 사람을 삼키매 이방이 듣고 함정으로 그를 잡아 갈고리로 꿰어 끌고 애굽 땅으로 간지라”(겔 19:3-4)
이 구절에 등장하는 젊은 사자는 남유다 17대 왕 여호아하스입니다. 그는 물어뜯지 말아야 할 대상을 물어뜯다가 함정에 빠졌습니다. 그렇게 함정에 빠진 여호아하스를 이집트가 잡아가버렸다는 짧막한 가사가 노래 중간에 등장합니다.
여호아하스는 요시야의 아들입니다. 선왕 요시야는 남유다의 신앙 회복에 진심이었습니다. 나라 전역에서 우상들을 철거했을 뿐만 아니라 산당까지 제거했습니다. 요시야 이전의 몇몇 왕들도 신앙 회복에 애를 쓰긴 했지만 산당을 없애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요시야는 낡아가던 성전을 리모델링하고 잃어버린 율법책을 발견하기도 했으며, 잊혀졌던 유월절을 회복시켜서 솔로몬 이후 가장 성대하게 유월절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사회의 각종 부정과 부패를 척결함으로써 백성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남유다 역대 왕들 중에 요시야 같은 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아들 여호아하스가 아버지의 공든 탑을 순식간에 무너뜨립니다. 아버지 요시야의 재위 기간이 31년인데, 아들 여호아하스의 재위기간은 고작 3개월이었습니다. 30년 걸려서 회복한 것을 3개월 만에 말아먹은 것입니다.
수백 수천 년 보존해온 문화유산도 한순간 화재로 잿더미가 되고, 단 한번의 실수로 평생 지켜왔던 소중한 행복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짓는 데는 한참이지만 무너지는 데는 하루아침입니다. 계곡 물을 깨끗하게 유지하려 마을 전체가 아무리 노력해도, 한 사람이 오물을 풀어버리면 끝장입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가 소중하고, 한 사람이 소중합니다. 오늘 하루에 평생이 달려 있고, 한 사람에게 사회 전체가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별일 없는 하루가 그렇게 특별할 수 없고, 평범하고 상식적인 한 사람이 그렇게 소중할 수 없습니다.
신앙이란 내가 예수님 닮은 한 사람이 되는 일이고, 그 한 사람이 되어 오늘 하루를 그렇게 사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