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가루같은 인생에 닿은 하나님의 숨결
역대상 2장
역대기는 열왕기와 비슷한 것 같은데 다릅니다. 열왕기는 바벨론 포로기 초기에 기록되었습니다. 이스라엘과 남유다가 왜 망해서 포로로 끌려올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책이 열왕기입니다. 그래서 북이스라엘과 남유다의 죄악상을 다루는 내용이 많이 등장합니다.
반면에 역대기는 포로기가 끝날 무렵 또는 직후에 기록된 것으로 봅니다. 나라를 재건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였기에, 이스라엘의 정통성을 확인하고 미래의 희망을 그리는 관점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책 초반에 긴 족보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또한 성전 건축에 관한 내용을 기록하는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은 영광스러운 성전 재건에 대한 동기부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포로에서 자유를 얻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던 백성들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예루살렘은 폐허가 되어 있었고, 아름다웠던 성전은 잿가루로 변한지 오래였습니다. 희망을 품고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절망적인 현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상황에서 그들은 유다 지파의 족보에서 무엇을 읽을 수 있었을까요?
“유다의 아들은 에르와 오난과 셀라니 이 세 사람은 가나안 사람 수아의 딸이 유다에게 낳아 준 자요 유다의 맏아들 에르는 여호와 보시기에 악하였으므로 여호와께서 죽이셨고 유다의 며느리 다말이 유다에게 베레스와 세라를 낳아 주었으니 유다의 아들이 모두 다섯이더라”(대상 2:3-4)
유다 지파는 이스라엘 전체의 대표격 지파입니다. 다윗이 유다 지파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대표 지파의 시작은 어땠을까요? 유다에게는 다섯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세 명은 자기 부인이 낳은 아이였고 두 명은 자기 며느리가 낳은 자기 아이였습니다. 콩가루라는 말도 아까운 집안입니다. 그냥 가루가 되어 없어져도 할 말이 없는 집안입니다.
하나님이 그런 집안에서 다윗을 일으키셨다면, 가루가 되어버린 성전과 성읍에도 희망이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대단한 혈통이 아니었습니다. 부끄럽기 짝이 없었던 집안을 하나님이 자랑스러운 가문으로 변화시켜 주셨습니다.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것입니다.
역대기에 나오는 유다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처음부터 흙이었고 먼지였습니다. 입김 한번에 날아가버릴 수 있는 가루 같은 인생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입김은 우리를 생령이 되게 하셨습니다.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 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 그가 나타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내가 여전히 찬송하리로다”(시 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