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하나님의 임재와 부재
시편 42편
“사람들이 종일 내게 하는 말이 네 하나님이 어디 있느뇨 하오니 내 눈물이 주야로 내 음식이 되었도다”(시 42:3)
존재감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존재할 때 빛을 발하는 존재감과 부재할 때 빛을 발하는 존재감입니다. 존재 그 자체가 굉장한 존재감인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있을 때는 몰랐는데 없고 보니 그제서야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것들의 존재감은 대체로 후자에 속합니다. 맑은 물, 깨끗한 공기가 그렇습니다. 물이 맑고, 공기가 깨끗한 것은 당연한 줄 알았는데 비용을 내고 마셔보니 그 맑음이 공짜가 아니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심장이 뛰는 일이나 폐가 숨을 쉬는 일도 그렇습니다. 나도 모르게 숨을 쉬고, 나도 모르게 심장은 뜁니다. 숨쉬는 것을 의식하고 심장 박동을 신경 써야 할 상황이면 어딘가 이상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종종 우리에게 초자연적 역사를 통해서 그분의 존재감을 강력하게 드러내 보이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 속에서 하나님은 대체로 공기처럼 우리 곁에 계십니다. 뛰는 심장처럼 우리 안에 계십니다.
하나님은 인식되지 않는 존재감으로 존재하시는 분입니다. 심장이 뛰고 있는 줄 몰라야 건강한 심장입니다. 들숨과 날숨 때마다 공기의 출입이 기도로 느껴진다면 숨쉬는 것만큼 고역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존재감과 부재감은 동전의 앞뒤와도 같습니다. 하나님의 부재는 존재의 강력한 증명이며, 하나님의 존재는 부재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부재에 대립되어 임재하시거나 무(無)에 대립되어 존재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그 안에 존재와 비존재가, 임재와 부재가 통합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임재 안에 있을 때에만 하나님을 향한 목마름이 가능한 것입니다.
“하나님이여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 같이 내 영혼이 주를 찾기에 갈급하니이다”(시 42:1)
물이 없어서 생기는 갈급함은 조급함으로 이어지지만 하나님으로 인한 갈급함은 다른 모든 것으로부터의 해갈을 의미합니다. 주를 찾기에 갈급하면 세상의 다른 것에 더 이상 목마르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의에 주린 자가 복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의에 주리는 것만큼 만족스러운 포만감은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