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 파기환송심서 명예훼손 무죄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표현하는 등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유죄 선고 이후 7년만의 결론으로, 파기환송심 재판부 역시 학문적 연구에 따른 의견을 섣부르게 명예훼손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취지를 존중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김재호)는 12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환송 전 당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표현은 학문적 의견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를 명예훼손 사실적시로 판단하기 어렵고. 공소사실 무죄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없기에 검사의 주장은 모두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박 교수는 2013년 출간한 도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 등으로 기술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5년12월 기소됐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보고 그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2심은 문제가 된 저서 기술 부분 중 사실 적시 여부를 원심보다 넓게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지난해 10월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검찰이 문제 삼은 저서 내 35개 표현 중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11개 표현에 대해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 표명’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학문적 연구에 따른 의견 표현을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학문적 표현을 그 자체로 이해하지 않고, 표현에 숨겨진 배경이나 배후를 섣불리 단정하는 방법으로 암시에 의한 사실 적시를 인정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기본적 연구 윤리를 위반하거나 통상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나 학문적 과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행위의 결과라거나 논지 등에 무관한 표현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학문적 연구를 위한 정당한 행위”라며 박 교수가 사용한 표현을 명예훼손상 사실 적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선고 직후 박 교수는 취재진에게 “저의 재판은 민·형사와 책의 내용을 삭제하라는 가처분까지 함께 있다”며 “민사재판의 2심은 막 시작됐는데 전혀 진행이 안되고 있어 오늘 판결은 반쪽의 종료”라며 “저의 재판이 더이상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표현에 대한 맥락을 설명해달라”는 취재진 질문엔 박 교수는 “매춘부라는 단어가 가장 문제가 됐었다”며 “일본에서 그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 이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검찰이 박 교수를 기소한 2015년11월 이후 9년, 2017년 10월 항소심 유죄 판결 이후 7년만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