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교수의 ‘사부모곡’思父母曲…”가슴 찢어지도록 감사합니다”

‘HRI 리더스포럼’에서 ‘노자와 개방적 리더십’ 강연을 하던 최진석 교수.


“배운 사람이 그러면 쓴다냐?” 책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시에 입 맞추고 싶어 하는 영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는 열린 문을 찾기보다 닫힌 문을 두드리는 충동을 잃지 않았습니다.

고시 공부하기를 원하셨으면서도, “내가 뭘 알겠냐”고 하시면서
철학을 공부하게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과학이 지혜의 터전임을 아는 지력을 주시고, 음악에 굴복할 줄 아는 귀를 주셨습니다.

당신들이 주신 골이 아니었다면, 내가 어찌 수학의 아름다움에 떨 수 있었겠습니까?

지덕체가 아니라 체덕지가 맞다고 알려주는 근육을 주셨습니다.

우주에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없고, 오직 설명을 기다리는 것들 뿐이니, 아직 설명되지 않은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을 똥배짱도 주셨습니다.

성경, 반야심경을 머리 위로 받들지 않고, 손에 잡고 읽을 수 있는 신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복을 입은 채 밤거리를 쏘다니다가 입술이 터져서 돌아왔을 때도 “너는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리 크더라도, 그 일이 천하게 흐르면 얼른 중도에 그만둘 줄 아는 가벼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기가 흐르면 안 된다고, 추접스러우면 안 된다고 자주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갖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줘버리라고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운 사람이 그러면 쓴다냐?”고 책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라도를 편애하셨으면서도, 당신들의 아들이 “나는 5.18을 왜곡한다”고 썼을 때도 하늘의 친구들 다 데리고 오셔서 꼭 안아주셨습니다. 제게 마지막 친구가 되어주셨습니다. 아마 이승, 저승 다 합해서 그날이 제게 해주신 첫 포옹일 것입니다.

감사드리는데, 눈물이 납니다.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는 병원을 나와, 강변북로를 달리면서, “내 어머니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고 말씀드릴 때, 어머니는 “나는 미안헌디야”라고 해주셨습니다. 감사하면서도,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아버지는 곡기를 끊고 8일 만에 가셨습니다. 끝까지 저를 가르치시느라 그러신 것을 잘 압니다. “나는 철학같은 것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 죽을 수 있다. 너는 어쩔래?” 이 말씀도 일부러 안 하신 것을 잘 압니다. 다 감사합니다.

제게 생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생명에 착 달라붙어 질척거리지 않고, 반 발짝 떨어져 설명해보려는 몸부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에 박힌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눈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온몸을 돌아다니는 내 피가 나한테 조용조용 속삭이는 소리를 혼자 듣도록 평생 숨죽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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